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누가복음 12:20)

 2024년 정초(正初)인 1월 2일에 일본 국제공항(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던 일본항공 516편과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일본 해상보안청 기(機)가 지상에서 충돌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충돌로 일본 항공 516편은 전방 랜딩기어가 부러지고, 왼쪽 날개 엔진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태로 약 1km 가량 굴러 가다가 멈췄으며, 승무원 12명과 승객 367명 전원이 탈출을 완료한 직후 불이 기체 내부로 번지면서 전소됐지만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불붙은 비행기에서 어떻게 400명 가까운 승객과 승무원이, 한 사람의 부상자도 없이 전원 탈출에 성공했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그 원인은 항공기 사고의 ‘90초 법칙’(90 Seconds Rule)에 있었습니다. ‘90초 법칙’이란 미국연방항공국(FAA)이 제시한 규정으로, 항공기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비상 탈출구를 통해 모든 승객들이 90초 이내에 탈출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항공기 안전 매뉴얼의 골든타임(Golden Time)을 의미합니다.

 이번 사고기에 탑승한 승무원과 승객이 왼쪽 엔진과 날개의 화재로 오른쪽 탈출구를 사용해서 내려왔습니다. FAA는이 90초룰을 1967년부터 모든 항공기 제조사에 적용토록 지시했습니다. 이번 일본 항공기 사건도 90초룰을 적용해서 400명 가까운 승객과 승무원이 탈출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5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전기가 나간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은 메가폰을 들고, 절대 머리 위의 짐을 꺼내지 말고, 바로 나가라는 방송을 계속했습니다. 만일 승객들이 이 명령에 따르지 않고, 머리 위 짐칸의 트렁크를 꺼내려고 바로 나가지 않았다면 뒤에 있는 사람들은 가지 못하고 지체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승객들은 자기들의 물건을 포기하고 신속하게 비상구로 달려갔기 때문에 4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부상자 하나 없이 무사히 탈출 할 수 있었습니다. 유치원부터 지진, 화재, 폭풍 등 여러 재난을 당했을 때 피하는 훈련을 충분히 받은 일본 사람들의 태도가 돋보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머리 위에 있는 트렁크를 꺼내려 하지 않았을까요?

 400명 가까운 승객들 가운데는 짐 속에 소중한 것들 즉 현금이나 귀금속 또는 가족들에게 줄 값비싼 물건들이 많이 들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 신속하게 비상탈출구로 달려갔기 때문에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두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농부에게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눅 12:20)고 말씀 하였습니다. 어떤 젊은 관원이 예수님께 와서 영생의 길을 묻자, 네 모든 소유를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는 말씀을 듣고, 그는 재물이 많았기 때문에 근심하며 돌아가서 결국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못했습니다.(눅 18:18-30)

 90초룰은 아무리 소중한 물건이라도 포기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비록 금은보화와 현금이 가득 찬 가방이 머리 위에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포기하고 비상구로 달려가야 생명을 구할 수 있지, 귀중품을 갖기 위한 행동을 했다면 그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불신자들의 생명을 구해야 할 책임이 무겁게 지워져 있습니다. 물질을 안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포기하고 주님을 따르도록 강권해야 합니다. 이것이 그들을 영원한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일이며,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의 소명입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