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스펠카페·타임스퀘어 기도회로 맨하탄 도심 전도 선도한 교회 “마지막까지 맡겨주신 것 선교에 흘려보내고 싶었다”
맨하탄 한복판에서 20여 년간 복음을 전해 온 뉴욕정원교회가 교회 사역을 정리하면서 남은 재정을 선교사들을 섬기는 데 사용했다. 오랜 시간 맨하탄 거리에서 전도하고 수많은 유학생과 청년들을 품었던 교회가 마지막 남은 재정의 사용처도 ‘선교’로 정한 것이다.
뉴욕정원교회 주효식 목사는 6일 오전 11시 플러싱 소재 뉴욕선교사의집을 찾아 교회를 정리한 뒤 남은 재정 2천 달러를 선의선교회(회장 최문섭 장로)에 전달했다. 이 재정은 뉴욕선교사의집을 이용하는 선교사들을 섬기는 데 사용된다.
뉴욕정원교회는 맨하탄이라는 특수한 목회 현장에서 꾸준히 도심 전도를 펼쳐 온 교회다. 맨하탄 32가에서 가스펠카페를 운영하며 교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고, 청년들과 함께 거리로 나가 복음을 전했다. 뉴욕정원교회가 한창 성장하던 때는 성도의 80%가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청년 출신일 정도로 전도 중심의 교회 색깔이 뚜렷했다.
특히 청년들이 매주 월요일 타임스퀘어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찬양하고 복음을 전하는 기도회는 뉴욕정원교회를 상징하는 사역으로 자리 잡았다. 추운 겨울에도 타임스퀘어 기도회를 이어갔으며, 교회 안에 사람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맨하탄 한복판으로 직접 나가 복음을 전했다.
맨하탄에서의 목회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상주하는 한인 인구보다 유학생과 직장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성도들이 정착하기보다 끊임없이 들어오고 떠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나 주 목사는 교인 수를 늘리는 것보다 맨하탄을 거쳐 가는 이들이 한 번이라도 복음을 접하도록 하는 데 의미를 뒀고, 뉴욕정원교회는 가스펠카페와 거리전도, 타임스퀘어 기도회 등으로 맨하탄 특수목회의 한 모델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뉴욕정원교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오랜 기간 예배당에서 정상적으로 예배드리기 어려웠고, 교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었던 유학생들도 각지로 흩어졌다. 맨하탄이라는 지역적 특성까지 겹치면서 교회를 계속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주 목사는 지난해 남아 있던 성도들에게 가까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도록 권한 뒤 가족과 함께 마지막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교회 사역을 정리하기로 했다.
주 목사는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의 환경에서는 교회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족들과 상의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제가 잘하고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열어 주시면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문을 닫기로 결정한 뒤에도 마지막으로 남은 일이 있었다. 교회를 정리하고 남은 2천 달러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주 목사는 교회의 마지막 재정을 다시 선교를 위해 흘려보내기로 했다. 지인을 통해 선교사들이 뉴욕을 방문할 때 머물며 재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 뉴욕선교사의집 사역을 소개받았고, 이날 직접 선교사의집을 찾아 헌금을 전달했다.
주 목사는 “교회가 문을 닫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마지막까지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것을 좋은 곳에 흘려보내고 싶었고, 남은 재정을 선교사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여 년 동안 하나님께서 뉴욕정원교회를 인도하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실 것을 믿는다”고 했다.
헌금을 전달받은 선의선교회 최문섭 회장은 주 목사가 맨하탄에서 이어온 목회와 전도 사역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며 이번 헌금의 의미는 금액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장로는 “액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교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선교사의집과 선교사들을 기억하고 사랑의 마음을 보내주신 것이 우리에게 큰 격려와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 “교회라는 형태를 벗어나더라도 하나님의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사역은 결국 교회의 사역”이라며 “하나님께서 주 목사님에게 앞으로 더 좋은 사역을 맡기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선의선교회는 2002년 설립됐으며 2007년부터 뉴욕선교사의집을 통해 뉴욕을 찾는 선교사들에게 숙소와 쉼의 공간을 제공해 왔다. 2022년부터는 뉴저지에서도 선교사의집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이사장 최재복 장로는 “선교사들을 섬기는 것은 교회들이 감당해야 할 귀한 일이지만 평신도들도 어떻게 선교사들을 잘 섬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이 사역을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누군가는 계속 감당해야 할 하나님의 사명이기에 새로운 일꾼들을 보내주시고 이 사역을 이어가게 하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미 이사와 김은희 이사도 주 목사의 이번 발걸음을 새로운 출발을 향한 과정으로 바라봤다. 두 이사는 “닫고 여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모든 출입과 걸음을 지키시는 분도 하나님”이라며 주 목사가 교회 사역을 내려놓은 이후의 길에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모임은 주 목사의 기도로 마무리됐다. 주 목사는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이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실한 감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또 교회가 위기를 맞고 사명의 열정이 식어가는 시대 가운데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회복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아울러 계획하지 않았던 뉴욕선교사의집까지 자신의 걸음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앞으로 가는 길에도 말씀이 등불과 빛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