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인원 수 감소로 골치를 앓고 있는 영국 성공회에서 사람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예배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늘날 영국 성공회에서 주일예배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90여분에 이른다. 그러나 조나단 글레드힐 리크필드 주교는 앞으로는 예배가 50분을 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런던 주교들의 모임에서 제안했다고 현지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예배에 참석하기보다는 남은 일을 하거나, 수면 보충, 지인들과의 약속, 자녀 교육, 쇼핑, 기타 취미 활동 등에 주일을 보내기 원하고 있다. 평일 날 이어지는 바쁜 스케줄들 탓이다. 그러니 주일 날 이들의 발길을 교회로 돌리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예배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고 글레드힐 주교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바꾸어야 할 것은 설교를 보다 짧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제안했다. 영국 성공회 교회들에서는 보통 설교가 40분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설교가 길어질 수록 청중들의 집중력은 달아난다”고 말했다.

글레드힐 주교는 또 예배 절차들을 간소화해야 한다고도 성직자들에게 당부했다. 예를 들어 상당수 영국 성공회 교회들이 주일예배에 성찬식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는 “성찬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이의는 없지만 이는 때로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매주 하기보다는 반드시 해야 할 때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너무 오래 기도하고, 너무 오래 찬양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글레드힐 주교는 한편 이처럼 예배 시간을 줄이는 것이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오지 않는 이들이 예배에 참석해 불편함이나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덜 받게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예배에 나와서 받은 느낌은 다음에 또 교회로 나오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며 “그들 입장에서 너무 긴 예배는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은 영국 성공회가 지난 6년간 계속해서 예배 참석 인원 수 감소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글레드힐 주교의 주장은 전통주의자들에게는 본질을 벗어난 고육지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배가 현대인들의 삶의 양식에 맞게 적절한 변화를 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을 표하는 교회들도 있을 듯하다.

한편 예배 시간 줄이기는 로마 가톨릭의 공식 정책이기도 하다. 지난 해 바티칸은 성직자들에게 사람들의 집중력이 흐려지지 않도록 설교를 8분 이하로 줄이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