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년간 이란 거리에는 "미국에 죽음을"(Marg bar Āmrikā)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학교, 국영방송, 거리 시위 등에서 반복되며 체제 이념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이 슬로건이, 이제 이란 국민들의 저항의 대상이 되고 있다.
CBN뉴스에 따르면, 이제 시민들은 이 구호를 바꿔 "독재자에게 죽음을(Marg bar Dictator)!"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란 정권은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국민들 사이에서 불신이 극에 달하는 등, 1979년 혁명 이후 가장 취약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197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Ayatollah Ruhollah Khomeini)가 망명에서 귀국하며 이란 이슬람 혁명을 이끌었다. 그는 단순히 정치 체제를 바꾸는 것을 넘어 전 세계 이슬람 부흥을 꿈꿨다. 호메이니는 "우리는 이란을 숭배하지 않는다. 우리는 알라를 숭배한다. 이 땅이 불타도 상관없다. 이슬람이 승리하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클리프 메이(Cliff May) 대표는 이를 "이슬람 우월주의를 회복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그녀는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와 자유는 그에게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가 원했던 것은 세계에서 이슬람 패권과 권력을 회복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미국이 패배하거나 최소한 약화될 때에만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단체 '트랜스폼 이란'(Transform Iran)의 라나 실크(Lana Silk)는 CBN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테헤란에서 학교에 다니며 겪었던 충격적인 경험을 회상하며 "매일 아침, 우리는 군인처럼 줄을 서서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쳐야 했다. 말 그대로 국가 차원의 세뇌 교육이었다"고 했다.
그녀는 "단지 다섯 살, 여섯 살 때조차 그 구호에 내면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입을 움직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친구 뒤에 숨기도 했다. 그게 옳지 않다는 걸 어릴 때부터 본능적으로 알았다"고 덧붙였다.
2022년,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사망한 사건은 이란 전역을 뒤흔들었다. 그녀의 죽음 이후 시작된 시위에서 시민들은 더 이상 미국이 아닌 이란 정권을 겨냥해 외치기 시작했다.
실크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많은 이란인들은 '혹시 이번이 그 순간일까? 진짜 변화가 오는 걸까?' 묻는다"며 "이런 구호와 이념의 열매는 고통뿐이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그것이 과거에는 종교적 이상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오직 고통과 억압의 상징일 뿐"이라고 했다.
이란 출신 선교단체 '하트포이란'(Heart4Iran)의 마이크 안사리(Mike Ansari)는 "요즘 젊은 세대는 '미국에 죽음을' 같은 구호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들은 '우리의 적은 바로 이 나라 안에 있다',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