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 ▲보고서 표지. ⓒACN
▲보고서 표지. ⓒACN

가톨릭 원조단체인 '에이드 투 더 처치 인 니드'(Aid to the Church in Need, 이하 ACN)가 전 세계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와 종교 자유 침해가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4억 1,300만 명의 기독교인이 종교 자유 침해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CN이 10월 27일 발표한 '박해받고 잊힌 사람들?'(Persecuted and Forgotten? A Report on Christians Oppressed for Their Faith 2024-2026)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8개국 가운데 55%에서 기독교인의 상황이 악화됐으며, 전반적으로 상황이 개선된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보고서는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폭력, 권위주의 정부의 종교 통제, 종교민족주의의 확산이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는 분쟁과 박해로 고향을 떠나는 기독교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4년 8월부터 2026년 6월까지의 상황을 다뤘으며, 종교 자유 침해가 특히 심각한 18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지역별 상황과 현지 기독교 공동체의 증언,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1,300만 명의 기독교인이 종교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발생하는 국가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2억 2,000만 명은 박해에 직접 노출돼 있다. 박해가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프리카, 무장세력의 공격과 강제 이주 확산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의 모습.  ⓒACN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의 모습. ⓒACN  

보고서는 기독교인에 대한 극단주의 폭력이 심각한 지역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지목했다. 2026년 세계테러리즘지수(Global Terrorism Index)에서 상위 10개국 가운데 6개국(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나이지리아, 말리, 소말리아, 콩고민주공화국)이 아프리카에 속한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기독교인 마을들이 피해를 입고 주민들이 집을 떠나고 있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에서 수백만 명의 기독교인이 국내 실향민 가운데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부에서는 무장세력과 급진화된 풀라니 유목민 세력의 공격으로 마을들이 파괴되고 주민들의 이주가 이어졌다. 보고서는 베누에주 예레와타에서 발생한 학살도 사례로 들었다. 당시 하룻밤 사이 기독교인 200명 이상이 살해됐으며, 그중 일부는 마체테에 의해, 일부는 잠을 자던 중 불에 타 숨진 것으로 보고됐다.

보고서는 부르키나파소에서도 이슬람 무장세력의 활동으로 기독교 공동체가 심각한 위협에 놓였다고 밝혔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 자마트 누스라트 알이슬람 왈무슬리민(JNIM) 등이 활동하는 가운데, 무장 이슬람 세력이 국토의 최소 40%를 장악한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누나교구에서는 남성 26명이 목이 베여 살해된 사건이 보고됐으며, 한 교구에서만 12개월 동안 2,000명이 피란한 사례도 소개됐다. 살아남은 기독교인들 가운데는 자녀에게 신앙을 전하는 데 제한을 받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리에서는 일부 기독교 공동체가 이슬람식 복장과 사회 규범을 따르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압박과 함께 살해 및 강제 이주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모잠비크 북부 카보델가두주에서는 2017년부터 이어진 이슬람 극단주의 반란으로 지역 공동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보고서는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세력이 샤리아 율법에 따른 통치체제를 세우려 하고 있으며, 기독교인 살해와 참수, 여성과 아동 납치, 교회와 주택 파괴 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ACN 국제본부의 발표는 2017년 이후 이 지역에서 살해된 기독교인을 약 1,000명으로 집계했다.

보고서는 "아프리카에서 계속되는 폭력과 이주가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의 종교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종교적 이유가 분쟁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신앙을 이유로 표적이 된 공동체가 집단적으로 고향을 떠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는 박해를 경험한 기독교인들의 증언도 담겼다. 나이지리아 북부 출신의 솔로몬 아코(33)는 무장세력이 자신의 마을을 공격했을 때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인질들에게 개종을 요구했으며, 그들이 이를 거부하자 폭행했다.

아코는 ACN에 당시 상황을 전하며 "그들은 우리를 채찍으로 때렸고, 우리 다리를 쇠사슬로 묶었다"며 "다른 인질들과 함께 고문을 당했으며, 몇 시간 동안 목까지 차오르는 차가운 물속에 갇혀 신앙을 버리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란 기독교인 체포 2배 급증... 니카라과는 교회 기관 압박

▲자유를 상징하는 이란의 아자디 탑. ⓒPixabay/VladoZg
▲자유를 상징하는 이란의 아자디 탑. ⓒPixabay/VladoZg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에서는 무장 공격이 아닌 정부의 통제와 종교 활동 제한이 기독교인에 대한 압박의 주요 형태로 나타났다.

이란에서는 보고서가 다룬 12개월 동안 기독교인 체포 건수가 거의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종교 활동을 국가의 정치적·문화적 기준에 맞추도록 하는 이른바 '종교의 중국화' 정책이 지속되고, 지하교회와 독립적인 종교 공동체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종교 지도자와 신자들은 예배와 종교 교육, 온라인 종교 콘텐츠 활동 등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는 공동체는 체포와 구금, 예배 장소 철거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남미 니카라과에서는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와 가톨릭교회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성직자 체포와 추방, 사제 서품 제한, 교회 기관과 재산 압류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성경을 소지한 사람들의 입국도 막은 것으로 보고됐다. 니카라과 사례는 종교 공동체에 대한 국가의 압박이 개별 신자의 예배 활동을 넘어 교회의 제도적 운영과 종교 지도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 반기독교 폭력 700건 넘어... 종교민족주의와 개종금지법 논란

▲박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도 기독교인들.  ⓒ국제기독연대
▲박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도 기독교인들. ⓒ국제기독연대 

보고서는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종교민족주의가 기독교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반기독교 폭력 사건이 700건 넘게 기록됐다. 보고서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수사와 사회적 적대감이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는 환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한 주 정부 차원에서 확대된 개종금지법이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기독교 단체들의 우려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예배와 종교의식이 방해받고 신자들이 신체적 공격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기독교 가정이 사망한 가족을 매장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해 이미 묻힌 시신을 다시 파내야 했던 사례도 보고됐다.

파키스탄에서는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 소수자 출신의 미성년 여성들이 납치된 뒤 강제 개종과 결혼을 강요받는 문제가 제기됐다. 보고서는 일부 사건에서 법원이 민사적 보호보다 이슬람 율법에 대한 해석을 우선하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모독 혐의 역시 기독교인과 종교 소수자들에게 두려움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 미래 불확실... 다마스쿠스 교회 테러로 25명 사망

▲테러가 발생한 시리아정교회 건물. ⓒ뉴욕포스트 보도화면 캡쳐
▲테러가 발생한 시리아정교회 건물. ⓒ뉴욕포스트 보도화면 캡쳐 

중동에서는 기독교의 역사적 발상지에 해당되는 지역에서 오랜 기독교 공동체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시리아에서는 2024년 12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아흐메드 알샤라가 권력을 잡은 이후에도 기독교인들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수년간의 이주로 이미 약화된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가 새로운 불안정과 위협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과도정부가 소수 종교 보호를 약속했지만 공공생활에서 이슬람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25년 6월 22일 다마스쿠스 외곽 두웨일라 지역의 마리아스 그리스정교회에서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 공격으로 25명이 사망하고 60명 이상이 다쳤다. 교황 레오 14세도 해당 공격을 규탄했다. 보고서는 이 사건을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가 처한 불안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다뤘다.

니카라과와 함께 중동의 사례들은 정치적 격변과 무력 충돌, 국가 통제 등이 종교 공동체의 존속과 종교 활동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해에 무관심이 더해져서는 안 된다"

ACN 보고서는 기독교인 박해가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에서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보고서와 관련해 바티칸의 유엔 상주 옵서버인 에토레 발레스트레로 대주교는 "반기독교 적대 행위가 국제 언론에서 지나치게 축소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이지리아나 시리아에서 교회가 공격받을 때 사건이 민족 갈등이나 토지·수자원 경쟁, 정권 교체 이후의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주로 다뤄지면서 종교적 요인이 간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민족 정체성, 정치적 불안정, 빈곤, 토지와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종교적 정체성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며 "모든 폭력을 종교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신앙을 공격의 핵심 이유로 명시하는 상황에서도 종교적 차원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 책임자인 마르타 페트로실로는 "폭력과 차별, 박해를 경험한 기독교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들이 가장 먼저 요청한 것 가운데 하나가 자신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면서 "이러한 공동체의 고통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박해가 무관심으로 더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보고서 발간의 목적"이라고 했다.

ACN은 2006년부터 '박해받고 잊힌 사람들?' 보고서를 발간해 왔으며, 이번 보고서는 열 번째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