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위치한 월드미션대학교(World Mission University)는 '이 세상의 땅끝까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바라보면서, 문화와 국경을 초월하여 기독교 정신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미 서부 대표 종합대학교'를 비전으로 한다.
1989년 임동선 목사(美 동양선교교회)가 설립한 월드미션대는 최근 3대 총장으로 임성진 박사를 선임했다. 월드미션대 1회 졸업생으로 모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치던 임성진 신임 총장은 안팎의 급속한 도전과 위기 속에 기독교 정신을 지키고 세상을 복음으로 변화시키고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한국을 찾은 임성진 총장을 만나봤다.
-총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한국 분들에게 학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
"1989년 개교 이래 올해가 29주년이고, 이번 27회 졸업생까지 총 922명이 졸업했습니다. 과목은 신학과와 기독교상담학과, 교회음악과가 있고, 학부 수료증부터 준학사, 학사, 석·박사 과정까지 있습니다. 박사는 목회학과 교회음악과가 있습니다.
교회음악 박사 과정은 찬양사역자 양성 프로그램이 있는데, 미국 전체로 봐도 거의 없는 과정입니다. 저희 학교는 ABHE와 ATS 대학원 인가를 받은 대학입니다. ATS 인가 학교 중 찬양사역 전공 박사 과정이 있는 대학은 2-3곳뿐입니다.
무엇보다 세계 선교를 위해 설립된 대학이기 때문에 해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중국 한족을 비롯해 남미 스페인어권이 있고, 7월부터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도 강의가 개설됩니다."
-월드미션대학교만의 특징이 있다면.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은 보통 목회자 후보생들이 많이 찾습니다. 미국 여러 도시에 흩어진 한인들 중 목회 지망생들이 많은데, 그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CBTE(Competence Based Theological Education)라 불리는 목회 능력 배양 교육은 교수와 현장 지도자 두 부류를 멘토로 합니다. 이론은 교수진이 가르치고, 실습은 현장 목회자들이 맡습니다.
현장에서 승인해야 점수가 나갈 정도로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교수진과 함께 학점을 인정하는 방식도 시작됐습니다. 현장 목회자는 자신의 교회에서 설교할 기회를 부여하고, 이론 공부가 제대로 구현되는지 평가합니다. 이는 온라인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NGO 프로그램은 신학교들이 처한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역지가 없지만 신학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을 졸업만 시키고 마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사역자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로서 NGO 과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권 국가 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교육이 시작됐고,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도 협조 요청이 들어와, 포르투갈어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사실 사역자들이 신학적 훈련을 마치고 나서야 교회를 개척하는 게 아니라, 은혜를 받으면 개척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신학적 교육이 필요함을 스스로 느낍니다. 또 아프리카나 중국 선교의 경우 토착화 과정에서 잘못된 신학이 나올 수 있기에, 걸러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교회음악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지요.
"저희 학교 교회음악과 찬양사역자 박사 과정은 탁월합니다. 교회 내에서 음악을 잘 하시는 분들은 보통 신학적 기반이 약합니다. 반대로 신학적 기반이 있는 분들은 음악적 재능이 다소 부족합니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 세대의 교회에게는 학문적·신학적으로 훈련된 음악 디렉터나 사역자들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부분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진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학위가 있는 분 말입니다. 그래서 강사 섭외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앞으로 찬양사역 분야에 사역자들이 많이 필요할텐데, 제대로 교육시키려면 이 과정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탁월한 크리스천 뮤지션들이 많은 LA 뮤직 인스티튜트(MI) 강사들을 모셔왔습니다."
-간호학과 설립을 추진 중이시지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기독교 정신을 가진 간호사들을 배출시켜 간접적으로라도 선교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교회나 목회자들만이 아닌, 사회공헌 차원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교육학과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공립학교의 경우 세속 교육만 시킬 수 있기에, 믿는 자녀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진화론자, 교회에서는 창조론자가 되거나, 둘 속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교사가 많이 양성되면 학교에서도 작으나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저희는 미국 인가기관에서 실행할 수 있는 자원이 충분한지, 그것이 납득할 만한 정도인지 확인하고 하게 하기 때문에, 철저히 자원을 확보한 뒤 시작할 계획입니다."
-초교파 신학대인 만큼, 신학적인 색깔이 궁금합니다.
"동양선교교회가 학교 설립 때 재정을 지원했고 담임이셨던 임동선 목사님이 첫 총장이었습니다. 성결교이셨지만, 초교파 대학으로 시작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초교파'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신학교는 노선에 의해 이름도 정체성도 정해지는데, 초교파라고 하면 다들 이론적으로는 이해하면서도 혼돈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칼빈주의자라면 웨슬리안에 대한 입장 등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열려 있다'고 합니다.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의 장단점을 소개한 뒤, 받아들이는 것은 학생들의 입장이나 배경에 맡깁니다. 우리 학교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데, 이것이 부차적인 이유는 학교 제일의 목표가 '선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계복음선교연합회라는 기관과 협력해 졸업생들이 대부분 목사안수를 받고 있습니다. 연합회는 동양선교교회에서 세운 교회들과 그 선교 정책에 동의하는 교회들이 연합한 단체입니다. 이곳도 신학을 가진 교단이 아니라, 선교를 위한 연합체입니다. 얼마 전 한국에도 설립된 C&MA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C&MA는 교단화됐지만, 저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신학적 논쟁을 삼가는 대신, 선교에 있어 협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교계는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다양한데요.
"굳이 말하자면 저희는 보수적 입장에 서 있지만, 이런 신학적 이슈로 논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동성애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거부할 것입니다. 굳이 입장을 밝히자면, 저희는 웨슬리안을 포용하지만 중도적 칼빈주의를 선호합니다. '온건한 칼빈주의'랄까요? 그렇다고 그것이 학교의 정체성이라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설립자의 신학적 노선과 비슷할 것입니다."
-목회자 배출은 신학적 노선과 관계 없는 것인가요.
"신학자를 키워내려면 노선이 분명해야겠지만, 목회자는 그렇진 않습니다. 신학적 포용성도 있어야 합니다. 어떤 틀에 갇히는 것은 이 시대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구분 없이 막 들여오자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입장을 알고 자신의 입장을 정하는 게 합리적인 태도 아닐까요."
-'북한 선교'에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NGO 프로그램을 적극 하고자 합니다. 통일이 되거나 북한이 열리면 선교하러 가고자 하는 목회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목회학만 공부한 상태입니다. 신학만 들고 가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도리어 NGO 사역을 통해 접촉점을 만들고 서서히 선교하는 방법도 부분적으로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희 NGO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NGO 사역들을 소개하고, 법률적 문제와 자원 마련, 행정과 네트워크 형성 등 실제적 부분들을 교육할 것입니다. NGO가 쉬워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해보라고 하면 답하기 어렵습니다. 각각 독특한 기능을 가진 NGO들을 시작할 수 있겠지만, 행정·재정·법률적 준비 없이는 많은 시행착오가 생길 것이므로 교육을 통해 준비하려 합니다."
-교계가 여러 NGO들에게 가진 불만은 '구제'에만 신경쓰다 '복음'이 약화되고 있는 점인데요.
"그런 부분을 교육하고자 합니다. 비즈니스 미션(Business as Mission, BaM)이나 미셔널 처치(Missioal Church) 등을 통해 NGO 사역에도 보완이 필요합니다. 선교신학적 구조를 구축하지 않으면, NGO는 자칫 선교와 무관한 기관이 될 수 있습니다. 미셔널 처치도 뚜렷한 원리와 함께 미국에서 독특한 형태의 교회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결과물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총장 재임 기간 동안 포부가 있으시다면.
"간호학과 설립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그리고 CBTE를 바탕으로 한 신학교육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NGO 과정을 통해, 교회 사역만 기다리는 이들이 다양한 사역지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이끌 생각입니다.
저는 이 학교 1회 졸업생이고, 설립자이신 임동선 목사님이 작은 할아버지 되십니다. 목사님 생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총장직을 권유받았지만, 설립자에게 누가 될 수 있어 사양했습니다. 이제 돌아가신지 1년 됐는데, 이번에 구성원들 모두가 추대해서 수락했습니다. 설립 때부터 내려온 학교 정체성을 잘 지켜내고자 합니다."
-입학을 고려중인 학생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저희는 미국 신학교도 아니고, 한국의 총신대나 장신대처럼 규모가 큰 대학도 아닙니다. 그런 것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만족감을 드리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 오면 세계를 볼 수 있고, 다양한 민족들을 LA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신학과 인종을 접하면서 선교와의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고, 다양한 교회를 보면서 기독교에 얼마나 다양한 예배 형태가 있는지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쯤은 오픈된 신학적 입장에 서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아가 영어를 공부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보다는 영어 습득이 용이합니다. 목회학 석사(M.Div.) 과정부터 유학을 하는 것은 좀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그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해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인 학교 가운데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희 학교에서 공부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첫 회 졸업생 대부분이 선교사로 나가 있습니다. 그만큼 선교에 열정이 있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십니다. 온라인 과정 학생들 대부분도 선교사입니다. 학생들도 매년 의무적으로 단기선교에 참여합니다. 그만큼 선교를 중요시하고, 교수진도 선교학 전공이 가장 많습니다.
선교에 강조점이 있는 학교이고, 개인적으로도 늘 선교에 대한 마음과 종말에 대한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 주님이 데리러 오셔도 갈 준비가 돼 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하나는 나 혼자 천국 가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세를 갖고 기독교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도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