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기독교인 여성 아시아 비비가 무죄로 석방된 이후 처음으로 공개 인터뷰를 갖고 신성모독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1일 영국 텔레그래프와 인터뷰를 가진 그녀는 "무엇보다 무죄로 석방시켜준 파키스탄 대법원에 감사하다"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공정한 재판이 필요하다. 거짓된 고소로 수 년 동안 수감생활을 해야하는 많은 경우들이 있다. 이같은 결정도 충분히 관심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으며, 세계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 세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요청한다. 어떤 적절한 조사나 증거도 없이 신성모독 혐의를 씌울 수 있는 이러한 체제의 폐해를 알려야 한다. 이 신성모독법은 반드시 검토되어야 하고, 이를 적용하는데 적절한 조사 과정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절대 어떤 누구도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태로 이 법을 위반했다고 여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8년 동안의 수감생활에 대해 비비는 "나의 신앙이 흐트러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면회 온 딸들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았다. 고통과 슬픔이 가득해 혼자 울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때로 실망할 때도 있었고, 과연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염려하기도 했다. 이 곳에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 다음엔 어떤 일들이 펼쳐질 지 두렵기도 했다. 나의 삶 전체가 고통이었고, 나의 아이들도 많은 고통을 받았다. 이 일은 내 인생에 정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 피겔(Jan Figel) 유럽연합(UN) 특별대사의 중재로 그녀는 지난 5월 캐나다로 이송될 수 있었다.
올해 54세가 된 그녀는 앞으로 가족들과 함께 유럽으로 가길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그녀와 가족들은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
피겔 대사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비비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용감한 여성이며 사랑스러운 어머니이다. 그녀는 이제 파키스탄의 개혁을 위한 바탕으로 쓰임받을 수 있게 되었다.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매우 낡은 체계이며, 이웃과 무고한 이들을 상대로 오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국무부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이들의 수는 77명이다. 그러나 전 펀자브 주지사의 아들인 살만 타세르(Salmaan Taseer)는 신성모독법 혐의로 수감된 이들의 수가 200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파키스탄 인구의 2%에 해당하는 기독교인들 가운데 수 천 명이 지난 몇 년 동안 보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신앙을 하기 위해 태국,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등지로 이동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아시아 비비 사건 이후,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에 신성모독혐의로 수감된 40여 명 이상의 소수 종교인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청했다. 또 파키스탄 지도부가 종교자유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사를 임명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