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밤을 마치고 재충전을 위해 깊은 산 속으로 기도하러 갔습니다. 야곱이 사막에서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잤을 때 하나님을 만났던 장면을 회상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주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길을 떠났습니다.

기본 음식과 침낭을 차에 싣고 10,000 ft 가 넘는 산에서 라면으로 요기를 한 다음 조용히 별을 보며 차 안에서 묵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이제는 드문 드문 지나가던 자동차도 없고 말 그대로 고요한 산의 적막함이 온 몸을 휘감고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성경을 보고 기도를 마치고, 잠 자리에 들기 전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에 나갔습니다. 이미 안 쪽에서 문을 잠궜고 필요한 뒷 문만 열고 차가운 밖의 공기 속으로 뛰쳐 나왔지요. 그리고 추운 공기가 들어갈까 싶어 잽싸게 닫았습니다. 그런데,"아뿔사!" 문이 잠긴 것입니다. 차 열쇠는 차 안의 성경책 옆에 고스란히 놔 둔 채...

별이 유난히도 밝게 빛나는 10,000 ft 산상에서... 저의 눈은 캄캄 그 자체였습니다. 전화기도 터지지 않는 깊은 산 속... 문을 열고자 이리 저리 생각하고 두드려보고, 안테나를 떼어 유리창 속으로 끼워도 보고... 요즘 차는 왜 그렇게도 잘 만들었는지... 도대체 틈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1 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드디어 마지막 결단을 내렸습니다.
얼어 죽는 것느냐, 차 유리창을 부수는 한이 있어도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느냐... 미니 밴 자동차를 몇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싼 유리가 어느 쪽일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습니다. "주여, 지혜를 주옵소서. 제일 싼 곳이 어디입니까?"

맨 뒤쪽의 유리는 작지만 자동으로 여닫는 특수장치가 있어 결국 운전석 뒷 문을 깨기로 하였습니다. 날카로운 돌을 집어 문을 열 수 있는 공간만을 만들고자 구석퉁이를 힘껏 내리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차 유리창이 이렇게 튼튼한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습니다. 더 날카로운 돌로 쳤지만 약간의 흉터만 나고 조금의 요동도 없었습니다. 또다시 절망...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주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좋으신 하나님은 내면의 음성으로 다가오셨습니다. "더 큰 돌로 쳐라!"

주변의 돌 가운데 들수 있을 정도의 큰 돌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내리쳤습니다. "와장창!" 한 순간에 사탕이 쪼개지듯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그리고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건을 두 장 꺼내어 약간 가리고 있는 옷 없는 옷 다 껴입고 침낭에서 그렇게 깊은 밤에 잠을 청하였습니다.

요한복음 4장에 보면 사마리아의 수가성 여인이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생수이신 그리스도를 받아들였을 때 여인이 버려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남편 아닌 남자들, 그녀의 패배의식들, 아픔들, 죄악들... 가장 중요한 구원을 위해 작은 것들은 십자가 앞에 내어 놓아야 했습니다. 은혜를 가로막는 죄의 파편들과 장애물들을 버리면, 가장 큰 하나님의 구원과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못된 장애물이 아무리 크게 보인다 할 지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지극히 작은 것입니다. 작은 것을 믿음으로 버리면 가장 큰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유리를 깨지 않았다면 나는 그 밤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버리는 용기와 결단을 필요한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