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연 선교사.
▲박태연 선교사.

귀국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던 한국인 박태연 선교사(70)가 러시아 현지 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8일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 대표 현숙 폴리, CEO 에릭 폴리)에 따르면, 러시아 하바롭스크 법원은 이민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박태연 선교사에게 총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하고 일반 교도소 복역을 명했다. 박 선교사 측 변호인은 즉각 상급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다. 

법원은 박 선교사에게 러시아 연방 형법 제322.1조 제2항 A호(사전 합의에 의한 집단 불법 이주 조직) 혐의로 징역 5년 2개월, 제322.3조(외국인 또는 무국적자의 체류지 허위 등록)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적용하고, 두 범죄를 병합해 총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박 선교사와 함께 동일한 조항으로 기소된 공동 피고인 러시아 시민 지나이다 우스티노바(Zinaida Ustinova)는 3건의 혐의에 대해 총 징역 6년에 집행유예 6년, 보호관찰 5년을 선고받아 구금 없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보호관찰을 받게 됐다. 

한국VOM CEO 에릭 폴리 목사에 따르면, 박 선교사는 선고 직후 외국인 전용 구치소에서 재판 전 구치소(SIZO)로 이송됐으며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곳에 머물게 된다. 항소가 기각될 경우 하바롭스크주 자오제르노예(Zaozernoye) 마을의 여성 교도소로 이송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 목사는 "재판부가 형량만 발표했을 뿐 법적 근거나 구체적 형량 산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며 "서면 판결문은 다음 주 수요일에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별도의 벌금형이 부과되지 않아 박 선교사의 러시아 내 자택에 내려졌던 압류 조치는 해제됐다. 

특히 변호인단은 항소 과정에서 당국이 부당한 구금 기간 산입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당국은 박 선교사가 외국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기간을 '체류 허가 만료에 따른 행정 위반'으로 보아 형기에 산입하지 않고, 형사 사건 개시 후 구금된 1월 15일부터 2월 4일까지의 기간(약 3주)만 인정했다. 이에 대해 폴리 목사는 "당국의 구금 조치로 인해 불가피하게 체류 기간이 만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태연 선교사는 70세를 맞아 러시아 현지 어린이 선교 사역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기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월 15일 하바롭스크에서 체포됐다. 한국VOM는 박 선교사의 구금 직후 석방 운동을 전개해 왔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온라인 서명 운동에는 국내 4,000여 명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1,000여 명 이상이 동참했다. 

이어 지난 4월, 한국VOM 현숙 폴리 대표와 에릭 폴리 목사는 서울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박 선교사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직접 전달했으며, 해당 탄원서 사본은 한국 외교부와 유엔(UN)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에도 함께 제출됐다. 

에릭 폴리 목사는 "박태연 선교사님 사건에 대한 판결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다. 우리는 이 판결에 대해 항소가 제기될 것임을 알고 있으며, 모든 분들이 계속해서 우리와 함께 박태연 선교사님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