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성공회 성당이 이달 중순부터 동성 커플의 결혼식을 주재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성공회 내 가장 큰 성당 중 하나인 패서디나 올세인츠성당은 지난 달 중순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이 동성 간 결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함에 따라, 최근 ‘결혼 평등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올해로 125주년을 맞는 이 성당의 수석사제 J. 에드윈 베이컨 주니어 신부는 성당측이 “결혼식을 올리는 모든 커플들을 동등하게 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성공회 뉴스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립 서비스 차원이 아닌 결혼의 평등을 지지하는 구체적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고자 한다”며 “이같은 용기는 하나님의 사랑을 정의와 자비를 행함으로써 드러내라는 성경의 말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성공회의 대부분 주교들은 동성애자의 권리를 지지하고 있지만, 동성 결합에 대한 관구 차원의 입장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작년 9월 친동성애 정책을 중단하라는 세계 성공회의 촉구에 미국 성공회는 일부 교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동성 결합 축복과 동성애자 사제 임명을 ‘자제’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성공회 캐서린 제퍼츠 셔리 수좌주교는 이미 이뤄진 동성애자 사제 임명은 취소할 수 없으며, 동성애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노력은 교단 분열을 불사하고서라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미국 성공회와 세계 성공회의 갈등은 동성애에 반대하는 미국 성공회 교구들의 탈퇴와 10년에 한번 개최되는 최고 성직자 회의인 램버스 회의를 앞두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구들이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의 교단 분열로 드러나고 있다.

한편 올세인츠성당의 이번 방침에 보수 기독교계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풀러신학대학 리처드 J. 마우 총장은 패서디나 지역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올세인츠성당)의 결정은 매우 중대한 실수”라며 “동성 간 결합을 도덕적 기준이 아닌 성경적 정의와 자비에 (잘못) 연결시킴으로써 그들은 전통적 결혼의 지지자들과의 대화를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우 총장은 또 “베이컨 신부는 세계 성공회와 다른 길로 접어들고 있으며, 이 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에게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지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