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시니어 시대, 새로운 시니어 사역이 필요하다
100 세 시대의 도래와 급속한 고령화는 한국사회뿐 아니라 한국교회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교회 안에서 시니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오늘의 시니어들은 과거 세대와 비교하여 교육수준과 직업경험, 건강상태, 경제력과 사회참여 경험 등에서 상당히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교회의 시니어 사역은 여전히 친교와 식사, 관광, 건강 프로그램과 돌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사역은 필요하며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시니어 시대의 교회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시니어를 단순히 교회가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전히 사용하시는 사명의 주체로 바라보아야 하며, 동시에 건강하고 활동적인 시니어뿐 아니라 신체적 활동이 어려운 사람, 돌봄이 필요한 사람,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까지 모두 품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시니어의 삶과 사역, 돌봄과 죽음의 준비까지 하나의 신앙여정으로 바라보는 통합적 기독교 시니어 사역의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돌봄의 대상에서 사명의 주체로 보는 관점의 변화
액티브 시니어 사역(Active Senior Ministry)의 출발점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니어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이다. 교회가 시니어에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하나님께서 지금도 당신을 통하여 무엇을 하기 원하실까요?”라고 물어야 한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교회의 직책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부르심과 사명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니어 사역의 목적은 시니어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데에만 있지 않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사명을 발견하며, 현재의 형편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도록 돕는 데 있다. 그리고 신체적·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 해졌을 때에는 공동체의 돌봄 가운데 신앙적 주체성을 잃지 않도록 동행하고, 마지막에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소망 가운데 자신의 생을 믿음으로 완성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니어 사역은 건강한 사람을 위한 ‘활동 프로그램’과 허약한 사람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노년 전체를 품고 ⑨의 마지막까지 동행하는 사역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액티브 시니어 사역의 통합적인 모델을 이루는 각 모듈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체적이고 의미 있는 개인적인 삶
첫 번째 사역의 중점은 시니어 각 개인의 액티브한 삶(Active Individual Life)이다. 이는 시니어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현재의 삶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주체적이고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돕는 사역이다. 여기에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 가족과 사회적 관계, 배움과 여가, 공동체 참여, 삶의 의미와 목적 등이 함께 포함된다. 액티브 시니어 사역에서 제공 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 사역에 해달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시니어에게 동일한 형태의 Active Life 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과 환경, 관심과 능력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여행과 봉사활동이 Active Life 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소그룹에 참여하여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이 될 수 있으며, 신체적으로 많이 약해진 사람에게는 매일 말씀을 읽고 가족과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하루를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것이 Active Life 가 될 수 있다. 따라서 Active Individual Life 의 목적은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하는가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허락하신 오늘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형편 안에서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시니어의 재 사역화
두 번째 사역의 중점은 “시니어의 재 사역화”이다. 오늘의 교회에는 오랜 신앙생활과 직업생활을 통하여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 인간관계와 삶의 지혜를 축적한 시니어들이 많다. 그러나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교회의 공식적인 직책에서 물러나면서 이러한 소중한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액티브 시니어 사역은 이들을 다시 사역의 자리로 초청해야 한다.
교회봉사와 전도, 국내외 선교뿐 아니라 다음세대 멘토링, 교육, 행정, 전문기술 봉사, 지역사회 섬김 등 시니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은 다양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회가 필요한 일을 맡기기 위해 시니어를 단순히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평⑨ 축적한 은사와 경험을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님 나라의 사역과 연결해 주는 것이다. 또한 신체적 여건 때문에 직접적인 현장 사역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사역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 기도와 후원, 격려와 멘토링 등을 통한 후방 지원 사역 역시 중요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이다. 활동의 범위와 사역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계속될 수 있다.
돌봄 속에서도 신앙의 주체로
세 번째 사역의 중점은 돌봄(Care)이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누구에게나 신체적·정서적·관계적 어려움이 찾아올 수 있다. 질병과 신체기능의 저하, 배우자와 친구의 죽음,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 가족관계의 변화, 우울과 불안 등은 노년기에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따라서 Active Senior Ministry 에는 가정과 병원 및 요양시설 심방, 정서적·영적 돌봄, 사별 돌봄, 소그룹을 통한 관계망 형성, 생활지원과 필요한 전문기관으로의 연결 등 체계적인 Care 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적 Care 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돌봄을 받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더 이상 사명의 주체가 아닌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내일 돌봄을 받을 수 있으며, 돌봄을 받고 있는 사람도 누군가를 위하여 기도하고 축복할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의 약함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사랑과 도움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역시 신앙의 중요한 여정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Care 의 목적은 시니어를 수동적인 보호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함 가운데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도록 공동체가 함께 걷는 데 있다.
귀향(HomeComing)의 준비
인간의 노년 전체를 다루는 시니어 사역이라면 죽음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오늘날에는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흔히 웰 다잉(Well-dying)이라고 표현하며 삶의 정리, 관계의 회복, 의료적 결정, 유언과 장례 준비 등을 강조한다. 이러한 준비는 필요하다. 그러나 액티브 시니어 사역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단순히 생물학적 삶의 종료가 아니라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바라보며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마지막 신앙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Homecoming 사역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용서와 화해를 이루며, 가족에게 감사와 축복을 전하고, 자신의 신앙과 삶의 이야기를 다음세대에 남기며, 현실적으로 필요한 죽음과 장례를 준비하도록 돕는 것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부활과 영원한 ⑨명의 소망으로 죽음을 맞도록 돕는 사역이어야 한다.
히브리서에 기록된 야곱의 마지막 모습은 이러한 Homecoming 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믿음으로 야곱은 죽을 때에 요셉의 각 아들에게 축복하고 그 지팡이 머리에 의지하여 경배하였으며”(히 11:21)라고 성경은 기록한다. 이제 야곱은 지팡이에 의지해야 할 만큼 육체적으로 쇠약해졌지만 그의 신앙과 사명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도 다음세대를 축복했고 하나님을 경배했다. 지팡이에 의지한다는 것은 Active Senior 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팡이에 의지하면서도 경배할 수 있고, 축복할 수 있으며, 믿음으로 본향을 바라볼 수 있다. 교회의 시니어 사역은 성도들이 바로 이러한 모습으로 생의 마지막 길까지 걸어가도록 동행해야 한다.
액티브 시니어 사역의 기초는 삶으로 나타나는 영성(Spirituality)
바른 영적인 삶(Spirituality)은 모든 시니어 사역 전체를 떠받치는 기초이며 동시에 모든 영역을 관통하는 중심이다. 영성이 빠진 액티브한 개인적 삶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 프로그램에 머물 수 있고, 시니어의 재사역화는 일반적인 자원봉사 활동이 될 수 있으며, 돌봄은 사회복지적 돌봄에 머물 수 있고, 귀향은 일반적인 웰다잉 교육으로 끝날 수 있다.
이 모든 영역을 기독교 시니어 사역으로 만드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말씀과 기도, 예배와 공동체, 소명과 섬김, 그리스도의 제자됨, 부활과 영생에 대한 소망이 액티브 시니어 사역의 모든 영역을 관통해야 한다. 사도 바울이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 4:16)라고 고백한 것처럼, 액티브 시니어 사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육체의 노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노화의 과정에서도 속사람이 날로 새로워지는 삶이다. 그렇게 새로워지는 속사람의 영성이 삶에서 나타나고, 사역에서 나타나고, 주변에 향기와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니어야 말로 진정한 액티브 시니어이다. 그리고 모든 사역의 모듈과 프로그램은 이 기초에 놓여야 만 한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역에서 사람을 세우는 사역으로
액티브 시니어 사역의 관점은 교회의 시니어 사역을 프로그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한다. 프로그램 중심의 사역에서는 “올해 시니어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묻게 된다. 그러나 액티브 시니어 사역의 관점에서는 “우리 교회의 시니어들은 지금 어디에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이들이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가기를 원하시는가?”를 먼저 묻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과 관계 회복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사역의 기회가 필요하며, 어떤 사람에게는 심방과 돌봄이 필요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과 영원한 생명에 관하여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신앙공동체가 필요하다. 따라서 시니어 사역의 성과도 프로그램의 숫자나 참여 인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시니어들이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얼마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의 은사와 경험을 사명으로 연결하고 있는가, 서로 돌보는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는가, 그리고 생의 마지막까지 믿음과 소망 가운데 살아가도록 준비되고 있는가를 함께 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역을 감당할 평신도 리더를 세워야 한다
이처럼 시니어의 삶 전체를 품는 사역을 담임목사나 소수의 교역자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이제 한국교회에는 시니어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으며, 소그룹과 말씀공동체를 이끌고, 그들의 은사와 경험을 사역으로 연결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고, 궁극적으로 생의 마지막 여정까지 함께 걸을 수 있는 훈련된 평신도 시니어 사역 리더가 필요하다. 현·전직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를 비롯하여 시니어 사역에 비전을 가진 평신도들은 이러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들에게 시니어에 대한 이해와 영성, 소그룹 인도, 경청과 돌봄, 사역개발, 선교와 봉사, 죽음의 준비와 Homecoming 에 이르는 실제적인 훈련을 제공한다면 이들은 단순한 프로그램의 봉사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노년 전체를 바라보고 동행할 수 있는 Senior Ministry Leader 로 세워질 수 있다. 앞으로의 시니어 사역은 목회자가 시니어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는 사역에서 벗어나, 목회자와 훈련된 평신도 리더가 함께 시니어를 세우고 그 시니어들이 다시 다른 사람을 섬기도록 하는 재생산적 사역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⑨의 마지막까지 함께 걷는 시니어 사역
100 세 시대의 교회는 시니어에게 단순히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 전체를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건강과 여건이 허락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은사와 경험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직접적인 활동이 어려워진 사람에게는 기도와 후원과 격려를 통해 사명을 계속하도록 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공동체가 사랑으로 돌보고 동행하며, 생의 마지막에 이른 사람에게는 두려움 속에서 홀로 죽음을 맞도록 하지 않고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소망 가운데 본향을 향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제안하는 통합적 시니어 사역의 모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떠받치는 기초는 삶에서 나타나는 그리스도인의 참다운 영성(Spirituality)이다.
결국 액티브 시니어 사역의 목적은 시니어를 더 오래 활동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건강할 때나 약할 때나, 사역할 때나 돌봄을 받을 때나, 그리고 마지막 숨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삶을 믿음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지팡이에 의지하면서도 하나님을 경배하고 다음세대를 축복했던 야곱처럼, 한 사람이 생의 마지막까지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도록 세우고 동행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액티브 시니어 사역의 궁극적인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