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Photo : ) 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1] 어젯밤에 핸드폰을 물에 빠뜨렸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겠거니 생각했는데, 화면이 검게 변하고 결국 먹통이 되고 말았다. 하루 뒤인 오늘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더니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물이 많이 들어가 수리비가 무려 115만 원이나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돈을 들여 수리하더라도 사진과 동영상, 전화번호를 비롯한 저장 자료들은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2] 그중에서도 각종 비밀번호처럼 반드시 필요한 정보들을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난감했다. 수리비가 그 정도라면 차라리 새 핸드폰을 구입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당장 학교에서 내일까지 강의를 해야 하니 지금 집으로 돌아가 새 핸드폰을 구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연락은 끊기고, 필요한 정보는 다 사라졌고, 학교에서 당장 해결할 방법마저 마땅치 않으니 불편함과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 그나마 노트북으로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이번 사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핸드폰을 여러 차례 물에 빠뜨린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완전히 고장 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강의와 설교 자료들을 저장해 놓은 외장하드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떨어뜨려 자료가 사라지는 일을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다.

[4] 그때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며 복구해야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미리 자료를 백업해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고쳐 놓자’고 여러 번 다짐했으면서도 말이다.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절감한다.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결과는 길게 우리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말이다.

[5] 평소에 대비하는 작은 수고를 아끼다가 나중에 훨씬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처절하게 경험한다. 소중한 자료는 미리 백업하고, 중요한 비밀번호는 안전한 방법으로 따로 관리하며, 연락처와 사진도 USB 같은 데 달리 보관해 둬야 한다. 문제가 생긴 뒤에 후회하는 것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지혜다.
군 복무 시절, 훈련을 나갔을 때가 생각났다.

[6] 존경받던 중대장이 담배가 떨어지자, 꽁초라도 찾아 피우려고 체면을 무릅쓴 채 온 산을 헤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중독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 같다. 매일 소지하던 핸드폰이 손에 없고 소통이 되지 않으니 불안하고 초조하기 짝이 없다. 온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가 완전히 막혀 버린 것 같다. 그동안 이런 생각을 많이 해왔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7] 기술이 발전할수록 편리함은 커지지만, 어느새 그것이 없으면 견디기 어려울 만큼 의존하게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깊이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핸드폰이 고장 나 세상과의 소통이 끊어지는 일은 이토록 답답해하면서, 정작 하나님과의 소통이 끊어진 채 살아가면서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가 꽤 많다는 점 말이다.

[8]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 가지가 나무에서 끊어지면 생명의 공급을 받을 수 없듯이, 성도가 하나님과의 교제를 잃어버리면 영혼의 생명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9] 그런데도 말씀을 읽지 않고 기도하지 않으며 하나님과의 교제가 끊어진 채 살아가면서 별다른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심각한 영적 위기가 아닐까?
물론 하나님과의 교제가 약해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당장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영적 감각이 무뎌지면 단절된 상태 자체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육체가 병들어도 감각이 둔해지면 아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10] 그러나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요한계시록 3장에서 예수님은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해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계 3:17)라고 책망하셨다. 그들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주님께서는 그들이 정작 자신의 영적 빈곤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하셨다.

[11] 핸드폰 속 소중한 자료를 잃고 나서야 백업의 중요성을 절감하듯이, 하나님과의 교제가 끊어진 뒤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러므로 핸드폰의 자료를 미리 백업하듯 우리의 영혼도 수시로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께 연결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중요한 자료를 잃지 않으려면 미리 저장해야 하고, 영혼의 생명력을 지키려면 날마다 주님 안에 거해야 한다.

[12] 세상과의 소통이 끊어지면 생활이 답답해지지만, 하나님과의 소통이 끊어지면 영혼이 메말라 간다. 더 두려운 것은 그 메마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핸드폰이 먹통이 된 오늘, 나는 기계와의 연결만큼이나 하나님과의 연결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소중한 것을 잃고 후회하기 전에, 지금 연결되어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분과의 교제에 문제가 없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