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54년 동ㆍ서방 교회의 대 분열 이후 서로 독자노선을 걸어오던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가 950여 년간의 긴 반목의 고리를 끊고 통합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시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 판이 16일 보도했다.

오는 23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세계 추기경들을 바티칸 로마교황청으로 소집, 그리스정교회와의 통합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가톨릭교회와 그리스정교회 대표가 공동으로 작성한 '라베나 로드맵'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라베나 로드맵은 가톨릭을 대표한 발터 카스퍼 주교와 정교회의 지지오우라스 주교가 지난달 이탈리아 라베나에서 교회 통합을 위한 회동을 갖고 작성했으며 총 46개 단락으로 이뤄졌다. 내용은 “가톨릭과 그리스정교회 주교들이 모여 합법적 교회의 신조와 원칙에 관한 문제를 의논하고 결정하는 새로운 ‘공의회’ 개최”를 골간으로 한다.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공산주의 몰락을 위해 열정을 바친 요한 바오르 2세 전임 교황처럼 베네딕토 16세 현 교황도 교회 통합에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양 종파가 통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고 보도했다.

특히 그리스정교회의 두 축인 모스크바와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간의 알력이 통합의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라벤다에서 열린 회동에서 모스크바 측 대표가 협상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는 데, 이에 따라 로드맵에는 모스크바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던 것.

또 교황의 위치도 논란거리다. 그리스정교회에서는 교황의 위치를 주교 중 '프리머스'(제1인자)라고만 인정할 뿐 서방에서처럼 무소불위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교회의 아타나시오스 주교는 “프리머스는 다른 주교의 동의 없이 어떤 일이나 할 수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