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바 송환법 개정을 두고 발생한 대규모 항의 시위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독교인들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주도하는 등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월 대만에서 한 홍콩인 남성이 같은 홍콩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피한 사건이었다. 대만 당국이 홍콩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자 홍콩 정부는 범죄 용의자의 신병 인도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재 맺고 있는 20개국 이외 다른 나라들로 범죄인 인도조약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개정안 통과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마카오와 대만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으로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이 이 법안을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을 송환하는데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결국 홍콩 시민들이 이 법안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배할 수 있다고 반발하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첫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주최측 추산으로 103만 명에 달했으며, 이는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후 발생한 최대 규모였다.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던 '우산혁명' 당시는 각각 최대 50만 명 정도였다.
이런 대규모 시위가 발발한 것에 대해, 영국 가디언지는 "홍콩은 권리와 자유의 도시인데 (중국으로부터) 이같은 정체성이 끊임없이 위협을 받게 되자 시위로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홍콩 시위에서 기독교인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보도됐다는 점이다.
한창 시위가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홍콩 시위대들이 복음성가인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Sing Hallelujah to the Lord)를 합창할 정도로 기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기독교인들은 시위대에 음식과 쉼터를 제공하고,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는 경찰을 비난하고 있다. 시위에 참석한 홍콩인들이 종교의 유무를 떠나 송환법을 비판하는 교회와 신자들의 메시지와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NYT는 "이들은 모일 때마다 복음성가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를 불렀고, 이 노래가 시위대에 영향을 주면서 공식 '합창곡'이 되었다. 이번 시위에 청년들의 참가도 두드려졌는데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정치의 회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기독교협의회 회장 등 21개 종단 지도자들은 지난달 송환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부가 오로지 법 개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서 "시민들을 상대로 한 경찰의 무력 진압과 충돌 사건에 관해서도 독립적인 조사를 시작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시위 현장 인근에서 미사와 밤샘기도 등으로 송환법의 조속한 철회와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NYT는 "750만 홍콩 인구 중 개신교인과 가톨릭 신자는 전체 9분의 1에 해당되지만, 비폭력 시위를 주도하며 시위대에 위로와 격려, 영감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지난 주말에도 이어졌다.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저항에 6월 12일 예정됐던 법안 심사를 연기하고, 캐리 람 행정장관이 7월 9일 마침내 범죄인 인도법를 폐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약 11만 5,000명의 시위대가 이날 송환법에 반대하며 사틴버스터미널까지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이제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AP통신은 "홍콩의 쳥년들은 시진핑 주석이 홍콩을 베이징 같은 도시처럼 만들려는 시도를 포기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