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장로교회 이름에는 OOO이 없다

조지아 콜럼버스에 위치한 반석장로교회 이름에는 '코리안'이라는 말이 없다. 지역 내에서 대표적인 한인교회지만 '코리안'을 강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 이름에 '한인'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부인하거나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보병훈련소가 위치한 콜럼버스의 지역적 특성상 다문화 가정이 많고, 전 세계의 군인들이 오는 곳인 만큼 다문화, 다민족을 품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져 있어요. '코리안'이라고 해 놓으면 혹시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잖아요. 교회는 누구나,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곳이 되야 합니다."

반석교회는 10여 년 전부터는 모든 세대가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1.5세, 2세 자녀들은 물론 한인 여성들과 결혼한 남편들의 모국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예배 진행을 한국어와 영어로 하되, 설교 시간에는 한어권과 영어권이 나눠져 말씀을 듣는 형태다. 이후 친교나 교회 봉사 역시 모든 성도가 함께 한다. 혹자는 반석교회의 예배를 머지 않은 이민교회의 모습이 되야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군인가정이 많아 성도들의 상황이 유동적인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린 교회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한국학교 교사들은 많은 분들이 대학원 출신으로 12명의 교사가 27명의 학생을 담당합니다. 지역에서는 가장 오래된 한국학교로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갖고 효과적으로 가르치지만 무엇보다 교사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교회에서 투자를 많이 합니다. 상록학교는 매주 화요일 5시간씩 모이는데 60세 이상 어르신들 40분 이상 섬기고 있고, 교회에서 제공하는 영어학교, 컴퓨터 학교는 미국인 선생님들이 자원봉사자로 섬기세요. 또 교회에서 소풍을 가거나 운동대회를 하면 평소 교회에 오길 어려워 하는 군인 남편 분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와 '계급장 떼고' 신나게 놉니다. 예배를 중심으로 한 경건한 교회 생활은 전제하고, 팍팍한 이민생활에 작지만 즐거움과 활기를 주고자 잘 노는 교회라고 할 수 있죠(웃음)."

받는 교회가 아니라 힘써 주는 교회로

반석장로교회는 얼마 전 오랫동안 준비해온 새성전 건축을 과감히 포기했다. 콜럼버스 지역은 경기를 타지 않는 군부대 지역이기 때문에 경기침체로 인한 재정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교회, 주는 교회가 되고자 건축을 포기하고 극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매입하기로 한 것. 큰 대형창고 4개와 32개의 사무실을 갖춘 기존 건물을 개조해 우선적으로 교회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교실을 확보하고, 교회 옆에 지역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뛰어 놀 수 있는 체육시설을 갖춘 다목적 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건축을 포기한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해오던 지역사회 섬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이다. 반석교회는 받는 교회가 아니라 '주는 교회'가 되고자 섬김의 영역을 한인사회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있다. 교회 근처에 위치한 중학교 두 곳에서 4명, 고등학교 한 곳에서 2명의 장학생들에게 매년 500불씩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역 홈리스 사역기관을 돕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양로원을 섬기는 일은 물론, 새로 이사 오는 군인 가족들의 정착을 돕는 민간단체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오랜 섬김과 다양한 활동으로 반석교회는 단지 한인들을 위한 교회가 아닌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라는 인식 때문인지, 매달 첫 번째 월요일 기도로 시작하는 시의회에 박성만 목사가 종종 초청받아 기도를 인도하고 있기도 하다.

무저갱에 떨어지면서 붙든 예수님 십자가,
'빈손 들고 앞에 가 십자가 붙드네'


교회 사역과 섬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하던 박성만 목사는 기자의 질문에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대학 2학년 때, 급성신장염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잘못돼 무려 3년 6개월 동안 명동성모병원에서 요양치료를 받게 된 그는 엄청난 고통 속에 하나님께서 소명을 주셨다고 회고했다.

"요양치료를 받는 마지막 일주일은 고통의 절정이었어요. 담당의사는 부모님과 목사님을 불러 놓고 희망이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중환자실에 있는데 무저갱(지옥)의 체험을 했습니다. 정신을 잃고 끊임없이 끝없는 지옥으로 떨어지는데 악을 지르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 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 마지막에 '예수님 십자가!'를 외치는 순간 밝은 빛이 들어오면서 정신을 차렸어요. 다음날 남자 간호사가 오더니 자네는 밤새 무슨 배설을 그리도 많이 했냐고 하더라고요. 모든 핏덩어리 불순물을 쏟아내고 기적적으로 치유된 것이죠. 그 이후 제 삶은 한 마디로 찬송가 188장 3절, '빈손 들고 앞에 가 십자가 붙드네' 밖에는 없었습니다."

외아들로 집안의 기대와 안락한 삶의 길을 등지고 그 길로 대학을 자퇴하고 신학대에 입학한 박성만 목사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본의 무속신앙을 접해 한국에서 전파하는 총수역할을 했던 아버지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학자이던 아버지는 신학공부를 하는 아들을 핍박하기 보다는 앉혀 놓고 조리 있게 따지며 그를 반대했고, 박 목사의 신학교 동기들은 무속신앙의 총수인 아버지를 둔 그의 사역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아버지와의 갈등이 참으로 괴로웠는데 오히려 신앙이 굳건해 지고 목회자로서의 담력, 인내와 관대함을 갖게 해주셨죠. 어려울 수록 성경 속 아브라함을 붙들었고 우상숭배자의 가정을 알게 됐습니다. 감사하게도 완고하시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2년 전 자신이 평생을 바쳤던 무속신앙의 서적을 불태워 버리고 회심해 세례를 받으시고 아들 품에 안겨서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반석장로교회 Youth and Kids

교회와 지역, 대륙을 잇는 '1 Through 17 Window'

'1 Through 17 Window' 사역은 반석장로교회가 앞으로 혼신을 다해 섬겨갈 비전이자 선교의 방향이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1세부터 17세에 이르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복음 안에 올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작게는 반석교회의 청소년들,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의 청소년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섬기고자 하는 것. 체육관 건축이나 장학금 지급은 다 이와 연관된 사역이다. 또한 크게는 각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학교를 건축해 미래를 다지는 일이다.

"오랫동안 단기선교를 다니면서 깨달은 한가지는 그 나라가 진정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복음으로 변화되어 사회 지도자로 서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중미의 니카라과, 남미의 파라과이, 유럽의 알바니아, 중동의 키르키지스탄, 아프리카의 케냐 맛사이족, 중국의 조선족 등 각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나 민족을 정해 학교를 세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선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Through 17 Window'를 깨끗이 청소하고 들여다 보세요. 이 안에 우리 2세들이 세대와 문화, 언어격차로 인해 얼마나 갈등하고 있는지,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킹에 익숙한 세계 젊은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 사회 가운데 진리가 없어 힘들어 하는지...이들을 제대로 봐야 세계 선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교회에서 자라는 '1 Through 17', 교회 주변의 '1 Through 17' 아이들을 섬기면서 네트워킹 하고 전 세계의 '1 Through 17' 세대를 돕는 일에 비슷한 비전을 갖고 사역하는 뉴욕프라미스교회(담임 김남수 목사)의 '414Window' 사역과 연계해 갈 예정이다.

목회의 원칙도 방법도 비전도 '섬김'

1979년 뉴욕에 공부하러 온 박성만 목사는 뉴욕 지역에서 7년간 부목사 생활을 하고 보스톤 지역으로 청빙받아 가려다 보스톤 공항에서 갑작스럽게 쇳덩이로 눌리는 느낌이 들어 기도원으로 향했다. 기도하는 중에 뉴욕에서 콜럼버스로 내려간 한 장로님이 전화해 컬럼버스에 교회가 필요하니 내려와 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거짓말처럼 순간 몸이 가벼워져 하나님의 뜻임을 확신하고 한달 만에 짐을 싸서 내려온 것이 1985년 12월이다. 올 해로 27년을 맞는 반석장로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끌어 온 목회원칙은 변함없이'섬김'이다.

"목회의 원칙도, 방법도, 비전도 섬김입니다. 병들거나 억울하게 목회와 선교를 마감한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그 첫째 대상이고, 이민 1세로 오갈 데 없는 어르신들이 두 번째 대상이며, 1살부터 17살까지 다음세대가 세 번째 대상 입니다. 저를 고등학교 때 전도해 준 김광수라는 친구가 필리핀 선교사로 나가 11년간 사역을 하면서 각종 풍토병에 걸린데다 밀림 지역에서 지프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면서 본국으로 후송됐는데 막상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고생하는 걸 봤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 교회가 병들고 은퇴한 선교사님들, 억울하게 쫓겨난 목사님들에게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죠. 작지만 교회 전체 예산의 1/4은 그런 분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반석교회는 섬김과 비전을 좇아 온 교회가 썩어지는 '밀알의 교회'가 되길 꿈꾼다고 했다. 다문화가 가정을 섬기면서 신앙적인 부분은 박성만 목사가 이끌어 주지만 여성들의 말 못할 고민이나 아픈 상처는 사모가 상담해주다 보니 오른쪽 귀의 신경이 손상돼 청각을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섬김에서 진정한 기쁨이 오기 때문에 이 사역을 멈출 수 없다.

"성경적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섬기며 운동이나 캠핑 등 가족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반석교회는 앞으로도 언어나 문화, 사회적 계급을 모두 내려 놓고 하나님 안에서 하나되는 축제의 교회가 되길 소망하고 나아갈 것입니다."

반석장로교회는 '서로가 서로를 섬기는 삶'을 지향하며 매주일 오전 8시 한국어 예배, 10시 영어 예배, 오전 11시 한국어와 영어 예배를 드리며, 청소년 예배는 오전 11시 30분, 어린이 예배는 오전 11시에 드려진다. 주소는 1728 Floyd Rd. Colombus GA 31907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화 215-542-5686, 웹사이트 www.rockpc.org를 열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