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교회에서 1세와 2세의 연합은 오래된 과제 중 하나다. 같은 교회 안에서도 사용하는 언어와 성장한 문화가 달라서 한국어권(KM)과 영어권(EM)이 별도의 예배와 조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고, 자녀들이 성장할수록 부모 세대의 교회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문제도 계속돼 왔다.

단순히 2세를 교회 안에 ‘남게 하는 것’을 넘어 부모 세대가 가진 신앙을 어떻게 다음세대의 신앙으로 이어갈 것인가도 이민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예배와 기도 같은 신앙생활의 중심 영역을 세대가 실제로 함께 경험하는 일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말처럼 쉽지 않다.

뉴욕에서 이 같은 세대 간 간격을 ‘함께 예배하는 것’으로 좁혀 가고 있는 교회가 있다. 뉴욕센트럴교회(담임 김재열 목사)에서는 1세와 2세가 새벽기도회를 함께 드린다. 새벽기도가 익숙한 이민 1세들만의 신앙생활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어권 다음세대도 같은 예배의 자리에 참여한다. 주일예배 역시 1세와 2세가 함께 드리며 교회의 예배와 신앙생활을 세대별로 완전히 나누지 않는 방향을 이어가고 있다.

특별한 연합예배를 일회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가장 일상적인 예배 속에서 두 세대를 만나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신앙 유산 가운데 하나인 새벽기도를 다음세대와 함께 드린다는 점에서 뉴욕센트럴교회의 세대 통합에는 김재열 목사의 목회철학이 짙게 반영돼 있다.

“새벽기도를 지키는 것 넘어 ‘기도하는 신앙’을 물려줘야”

김 목사의 새벽기도에 대한 생각은 단순히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한국교회의 전통이기 때문에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새벽기도의 핵심은 ‘새벽’이라는 시간 자체보다 부모 세대가 하나님 앞에서 기도해 온 신앙을 다음세대가 직접 보고 함께 경험하도록 하는 데 있다.

김 목사는 “세대가 세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구약에서도 계속 가르치고 있다”며 “아비가 자식에게, 또 손자에게 하나님을 제대로 가르치고 전수해 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그가 기억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에서도 ‘기도’는 빼놓을 수 없는 신앙의 유산이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뜨겁게 성장하던 시기 성도들이 자신의 문제만을 놓고 기도한 것이 아니라 믿지 않는 이웃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했던 모습을 직접 경험했다.

김 목사는 “대표기도를 하면서도 신앙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면 모든 성도들이 함께 통곡했고, 기도 시간이 오히려 회개의 시간이 되곤 했다”며 “나라가 어렵고 교회가 힘이 없던 때에도 민족을 위해 금식하며 기도했던 신앙의 열정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대규모 민족복음화 집회와 전국적인 복음전도운동을 경험한 김 목사는 한국교회의 성장과 선교 확장의 배경에도 이 같은 기도의 힘이 있었다고 본다. 때문에 그에게 새벽기도는 과거의 향수를 되살리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기도하는 교회’의 신앙을 다음세대로 연결하는 통로에 가깝다.

뉴욕센트럴교회에서 1세와 2세가 함께 새벽예배를 드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 놓여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기도하라고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부모와 자녀가 같은 예배의 자리에 서는 것이다.

“이민교회, 신앙의 뿌리 연결하는 작업 필요”

1세와 2세가 함께 드리는 예배인 만큼 한어권과 영어권 모든 회중을 위한 PPT를 매번 준비하고 있다.
(Photo : 기독일보) 1세와 2세가 함께 드리는 예배인 만큼 한어권과 영어권 모든 회중을 위한 PPT를 매번 준비하고 있다.

김 목사는 특히 이민교회에서는 이 같은 신앙의 전수가 저절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이민교회의 약점은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던 부모들도 많다는 것”이라며 “미국에 와서 예수님을 영접한 경우에는 한국교회가 가진 역사와 신앙적 배경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모 세대가 가진 신앙의 경험 자체가 서로 다른 데다 자녀 세대는 미국의 언어와 문화 속에서 성장한다. 이 때문에 가정과 교회가 의도적으로 신앙을 공유하지 않으면 한 교회 안에서도 세대마다 서로 다른 신앙 경험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런 상황에서 이민교회가 자신의 신앙적 뿌리와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이를 다음세대와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족과 문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도록 하나님이 주신 독특한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이민교회 목회자의 기본적인 자세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뉴욕센트럴교회가 추구하는 세대 연합은 행정적으로 KM과 EM을 한 조직 안에 두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새벽기도와 주일예배라는 교회생활의 중심에서부터 같은 신앙의 경험을 쌓게 하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예배하고, 말씀도 다음세대의 눈높이로

뉴욕센트럴교회의 세대 연합은 단순히 1세와 2세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앉아 예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영어권 다음세대가 말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설교 내용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김 목사는 새벽예배 때마다 본문의 구조와 핵심 내용을 정리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함께 준비해 말씀을 전하고 있다.

성경 본문의 역사적 배경이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말씀이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의 신앙과 가정, 교회생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성경에 익숙한 1세에게는 익숙할 수 있는 개념도 다음세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풀어 설명하면서, 한 본문을 두 세대가 함께 듣고 같은 신앙적 질문을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2일 새벽예배에서도 이 같은 설교 방식이 나타났다. 이날 김 목사는 에즈라 10장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공동체가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난 현실을 어떻게 직면하고 다시 거룩함을 회복했는지를 전했다.

김 목사는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잘못을 깨닫고 눈물을 흘린 것만으로 문제를 끝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동체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삶을 바로잡는 결단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회개는 단순히 눈물을 흘리는 감정적인 반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죄를 끊어내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거룩한 공동체가 말씀의 기준을 잃어버리면 결국 공동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룩함 역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데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룩은 말씀대로 지켜 사는 것”이라며 “하라고 하신 것은 하고, 하지 말라고 하신 것은 하지 않는 것이 거룩을 지키는 구체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설교 말미에는 이 같은 말씀의 기준을 다음세대에 이어가는 부모와 교회의 책임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우리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배운 말씀이 늙을 때까지 변하지 않도록 붙들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가정과 교회, 사회와 다음세대를 위해 함께 기도할 것을 요청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에즈라와 느헤미야처럼 무너진 신앙공동체를 다시 말씀 위에 세우는 사람이 오늘의 교회 안에서도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에즈라가 되고 느헤미야가 되어 일평생 말씀과 주님의 거룩함으로 바로 서고, 우리를 통해 넘어지는 이들까지 함께 일으키는 믿음의 공동체가 되자”고 권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