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대통령이 정치적인 생명을 걸고 추진했던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힘을 얻고 있다.지난 주 대법원이 국민들을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이로서 지난 100년동안 어떤 대통령도 이루지 못했던 전국민 의료보험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혹자는 이를 가리켜 오바마케어라고 한다.

지금 필자가 한국을 방문중인 이유로 해서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에 대한 많은 질문이 나온다. 그럼 지금까지 미국에는 전국민 의료보험이 없었냐며 의아해한다. 그렇다. 지난 수십년간 타의 추종을 불허하면서 경제 1위의 대국을 자처하고 있는 미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치과보험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웬만한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치과보험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매달 비싼 보험료를 내는 것보다 차라리 아플때에 목돈이 들어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국사람들의 입안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엉망이라는 농담도 한다.

그런데 의무보험이란 사실상 보험이라기 보다는 세금에 가깝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보험이란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해서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100를 확실하게 현금으로 받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절반의 위험이 있더라도 이기면 $200를 받고 지면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위험한 선택을 더 좋아하는지? 설사 위험을 즐기지는 않더라도 보험료를 낼 여유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평생 감기한번 걸리지 않는 건강한 사람에게 강제로 보험료를 내라고 하는 일은 개인의 선택을 침해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을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것은 사회보장의 성격이 크다. 수입에 비례해서 모두가 돈을 모으고 (보험료를 내고) 필요한 사람이 (아픈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나라에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강제로 참여하라는 뜻이다. 결국 세금이 된다.

아무도 자신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는 일은 필요할지 모른다. 그래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개인과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 사회보장이란 근본적으로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한다. “나”란 존재는 “우리”라는 범주 속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없이는 온전한 “나”는 존재할 수 없다.

성경을 보면 나와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질문이 생긴다. 어떤 한사람이 잘못해서 모두가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직접 지은 죄가 아닌데 다른 사람의 결과로 내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반대로 내가 잘해서 우리 모두가 혜택을 받는 예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한사람의 범죄로 자손들이 저주를 받기도 하고, 한사람의 삶이 모든 자손들에게 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성경의 눈으로 인간을 보면 “나”는 결코 아무 연고없이 생겨났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바람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한사람의 범죄로 인류가 타락하고 다시 다른 한사람으로 인해서 모든 인류에게 구원의 길이 열린 것이 성경의 증거하는 것이다.

비교를 위해서 약간 단순화시키면 민주당의 정책은 “우리”를, 그리고 공화당의 정책은 “나”를 우선에 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느 한쪽이 항상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서로 보완관계에 있는 것이지 대체관계가 아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양당이 서로 견제를 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일을 막고 있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게 되면 반드시 폐단이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더 필요한 것들을 채워야한다. 중용이란 무조건 가운데를 고집한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