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예루살렘을 통과하는 중앙 산지의 고대 도로를 탐방한 내용을 소개한다. 출발 장소는 힌놈의 아들 골짜기 서쪽 기차 정거장에서 시작하여 스코틀랜드 교회 언덕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였다. 성경 시대의 고대 도로를 정확히 짚어 따라가며 그 길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살펴볼 수 있다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훨씬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다.

▲예루살렘 기차 정거장과 스코틀랜드 교회가 위치한 언덕
브엘세바에서 시작된 중앙 산지 길(각주 1)은 헤브론과 베들레헴을 지나 예루살렘- 미스바- 실로- 세겜- 도단- 제닌- 이스르엘 평야로 연결되었다. 중앙 산지 길은 가나안 시대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예루살렘에 성전 (솔로몬, 스룹바벨, 헤롯 성전)이 있었을 때, 유대인들은 일 년에 세 차례 (유월절, 칠칠절, 장막절) 성전을 방문하였다.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바로 이 중앙 산지 길을 따라 성전을 방문했다. 예수님도 이 길을 이용하셨고, 사마리아 수가 성 여인을 만나기도 하셨다 (요 4).

베들레헴에서 헤브론 길 (Hebron Road)를 따라 예루살렘 기차 정거장과 스코틀랜드 교회가 서 있는 언덕과 킹 데이빗 호텔 (King David Hotel)을 지난다. 여기에서 고대의 길은 북동쪽으로 향하여 쉬브테이 이스라엘 (Shivte Yisrael)를 따라가면 세겜 길 또는 나불루스 길 ((Shechem road or Nablus road)과 만난다.

현대의 포장된 세겜 길로 고대의 산지 길을 그대로 이용한 것으로 이 도로 상에 위치한 성경 시대의 유적이 프렌치 힐 (French hill)에서 발견되었다. 프렌치 힐에서 발견된 고대의 유적은 시대 범위가 이스라엘 시대 말에서부터 페르시아 시대에 이른다. 프렌치 힐의 유적은 중앙 산지 길을 보호할 목적으로 건설된 마을이었다.

사사기 19장에는 이 산지 길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잘 묘사하고 있다. 에브라함 산지에 거하던 한 레위 사람은 유다 베들레헴으로 돌아간 아내를 데려오기 위하여 중앙 산지 길을 이용하였다. 레위 사람은 베들레헴의 장인 집에서 여러 날 머문 후 다시 이 길을 따라 베들레헴에서 에브라임 산지로 돌아가던 중 여부스 맞은편 곧 예루살렘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해가 지려 하였다. 레위 사람은 이방인의 도성인 여부스 성읍에 머무는 것을 원치 않아 조금 더 길을 행하여 베냐민에 속한 기브아에 이르렀을 때에 해가 졌다. 이 이야기 중에 여부스 맞은편은 예루살렘 기차 정거장과 스코틀랜드 교회가 위치한 언덕을 가리킨다. 이 언덕은 힌놈의 아들 골짜기를 끼고 있는 서쪽 능선을 가리킨다. 레위 사람은 앞에서 언급한 경로를 따라 베냐민의 도성인 기브아로 향했다. 기브아는 현대 피스갓 제에브 마을이 위치한 언덕 텔 엘 풀 (Tell el-Ful)을 가리킨다.

▲미스바에서 찍은 미스바 동쪽 산지 길
기브아를 지난 고대 산지 길은 사무엘 선지자의 고향인 라마 (er Ram)와 성경의 미스바인 텔 엔 나스베 (Tell en Nasbeh)로 이어졌다. 미스바는 베냐민 산지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병거성이었다. 라마와 미스바를 연결했던 산지 길에서 이스라엘 시대의 유적인 Khirbet Bir el-Hamam (1716-1413)이 발견되었다.

예루살렘- 세겜 도로에 미스바가 위치한다는 내용은 예레미야 41장 4-7절에서 읽을 수 있다. 미스바는 베냐민 산지로부터 라말라 (Ramallah)와 엘 비라 (el Bira)를 연결한 도로를 관리한 도시였다. 19세기부터 사용된 예루살렘-라말라 현대 도로는 미스바의 동쪽으로 건설되었지만 고대의 중앙 산지 길은 미스바의 서쪽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미스바의 북쪽에서 발견된 고대의 유적지로는 금석 병용기 시대, 초기 가나안 시대, 중기 가나안 시대, 그리고 이스라엘 시대의 유물이 발견된 현대 아랍 마을인 엘 비라 (el-Bira)에서 가까운 라스 타후나 (Ras et Tahuna/ 1702-1462)가 있다. 산지 길은 동쪽 와디 스웨니트 (Wadi Swenit)와 서쪽 와디 딜브 (Wadi Dilb)의 낮은 골짜기 사이를 지난다. 라스 타후나 (Ras et Tahuna)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성읍이었지만 성경에는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현대 도로는 엘 비라 (el-Bira)에서 지프나 (Jifna)로 연결되었다. 지프나 (Jifna)에서 현대 도로는 외디 엘 잘라준 (Wadi el-Jalazun)과 와디 엘 하라미야 (Wadi el-Haramiya)를 길게 돌아 신질 (Sinjil)과 그리고 루반 (Lubban)으로 이어졌다. 엘 비라 (el-Bira)에서 로마 시대의 도로는 둘로 나뉘어졌는데 하나는 지프나 (Jifna)로, 또 하나는 북동쪽 벧엘 (Beitin)을 지나 야브룻 (Yabrud)의 북동쪽에 있는 도로와 연결되었는데 이 도로는 이스라엘 시대에 이용된 길이 분명하다. 지프나로 연결된 서쪽 길에서 로마 시대와 비잔틴 시대의 유적들이 발견된 반면, 야브룻으로 향하는 동쪽 길에서는 세 곳의 이스라엘 시대의 유적들이 발견되었다. 발견된 세 유적지들은 베이틴 (Beitin- 가나안과 이스라엘 시대의 중요한 유적지로 학자들은 이곳을 성경의 벧엘로 이해), 야브룻 (Yabrud/ 1732-1538), 부르즈 바르다빌 (Burj el Bardawil/ 1732-1547)이 있다.

학자들의 주장처럼 베이틴 (Beitin)이 성경의 벧엘이 확실하면, 벧엘은 예루살렘- 세겜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주요 길목을 차지한 셈이다. 벧엘의 동쪽에는 여리고에서 벧엘로 접근한 도로 (수 7-8, 왕하 2:23), 벧엘의 서쪽으로는 아벡까지 접근할 수 있었고, 벧엘의 남동쪽으로는 예루살렘으로 향한 또 다른 길이 발달되었다. 그러므로 벧엘은 예루살렘으로 연결된 두 개의 중요한 길을 관리한 성읍이었다 (왕상 13:9-10).(각주 2)

예루살렘에서 벧엘을 지나 세겜으로 연결된 중앙 산지 길은 성경에서 자주 언급되었다 (창 12:6-9, 13:1-2, 28:10-19, 35:1-16). 사사기 21:19절에서는 이 길을 큰 길 (hL'sim.)이라 하며, 벧엘에서 세겜으로 올라가는 길이라 하였다.

벧엘에서 고대 도로는 북동쪽으로 약 4km 나아가 이스라엘 시대의 성읍인 야브룻 (Yabrud)과 부르즈 엘 바르다빌 (Burj el-Bardawil) 약간 동쪽으로 연결된 골짜기로 내려가 현대 도로와 서쪽 로마 시대의 도로와 연결되었다. 로마 시대의 도로는 야브룻 (Yabrud)의 북동쪽 약 2km 떨어진 와디 엘 하라미야 (Wadi el-Haramiya)로 이어진다. 와디 엘 하라미야 (Wadi el-Haramiya)를 따라 형성된 고대 도로에서 이스라엘 시대의 두 유적지 [Khirbet el Burj (1748-1562), Khirbet et Tell (1749-1587)]가 발견되었다.

▲실로 언덕에서 세겜으로 향하는 고대의 산지 길
히르벳 텔 (Khirbet et Tell)을 지난 고대의 길은 와디 엘 하라미야 (Wadi el-Haramiya)의 좁은 골짜기를 지나 넓은 실로 골짜기에 이른다. 사사기 21장 19절에는 벧엘을 출발하여 실로의 서쪽을 지나 세겜으로 올라가는 이스라엘 시대의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로마 시대에 예루살렘- 세겜 도로는 실로의 서쪽 현대 루반 비탈길 (Ascent of Lubban)로 알려진 레보나 골짜기를 따라 형성되었다. 19세기 이후 사용된 현대 도로는 고대 로마 도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레보나 비탈길에서 이스라엘 시대의 유적지 세 곳이 발견되었다 [Khirbet Ma'aleh Levona (1734-1626)- 중기 가나안과 이스라엘 시대의 유적지), Khirbet el Qutt (1730-1634)- 발굴은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이스라엘 시대의 토기 조각들이 발견), el Lubban (1730-1643)- 후기 이스라엘 시대의 성읍으로 성경의 레보나 성읍으로 유력)].

앞에서 언급한 언덕, 골짜기, 현대 도로들을 따라 고대의 산지 길을 갈 수 있다면, 놀라운 경험이다. 이런 길을 따라 성경의 현장을 학습하는 것은 정말 성경의 세계를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지명들을 지도에서 찾아가며, 성경의 현장을 학습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기념 교회를 중심으로 한 성지 순례가 아니라 성경의 현장을 학습하려는 열정이 있다면, 이스라엘 현장 학습은 한 가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 한 가지를 나는 누누이 강조해 왔다. 성경의 사실적인 현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장 답사가 되어야 한다. 만약 여러분들이 Google Earth를 사용할 수 있다면, Google Earth 프로그램을 열어 예루살렘을 중앙에 맞추어 놓는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지명들 가운데 찾을 수 있는 지명들을 Google Earth에서 확인하여 그 연장선을 긋고 좌우를 잘 살펴보라. 그 산지 길에서 성경의 숱한 사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들을 Google Earth가 아니라 실재 현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굉장한 경험이 될 것이다.

각주 1: 중앙 산지 길은 정탐군 12명이 가나안 땅 탐지를 위하여 이용했던 길로써 민수기 13:17절에 산지 길로 기록되었다. 이 도로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이 이용했던 길로 그래서 족장들의 길로도 불린다.

각주 2: (하나님의 사람은) 이에 다른 길로 가고 자기가 벧엘로 오던 길로 좇아 돌아가지 아니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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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