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선교 지도자들이 다수세계(Majority World) 교회와 선교단체에 서구의 재정·교육·제도적 지원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현지 주도의 지속가능한 선교 체제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역 간 상호 협력과 자원 공유를 통해 세계 선교의 책임과 리더십을 함께 나누는 '다성적·다중심적 선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지난 10월 29일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선교 지도자들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COALA 4.0' 회의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싱가포르 선언문'(Singapore Statement)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COALA는 'Christ Over Asia, Latin America and Africa'의 약자로, 아시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의 국가 및 지역 선교운동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다. 2023년 한국에서 결성됐으며, 이번 제4차 모임은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싱가포르에서 '다수세계 선교의 지속가능성과 훈련'을 주제로 열렸다. 싱가포르 세계선교센터(SCGM)가 주관한 행사에는 다수세계 25개국에서 온 선교 지도자 76명과 싱가포르 현지 지도자 24명 등 총 100명이 참석했다.
"과거의 공헌에 감사하지만 불균형한 영향력은 바꿔야"
선언문은 다수세계의 많은 선교 지도자들이 서구에서 신학 교육을 받았거나 현재도 서구 기관의 정기적인 재정·제도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구 교회와 선교단체가 과거 복음 전파와 선교 발전에 기여한 점에는 감사를 표하면서도, 이러한 의존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서구 기관과 지도자들이 다수세계 교회와 선교운동에 불균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선언문은 세계 선교가 서구 중심의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지역이 동등한 책임과 목소리, 리더십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세계 내부의 협력뿐 아니라 서구와의 파트너십도 상호 겸손과 호혜성, 세심한 관계 관리에 기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언문은 이를 '다성적·다중심적 선교(polyphonic and polycentric mission)'로 표현했다. 지역별 교회와 선교운동이 서로의 경험과 자원을 나누고, 외부의 승인이나 중개 없이도 세계 선교에 참여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현지 교회 중심의 지속가능한 선교 모델
선언문은 지속가능성을 '외부 지원에 결정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현지 지도력과 자원으로 사역을 이끌고 확장하는 선교·교회·사역의 발전'으로 정의했다. 이를 위해 현지 교회의 후원, 이중직 사역, 비즈니스 기반 선교 모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 기반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선교 자원의 궁극적인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신앙적 원칙을 강조하면서, 현지 교회와 선교단체가 책임 있게 자원을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사역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지원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외부 재정과 구조적 승인·통제에 의존하는 체제를 바꾸고 필요에 따라 다른 지역의 선물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청년과 차세대 지도자들의 참여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선언문은 청년들이 재정적 결핍 의식과 기존 권력 구조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선교 모델을 개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교사 훈련, 학문적 성취보다 영성 형성과 순종에 초점
선교사 훈련 분야에서는 학문적 지식과 자격 취득 자체보다 영성 형성, 성경적·선교학적 기반, 영적 분별력과 선교적 순종을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훈련이 각 지역의 문화적·경제적·영적 현실을 반영해야 하며, 서구 신학의 관점과 추상적 이론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실 교육은 실제 사역과 연결돼야 하며, 관계 중심의 제자훈련과 멘토링, 현장 중심의 실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수세계의 훈련기관들이 서구 기관의 학위·인증·브랜드를 통해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관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지역 훈련기관은 성경에 충실하면서도 전문성과 정직성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남 협력 강화... 상호 자원 공유와 현장 프로젝트 추진
선언문은 남남 협력을 다수세계 교회와 선교단체, 지도자들이 인력·기술·재정·경험을 지역 간에 나누는 전략적이고 상호적인 네트워크로 정의했다. 협력은 신뢰와 겸손, 상호 책임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다수세계 내부에서 외부의 후원자와 수혜자처럼 불균형한 관계가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COALA의 관계와 협력을 실제 선교 현장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회의 마지막 날인 10월 7일에는 선교단체 간 양해각서(MOU) 4건이 체결됐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인도네시아 세계선교연맹(ALUSIA)과, 그리고 싱가포르 세계선교센터(SCGM)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아프리카 국가 이니셔티브 운동(MANI)과 여러 선교단체가 참여한 다자간 협약도 이뤄졌다.
KWMA 사무총장이자 COALA 의장인 강대흥 목사는 이번 협력 모델을 '현지 주도형 파트너십 선교'라고 설명했다. 선교사를 받는 국가의 현지 기관이 사역 배치와 돌봄을 담당하고, 파송된 선교사는 개인 사역이나 파송 교회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교회와 함께 사역하는 구조다.
강 목사는 "선교에 재정이 필요하지만 돈이 세계 선교의 중심은 아니"라며 "현지 교회와 기관이 선교사를 받아들이고 사역을 함께 감당하는 방식이 글로벌사우스 교회가 겪는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7년에는 지역별 모임으로 전환
COALA는 2027년에는 글로벌 전체 모임을 개최하지 않고, 지역 및 국가별 모임을 통해 더 많은 교회와 선교 지도자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계획된 모임은 9월 23~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11월 10~12일 피지, 11월 17~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각각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남남 협력,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선교 주체성, 현지 교회의 주도성과 문화적 감수성, 여성과 다음 세대의 리더십을 다룰 4개 포커스 그룹도 출범했다.
COALA는 2023년 한국에서 결성된 이후 2024년 태국 방콕, 2025년 파나마에서 모임을 이어왔다. 2025년 파나마 회의에서는 '파나마 파트너십 선언문'과 '공동 신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싱가포르 선언문은 다수세계 교회가 세계 선교의 수혜자나 주변부 참여자가 아니라, 다른 지역 교회와 함께 선교의 책임과 자원을 나누는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선언문은 서구와 다수세계의 관계를 단순한 독립이나 단절이 아니라, 상호 의존과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