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대선 후보 등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제 17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주요 후보 종교가 대부분 기독교(가톨릭, 개신교)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가톨릭 신자인 경우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 등록 당시 후보자가 작성한 신상명세서 ‘종교’란을 보면 여론조사에서 1위부터 8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선 후보 중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정근모 참주인연합 후보 두 명이 기독교(개신교)였으며 이회창 후보(무소속),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이인제 민주당 후보,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등이 모두 6명이 가톨릭이었다.

먼저 이명박 후보와 정근모 후보가 독실한 크리스천임은 궂이 설명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소망교회 장로인 이 후보는 기독교인으로서 색깔이 가장 분명하다. 모친 생전에 새벽 4시에 5형제를 깨워 기도를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색깔이 분명해 이번 대선에서 기독교계 내에 정치 참여 문제를 더욱 뜨겁게 만든 원인을 되기도 했다. 그만큼 대부분 기독교계 인사가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부인 김윤옥 권사가 불교계로부터 법명을 받았다는 사실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지만 오히려 3년 전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타 종교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전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청와대에 교회를 세울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삼성제일교회 장로인 정근모 후보에게 신앙은 젊은 나이에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 남긴 유산과도 같다. 미국에 머물던 당시 30대에 이미 세계적인 과학자로 인정받았던 정 후보가 유수의 직책을 뒤로하고 ‘민족화합을 위해 헌신 하겠다’며 귀국한 것도 그의 신앙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독실한 신앙인이라는 점이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오히려 기독교계로부터 ‘교회를 분열 시킨다’는 이야기를 나오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다수를 차지한 가톨릭은 유독 대선과 인연이 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토마스 모어’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 역시 ‘유스토’라는 세례명 가톨릭 신자다. 둘 다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유일하게 지난 2000년과 올해 초 각각 교황청을 방문하기도 했다.

두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아 대선에 출마한 정동영 후보는 세례명이 ‘다윗’인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다. 부인 민혜경 여사와 결혼하며 가톨릭 신자가 됐다. 최근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이사하면서 남가좌동 가좌성당에 나가고 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 ‘노인 폄훼발언’으로 곤욕을 치를 때는 양재동 성당을 찾아 기도를 드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후보는 ‘올라프(노르웨이 수호성인)’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다. 그가 가톨릭 신앙을 가지게 된 계기는 독특하다. 6.25 직전 현직 검사였던 부친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이후 어느 날 불쑥 “가족이 모두 가톨릭에 입문한다”라고 명령을 하달했다고 2002년 대선 전 한 일간지가 보도했다.

이 후보는 그렇게 신앙을 갖게 된 후 가톨릭 발전후원회장을 맡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97년 대선 당시 극동방송과의 대담 프로에서 주일 공무원 시험 반대 입장을 주장해 불교계 거센 항의를 받은 것도 가톨릭 신자로서 정체성을 보여줬던 사례다.

문국현 후보는 그레고리오 라는 세례명이 있다. 지난 5일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삼성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전격 방문한 이후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소아마비 장애인인 여동생이 천주교 영세(세례)를 받고 싶다고 해서 같이 받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권영길 후보 역시 부부가 모두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부인 강지연 여사와 함께 매주 미사에 참석한다.

심대평 후보 또한 임마누엘이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충남도지사 시절인 지난 2005년 가톨릭 성도 5천여 명이 모인 ‘천주교 대전지역 성체 현양대회’에서 축사를 전하는 등 가톨릭 행사에 적극적인 협력을 보여 왔다. 지난해 충남도지사 퇴임식에는 가톨릭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직접 인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