십여년전에 우리교회에서 영어권 목회자들 모임이 있었는데 저녁집회에 설교를 미국인 여자목사님이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영어권목회에서 헌신적으로 일을 잘하는 젊은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목사님, 저는 여자가 설교를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성경에서 여자는 잠잠하라 말씀했고 교회에서 남자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세우지 못하도록 했는데 어떻게 여자가 설교를 합니까?" 라고 항의를 했습니다. 우리교회 장래 좋은 지도자가 될만한 자질이 있는 젊은이였지만 제가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우리교회는 연합감리교단에 속한 교회이다. 여성들에게 목사안수를 준지 오래되었고 감독들도 많다. 우리교회 교인이 되려면 여자가 목사가 되는 것을 반대해서는 안된다." 그랬더니 결국 우리교회를 떠났습니다. 지금 여성을 목사로 안수하지 않는 교단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교단은 오랜동안 노예문제로 갈라졌던 교단입니다. 북부의 감리교회들은 노예제도 반대입장이었고 남부의 교회들은 노예제도 찬성의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갈라졌다가 1960년대에 다시 합치면서 '연합'감리교회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소수민족의 권익은 물론 여성들의 권익에 대해서 대단히 예민한 교단입니다. 역사의 아픔 때문입니다. 그 역사의 아픔이 무엇인가요? 성경을 해석하면서 흑인들에게 "이땅의 삶은 헛것이다. 천국에 소망이 있으니 노예로 사는 것을 불평하지 말라. 그리고 성경에 분명히 기록되기를 '노예들아 주인에게 복종하라' 했으니 여러분도 그리해야 한다." 라고 백인목사들이 흑인노예들을 모아놓고 설교했던 역사입니다. 여성들에게는 하와가 뱀에게 속아서 아담으로 죄짓게 했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사도 바울이 그 당시 자기가 살고 있던 문화 가치관을 때로 그대로 수용하였던 말씀을 이 시대 크리스챤들이 '하나님의 말씀이니 토씨 하나라도 틀리지 않다' 라고 고집하면서 여성차별을 정당화한 역사입니다.

일정때 일본 총독부에서 출애굽기 설교를 못하도록 했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해방의 이야기를 읽는것도 독립운동 생각을 조장한다고 여긴 것입니다. 옛날 군사독재시절 기독교 민주인사들을 재판하면서 검사가 로마서 13장을 인용하면서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고 성경에 말했는데 왜 당신들은 성경을 따르지 않느냐." 고 하기도 했습니다. 성경을 잘 알고 못 알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경을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는지 이것이 문제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예수님의 눈과 마음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항상 약한자와 가난한자의 입장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백인들의 인종차별주의를 정당화하는 성경구절을 찾으려면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예수님의 눈과 마음이 아닌 것입니다. 여성은 물론 소수민족을 차별하는 설교를 정당화하는 성경구절 많습니다. 다만 예수님의 눈과 마음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 교단이 80년대에 'Sanctuary Movement' (도피자 보호 운동)라고 해서 불법체류자들이 교회에 들어와서 보호를 신청하면 이민국에 넘겨주지 않는 운동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9.11사태 이후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 당시만해도 우리는 감리교 목사로서 교회가 지켜야 할 '약자보호의 책임' 에 대해 분명했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그렇게 설교를 하는데도 아직도 우리교회에 인종이나 여성차별 발언을 부끄러운지 모르고 하는 교인들 계십니다. 다른 종교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을 드려도 불교는 물론 가톨릭을 정죄하고 이단시하는 발언을 믿음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감리교인들은 모두 '신학화 작업' (Theological Task)의 책임이 있습니다. 이는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자기 이성(reason)을 사용해서 생각하는 권리와 동시에 자유를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획일적으로 군대식으로 높은 사람이 "믿으면 아멘" 하라고 하면 무조건 '아멘' 하는 그런 무책임한 신앙생활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것을 자유신학이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자유신학이라면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이성과 지성은 하나님이 주신 귀한 은혜의선물입니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신본주의를 외치면서 자기 스스로의 생각을 하나님의 것으로 착각하는 위험입니다.

크리스챤으로서 특별히 감리교인으로서 지켜야 할 신앙양심적 내용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사회문제에 있어서 사회정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감리교단을 진보교단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 있는데, 진보신학이 예수님의 눈과 마음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교회가 다른 교회들과 다른 차별성이 있다고 합니다. 좋게 말하는 분들도 있고 부정적인 의미로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행여라도 우리의 차별성이 예수님의 그것이기만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여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