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효신장로교회(담임 김광선 목사)가 70·80대 성도들을 위한 전담교역자를 세우고 이들을 교회 안에서 다시 능동적인 신앙과 사역의 주체로 세우는 ‘7080 전담목회’에 나선다.

노년층을 주로 돌봄과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기존 접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체적 여건과 관심사에 맞는 목양과 교제의 장을 마련하면서 이들이 교회 안에서 계속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효신장로교회는 오랫동안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자로 섬겨왔고 목사 안수를 받은 양근실 목사를 풀타임 7080 전담사역자로 배치했다. 60대 후반의 교역자를 은퇴시키는 대신 오히려 풀타임 사역자로 전환해 7080세대를 맡긴 것은 교회 인사 관행으로 보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김광선 목사는 “당회와 함께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어른 세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며 “이분들에게도 여전히 ‘플레이어’로 뛸 수 있는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이분들의 마음과 형편을 실제로 이해할 수 있는 전담사역자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도의 출발점에는 ‘7080세대를 하나의 노년층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김 목사가 목회 현장에서 만난 70대와 80대는 관심사뿐 아니라 신체 활동 범위와 필요한 프로그램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비교적 활동이 자유로운 70대에게 적합한 외부 활동이 80대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동 시간과 화장실 접근성, 보행 거리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배당에서 통로 쪽 자리를 고집하는 고령 성도 역시 단순한 습관이나 고집이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목양하면서 알게 됐다.

뉴욕효신장로교회가 올해 여름철 개최한 '교캉스'에서 방지각 원로목사를 비롯한 노년층 성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Photo : 교회 제공) 뉴욕효신장로교회가 올해 여름철 개최한 '교캉스'에서 방지각 원로목사를 비롯한 노년층 성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효신장로교회의 7080세대들은 여전히 열정이 넘치고 교회에 중추적인 역할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담임 김광선 목사의 설명이다.

김 목사는 “3040은 3040에 맞게, 5060은 5060에 맞게, 7080은 7080에 맞게 목회해야 한다”며 “모든 세대를 똑같은 기준으로 대하면 결국 각 세대마다 결핍이 생긴다는 것을 목회하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또 “70대와 80대는 관심사도 다르고 실제로 할 수 있는 활동도 상당히 다르다”며 연령과 신체 조건을 고려한 보다 세밀한 목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김 목사는 뉴욕의 7080세대를 단순히 변화에 소극적인 세대로 보는 시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목회 관련 세미나에서 접한 자료와 실제 목회 경험을 통해 본 뉴욕의 고령 이민자들은 오히려 새로운 프로그램과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효신장로교회가 예배 형식과 소그룹, 특별새벽기도 등 여러 변화를 시도했을 때 7080세대가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독립기념일에 교회 옥상에서 예배와 식사를 함께하고 불꽃놀이를 보는 ‘옥상연회’ 역시 고령 성도들이 적극 참여하는 행사가 됐다.

김 목사는 “뉴욕에서 수십 년을 살았는데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어르신들이 있었다”며 “유명한 장소는 사람이 많고 이동이나 화장실 문제 때문에 어르신들이 가기가 쉽지 않다. 교회 옥상에서 편하게 함께 예배하고 불꽃놀이를 보니 정말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7080이라고 해서 지난해 했던 것을 그대로 반복해 드리기보다, 작은 것이라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전담사역자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교회가 그동안 어른 세대를 존중하고 참여의 길을 열면서 나타난 변화도 이번 전담목회를 추진하게 한 배경이 됐다.

김 목사는 부임 초기부터 널싱홈에 있는 교회 원로 성도들을 먼저 심방했다. 현재 교회 활동이나 재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보지 않고, 이민교회를 세워온 1세대의 헌신을 교회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후 고령 성도들의 교회 참여도 점차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주일 저녁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성경공부에는 70·80대 성도들도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성경퀴즈대회에서는 70대 성도가 1등을 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뉴욕의 어르신들은 얼마든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이 힘을 어떻게 잘 살릴 것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효신장로교회 담임 김광선 목사
(Photo : 기독일보) 뉴욕효신장로교회 담임 김광선 목사

변화는 다음세대를 향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고령으로 인해 직접 봉사하기 어려운 성도들이 구역별로 힘을 모아 중고등부 수련회와 청년사역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주들이 효신장로교회에 다니지 않는데도 다음세대 교육관 리모델링과 청소년 사역을 위해 기꺼이 헌신한 이들도 있었다.

김 목사는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주고 싶은데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후원을 자청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모습을 7080세대를 단순히 섬김을 ‘받는 세대’로만 볼 수 없는 이유로 꼽았다.

신앙생활의 변화도 나타났다. 김 목사는 숫자의 증가보다 어르신들이 한층 활력을 되찾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따뜻해진 점을 더 주목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옮기지 않는 문화를 강조한 뒤에는 고령 성도들 스스로 자신의 말과 성품을 돌아보고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했다.

앞으로의 7080 전담목회는 대규모 노인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드는 방식보다는 실제 필요를 세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70대와 80대의 활동 범위를 구분해 가까운 거리의 소풍과 교제를 마련하고, 연령대에 맞는 성경공부와 중보기도 사역, 소그룹을 개발할 계획이다. 외로움을 겪는 성도들에게는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고 직접 안부를 확인하는 목양도 강화한다.

김 목사는 지난 수년간 3040세대와 다음세대 회복에 목회의 상당한 무게를 둬 왔으며, 이제 다음 단계의 주요 대상으로 7080세대를 꼽고 있다. 이는 다음세대 중심 목회에서 노년층 중심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느 한 세대도 교회 안에서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도록 세대별 목회를 보다 촘촘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