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긍정하지 않지만, 동성애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교회”를 꿈꾸는 책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적 답변(예영)>이 출간됐다.

기본 입장은 명확하다. ‘동성애를 긍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임편집을 맡은 노영상 교수(장신대)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학자들이 동성애 반대에 대한 성경구절들을 자신들의 견지에서 해석하지만, 여러 맥락에서 볼 때 그러한 주장이 타당성 없음을 필자들은 언급하고 있다”고 밝힌다.

남은 문제는 동성애자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결혼 제도를 허가해 준다거나, 동성애가 올바르지 않음을 교육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일들은 아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책에서 다양한 학자들과 ‘동성애’라는 큰 나무 아래 다양한 가지들을 뻗어내고 있다.

21세기 떠오르는 전세계 교회 분열 원인… 동성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동성애자 축제 장면.
정원범 교수(대전신대)는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윤리학적 반성’을 시도했다. 특히 ‘교회 분열 원인으로서의 동성애’에 주목한다. 여러 교단들이 동성애 결혼과 동성애자 성직 안수를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성공회를 비롯해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 최근 동성애자 성직 안수를 받아들인 미국장로교 등의 사례를 열거한다. 심지어 가장 보수적인 美 남침례교단 내 오크허스트침례교회와 버지니아하이랜드침례교회 등에서도 동성애를 받아들이며 교단 내에서 갈등과 분열이 싹트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한편에서는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기독교가 게이나 레즈비언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는 하나의 종파운동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게이나 레즈비언들이 그대로 환영받고 용납된다면 도덕 체계와 기독교 진리체계는 무너지게 되리라는 우려를 표명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성윤리적 측면에서 동성애 자체는 창조질서의 왜곡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어긴 죄이지만, 동성애 성향은 고백돼야 할 죄라기보다는 다스려져야 할 유혹이라고 분리한다.

그는 동성애에 대한 목회윤리적 과제에 대해 “자기 의를 가지고 동성애자를 쉽게 정죄하는 행위는 동성애 자체만큼이나 죄악된 일”이라며 “교회는 동성애자들을 정죄하기보다는 그들을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으로 대하며 수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스스로를 동성애자라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의도와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재형성하도록 도전하고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혼란과 불편에 인내심을 가지라… 그들의 변화를 위해

이상억 교수(장신대)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돌봄의 목회미학’이라는 글에서 목회상담학적으로 동성애자들에 대해 ‘조금 참아줄 것’을 권한다. 아파서 우는 사람에게 잘잘못부터 따지는 일은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밥이나 고기를 먹이려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우리가 동성애자들에 대해 ‘성급함’을 가지는 이유를 인간이 가진 특유의 본성에서 찾는다. 우리가 ‘혼란함’ 그 자체이므로 태생적으로 혼란함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가 한계있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모호함과 불완전, 혼란 등에 참을성을 갖고 그들의 아픔과 혼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 우리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자세는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그들의 ‘변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준다면, 누군가에게 감사가 된다면 이미 변화의 역동은 시작된 것이고, 그가 기적적인 변화를 갖지 못했더라도 ‘함께 있다’는 기본적인 공감이 위로로 그 마음에 작동하면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 그는 설명한다.

동성애 문화 속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는


▲두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그린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이 세상에 영화가 없었다면 동성애는 오늘날만큼 사회적 확산을 이루며 지지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강진구 교수(고신대)는 약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 대중문화 속 동성애를 살피는 일이다. 강 교수는 “1990년대 이전만 해도 동성애에 대한 묘사를 영화 속에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한번쯤 영화 속에 집어넣는 일이 매우 가깝게 활용되고 있다”며 “특히 영화 <친구사이>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 취소 판결은 동성애 문화는 법적 보호를 받으며 당당히 우리 사회의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동성애 영화들은 표현방식과 주제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주홍글씨(2004)>, <왕의 남자(2005)>처럼 동성애 코드를 가진 영화 △<필라델피아(1993)>, <내일로 흐르는 강(1995)>처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주제의식으로 드러낸 영화 △<해피투게더(1997)>, <브로크백 마운틴(2005)>처럼 동성애 그 자체의 미학을 추구하는 영화다. 이중 가장 위험한 종류는 동성애 영화의 사랑을 보편적 인간들의 이야기로 해석하는 마지막 사례다.

강 교수는 일본 영화 <메종 드 히미코(2005)>를 들어 동성애 영화의 설득 구조를 분석한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생각으로 가득 찬 지성적 관객마저도 마음을 흔들리게 만드는” 이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상황을 부각시킨 다음, 동성애자들의 삶에서 진한 휴머니즘을 풍겨주고, 마지막으로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시각의 변화와 교정을 시도한다. 주인공인 이성애자 여성 샤오리는 게이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삶을 살다 아버지의 ‘젊고 잘생긴’ 남자 애인의 제안으로 게이 요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스토리 구조다.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적 답변.

강 교수는 “관객들은 여주인공 샤오리의 눈을 통해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동성애자들을 향한 주인공의 변화된 시각을 마음에 담아두고 극장을 나설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이성애와 동일시하고 지지해야 진보적이며 엘리트가 되는 양 착각하는 세대를 향해 그리스도인은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야 한다”면서도 “그리스도인의 대안은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문화적 공세를 사회적 방패로 막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적인 접근을 통하는 일이 보다 현명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대중들의 호응을 일으킬 만한 아름다운 이성애 영화를 만들어 동성애자들을 이성애 현장으로 끌어들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레닌이 말했듯 ‘영화는 가장 힘 있는 예술’이고, 특히 감성이 발달한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