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Photo : ) 신성욱 교수

[1] 오늘은 아침 일찍 차를 타고 광명역을 향해 떠났다. 광명역 근처에 있는 한우리교회에서 1부와 2부 설교를 맡았기 때문이다. 정말 가보고 싶었던 교회 중의 하나이다. 지난 2월, 이 교회 담임인 권종렬 목사 부부와 성도들과 함께 요르단과 이집트 순례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해서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유서 깊은 지역의 탐방을 10일 이상 같이 했기에 정이 많이 들었었다.

[2] 한우리 교회의 담임인 권종렬 목사는 당시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신대원 후배에다가 나보다 젊은 리더로서 참신한 목회자로 좋게 각인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자 함께 다녀온 성도들과 권 목사 부부가 그리워졌다. 그러던 차에 설교 부탁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출발했다. 집에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인데, 도착해서 담임 목사실에 들어서니 반가운 모습이 나타났다. 잠시 후 사모도 들어왔다. 딱 6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셈이다.

[3] 1부 예배 시작 전까지 요르단과 이집트 방문 이야기 및 그간의 대화를 나누었다. 500석이 되는 예배당에 거의 다 차는 숫자였다. 2부 예배에는 보다 젊은 성도들로 꽉 들어 찼다. 성도들의 상당수가 30~40대로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 인상 깊었던 참신한 느낌 그대로 목회를 알차게 잘하고 있었다. 본인이 꿈꾸고 바라던 유학도 성도들과 이별할 수 없어서 포기했을 정도로 양떼들을 사랑하고 목회에 열심인 목회자였다.

[4] 권 목사는 총신신대원 1학년이던 1993년, 하안동에서 개척을 해서 2016년에 현재의 일직동으로 교회를 이전했다. 거기서 새 예배당 건축을 위해서 기도하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멋지고 아름다운 예배당을 지어서 오늘에 이르렀다. 부교역자 경험이 전혀 없는 권 목사는 한우리교회에서 32년째 담임으로 사역하고 있다. 개척하는 이는 많으나 대부분은 실패를 거듭해서 한계와 절망을 경험하게 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5] 그런데 한우리교회는 광명 지역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범적인 교회로 손꼽히고 있다. 우선은 하나님의 은혜이겠지만, 젊고 참신한 생각의 소유자인 권종렬 목사의 차분하고도 잔잔한 리더십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특히 젊은 학부모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주변 환경에 맞는 젊은 교회와 젊은 목회자라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권 목사는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6] 2월에 그가 선물한 책을 읽어보았다. 그는 글도 맛깔스럽게 잘 쓰는 글쟁이임을 알 수 있었다. 대화 중에 아들이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총신신대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목회자를 아버지로 둔 자녀가 부친을 따라 신학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아버지가 자녀에게 선한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아버지가 못다한 유학의 꿈을 아들이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7] 유학파인 내가 넓은 세계에 나가서 더 깊이 공부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개척해서 32년간 모범적으로 목회하고 있는 후배 목사가 너무도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러웠다. ‘목회자는 교수들을 부러워하고 교수들은 목회자들을 부러워한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 교수 사역을 하는 동안 목회의 콜링을 많이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교수 사역이 좋고, 또 개인 시간이 많은 장점이 있었기에 목회에 뛰어들 수 없었다.

[8] 이제 은퇴를 몇 년 앞둔 지금, 60이 넘은 나이에 목회에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간절해짐을 본다. 며칠 전, 절친인 선배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신 교수가 5년만 더 젊었다면 소개할 교회가 많은데 너무 아쉽다”라고 하셨다. 최근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 선배들로부터 자주 듣고 있는 말이다. 그 얘기를 듣고 나면 목회에의 열망이 더욱 깊어짐을 느끼게 된다.
강의도 좋지만, 역시 목사는 설교가 최고의 특권이자 매력임을 절감한다.

[9] 게다가 설교학을 가르치는 설교학 교수이다 보니 더욱 목회하고 싶은 마음이 깊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설교가 목회의 전부는 아니지만, 목회의 반 이상은 설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존 파이퍼 목사님도 ‘목회냐 교수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목회자로 모범을 보이고 은퇴하셨다. 물론 그 반대인 케이스도 있다.

[10] 목회 잘하는 선배들이나 후배들을 보면 부럽고 샘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교수 사역이 목회 사역에 비해 덜 중요하다는 건 아니다. 어찌 보면 목회보다 더 중요한 게 교수 사역이라고 볼 수 있다. 목회는 한 교회를 담임하는 거지만, 교수는 수천 교회의 리더들을 양육하고 키우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남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인다’라는 얘기가 있듯이, 내가 못하는 목회 사역이 부러운 것이고, 또한 교수 사역이 부러운 것이다.

[11] 자기 맡은 사명에 충실한 게 하나님과 그분의 나라를 위해 중요한 것이다. 목회자는 교회에서, 교수들은 신학교에서 자기 맡은 사명에 최선을 다하는 게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라 생각한다. 오늘 후배 목사 교회에서 설교하면서 그와의 대화를 통해 사역에서의 보람과 열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성도들을 모범적으로 잘 양육해온 후배 목사가 자랑스럽고 귀했다.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함께하심으로 신바람 나는 목회 현장이 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