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기쁨과 함께 우리는 한 해의 아쉬움을 경험합니다. 우리 장애인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한 해를 되돌아보면 두 가지 느낌이 떠오릅니다. "자랑스럽다"는 것이요, 또 하나는 "짠~하다"는 것입니다.

왜 자랑스럽고 짠~ 할까요? 세상에는 많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경제적으로, 문화,예술적으로, 지적으로 잘 나고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선교를 하는 나로서는 장애를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로 여기며, 밑도 끝도 없는, 그러면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들이야말로 영광의 면류관이요, 나의 가장 귀한 자랑이 되는 분들입니다.

발달장애 남아를 가지고 있는 어머님이 말씀하십니다. "예전에는 이 아이가 큰 짐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화요모임을 통해 말씀을 듣고, 사랑의교실에 참여하면서 내 아들의 장애 속에서 '자유함'을 느꼈습니다. 장애아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전신장애 딸을 가진 부모님도 고백합니다. "이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 우리는 두 번째 아이를 갖지 않기로 작정했어요. 앞날을 생각하면 캄캄할 뿐 이었습니다. 그러나 산호세로 이사케 하셔서 밀알을 만나게 되었고, 헌신적인 봉사자들과 말씀의 인도를 통해 장애가 '축복의 통로'가 됨을 경험합니다. 우리를 보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딸 아이지만 볼 때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경험합니다. 얼마나 예쁜 지 모르겠어요"

올해는 문소영 자매와 김재봉 형제의 결혼식도 있었습니다. 결혼이 행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지만 두 사람의 알콩달콩 신혼생활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전혀 반대의 성격, 반대의 지역, 반대의 장애(?), 순 반대투성이의 남녀가 만났으니 어려움이 왜 없겠습니까만은 무작정 신혼집에 쳐 들어갔더니 얼마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지...

이러기에 자랑스럽고,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밖에도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되신 우리 밀알식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기쁨의 결실을 맺은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격려합니다.

물론 올 해에도 피하고 싶은 일들을 만난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하늘을 향해 "주여~"하고 안타까움과 간구가 뒤섞인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밀알의 든든한 지킴이이신 집사님이 암이 재발하셨고, 어느 성인장애인은 점점 심해져서 요양원에 보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마음의 상처로 인하여 마음의 문을 닫으신 분들도 있습니다. 고통이 너무 심해서 문 밖에도 나오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큰 고난이 쓰나미처럼 닥친 분도 있습니다.

"하나님, 이 고난을 왜 주십니까? 너무 힘들어요, 주님!" 이렇게 투정어린 기도를 드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음성과 위로를 듣기를 원해서 책을 뒤적였습니다. 아무리 많은 답을 주셔도 또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나의 연약함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좋은 글이 있어 적어봅니다.

"흐르는 냇물에서 돌들을 치워버리면, 그 냇물은 노래를 잃어버린다. 인생에서 역경과 고난의 돌을 치워버리면 우리 삶이 노래할 아름다운 소리를 잃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고난과 역경이 없는 평탄한 길만을 구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고난과 역경을 이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해야 한다. 고난을 통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을 의지해 승리하는 진리를 배워야 한다." (김성제,"꼬치구멍 이야기"중에서)

그렇습니다. 승리하는 것도 기쁨의 결실이요, 고난을 통해 얻어지는 교훈도 기쁨의 결실입니다. 그러므로 올 한 해의 모든 것이 믿음으로 깨닫는다면 '기쁨의 결실'이 되는 것입니다.

씨는 아무나 뿌리는 것이 아닙니다. 농사에 대해 잘 아는 농부만이 씨를 뿌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잘 아는 자가 눈물로 씨를 뿌릴 때 기쁨으로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하나님의 약속을 확신하고 은혜를 맛보았기에 우리 모두는 새해에도 기쁨의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사함으로 한 해를 마감하며, 소망 가운데 한 해를 맞이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