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해안을 중심으로 대형 산불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산불 연기가 주변 지역 신생아의 출생 체중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산불이 임산부와 태아에 미치는 위해성에 대해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23일 성균관대 의대에 따르면 김종헌 사회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2000년 강원 고성과 동해, 삼척 등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 재해에 노출된 임산부를 대상으로 태아의 출생 체중 등을 분석했다.당시 동해안 산불 재해는 2000년 4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지속됐고, 약 2만3794㏊의 산림을 훼손했다. 연구팀은 통계청 출생신고 자료를 기반으로 산불이 끝난 4월 15일 이후 태어난 신생아 1854명의 체중을 분석했다. 태아의 산불 노출 시기에 따라 임신 1분기(1~16주) 774명(11.2%), 2분기(17~28주) 527명(7.6%), 3분기(29주 이후) 553명(8.0%)으로 분류했다.그 결과 산불 연기에 노출된 임산부가 출산한 아이는 산불 연기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지역의 임산부가 낳은 아이보다 평균 체중이 41.4g(95% 신뢰구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기간별 산불 연기 노출에 따른 체중 감소량은 1분기 23.2g, 2분기 27.0g, 3분기 32.5g으로 분석됐다. 임신 후기에 산불 연기에 노출된 태아일수록 체중 감소폭이 더14 컸다.연구팀은 산불 연기가 태아의 횡경막을 압박해 호흡 수를 증가시키고, 정상적인 산소 공급을 방해해 발달 지연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미세먼지 등의 산불 부산물이 폐포모세혈관 세포와 상호작용해 산화 스트레스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염증을 일으킨다”며 “이런 염증 반응은 혈액 응고를 증가시키는 등 혈관 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태아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혈류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 질병관리청, 산림청, 소방청,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합심해서 산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매뉴얼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앞서 해외에서는 산불이 임산부와 태아에 미치는 건강 위해성에 대해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브라질의 한 연구에서는 임신 1분기와 3분기에 산불에 노출된 태아일수록 저체중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국 콜로라도 지역에서 실시된 연구에선 임산부가 초기 3개월간 산불 연기에 들어있는 초미세먼지(PM 2.5) 등에 노출된 경우 신생아의 출생 체중이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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