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을 찾은 민원인은 출입문 곳곳이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뒤쪽 별관엔 철조망까지 쳐 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문을 열려다가 잠긴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것은 약과다. 본관과 별관을 연결하는 통로도 막혀 있고 새로 지은 별관은 요새를 방불케 한다.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후 1년째 계속되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경남도 청사의 경계는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힌 지난해 2월 26일 이후 강화됐다. 46일 만인 4월 16일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과 강수동 민주노총 경남본부 진주지부장이 별관 옥상 철탑 농성을 벌인 후 경비는 한층 강화됐다.
고공농성은 농성자 건강문제 등으로 8일 만에 끝났지만 도청 본관과 별관, 옆에 있는 도의회 건물 옥상으로 통하는 모든 문이 막혔다.
통로와 계단에는 철조망까지 등장했다.
본관 1층 출입문 6개 가운데 중앙 현관 앞뒤 2곳과 서쪽 민원실 입구를 제외한 3곳에는 자물쇠가 채워졌다.
3곳도 전자칩이 내장된 출입증을 갖다 대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때 민원인과 승강이가 잦았다. 국정조사를 왔던 야당 국회의원이 이 장면을 보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본관 2층 도지사실 앞엔 2명의 청원경찰이 항시 지키고 있다가 홍 지사가 외부로 나가면 1명으로 준다. 별관에서 본관으로 통하는 통로 가운데 도지사 집무실이 있는 본관 2층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이중으로 잠겨 있다.
별관 5층에서 옥상 정원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잠그는 것도 모자라 철제 셔터를 설치하고 다시 자물쇠 6개를 채워놓았다.
일상에 지친 공무원들이 가끔 옥상 공원에 올라가 호흡을 가다듬을 공간도 빼앗긴 것이다.
박석용 지부장 등이 이곳을 뚫고 철탑으로 올라간 것을 의식해서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해놓고 고공농성이란 돌발사태가 벌어지자 불상사가 생길까 봐 엄청나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농 공성 해제 대신에 의료원 폐업은 한 달 유보됐으나 결국 홍 지사는 5월 29일 폐업을 강행했다.
진주의료원 노조는 폐업 이후 법인 청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홍 지사 일정을 따라다니며 시위를 벌이는 '그림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20일께 노조원들이 행사장에서 홍 지사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시위를 한 것은 물론 차량에까지 뛰어들어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홍 지사 일정은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출입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경남도는 도지사 일행과 노조원들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철탑 농성을 했던 진주의료원 노조 박석용 지부장은 지난해 9월 11일 이후 168일째 도청 정문에서 노숙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외곽에도 펜스가 둘러쳐져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노조원들도 경남도에서 고용한 경비인력에 이름과 차량번호를 확인해야 출입할 수 있다.
이마저 27일이면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진주의료원 직원들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구제를 해도 실익이 없다"며 각하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더 이상 노조원이 아닌 자에게 노조사무실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며 철수하라고 통보했다.
2014년 2월 25일 '기계공업의 요람' 창원에 자리 잡은 경남도청과 남강이 흐르는 서부 경남의 중심 진주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