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코에 호스를 꽂고 앉아있다가 노래가 끝나자 숨을 몰아쉬며 있는 힘껏 박수를 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양로원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그 때마다 반가워 침대에 누워서까지 공연장에 기어코 나오고 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외로움에 지쳐있는 그들에게 음악은 삶의 샘물 같은 무엇은 아닐까?

지난 17일(토) 페어팩스시립양로원 (Fairfax Nursing Center)을 찾은 헵시바 Y.C.O.C(Youth Community Outreach Club, 지도목사 임수진)는 준비한 멋진 크리스마스 공연을 선사하고 돌아왔다.

2006년 시작된 워십댄스선교단 ‘헵시바’가 2008년부터 차세대를 위해 시작한 커뮤니티 봉사활동 Y.C.O.C는 중고등학생 4~50명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매달 3째주) 페어팩스 인근 양로원을 교대로 방문하며 위로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진행된 이 날 공연은 현악기로 ‘노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캐롤을 연주하며 공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독창과 비올라연주, 워십댄스, 클라리넷, 플룻, 아카펠라 등 다양한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오케스트라 공연이었다. 액티비티 룸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 앞에서 공연을 시작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명 한 명 도착해 복도를 가득 메웠다. 관람객들은 공연이 끝나자 우렁찬 박수를 보내고, 공연을 마친 학생들의 등을 토닥이며 격려했다. 벽 한 켠에 기대 공연을 들은 한 백인 할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연신 ‘뷰티풀(Beautiful)’을 외쳤다.

▲오정숙 헵시바 단장.
오정숙 헵시바 단장은 “아이들이 잘 연주하는 곡 말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하는 곡을 조사해 연습해 오도록 한다”며 “주로 복음성가를 중심으로 골라 공연하는 데, 처음에는 6~7명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공연을 관람하다가 알려지자 이제는 복도까지 꽉 찬다. 어떤 분은 휠체어에 앉아서 또는 침대에 누워서 듣다가 돌아가신다”고 뿌듯해 했다.

한번은 이들의 연주와 봉사에 감동한 한 할머니가 손수 코팅까지 한 종이꽃을 공연에 참여한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슴에 곱게 달아주기도 했다.

오 단장은 “학생과 함께 학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가족 내에서도 유행가 보다는 복음성가를 듣게 되는 기독교 문화가 스며들고 있다”며 “미연방정부 및 주정부 봉사인증기관으로 부모님 동반 봉사 점수도 주기 때문에, 크레딧을 쌓으러 왔던 학부모들도 섬기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분들이 되어 연방정부의 후원금을 받지 않아도 필요한 것이 모두 채워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Y.C.O.C.는 페어팩스 인근 거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학업 성적이 평균 B 이상인 학생들만 받아 훈련시키고 있다. 학교 성적을 보는 이유는 봉사 중심이기 때문에, 학업을 어느 정도 관리하는 학생들의 활동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1회 양로원 공연 외에도 여름 방학 동안 K&E 아카데미와 연계,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악기, 풍선아트, 그림 등을 지도하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오 단장은 “차세대 아이들이 자기가 선 자리가 선교지라는 생각으로 섬김에 참여할 기회가 되어 좋다”며 “학생의 본분을 잃지 않고 커뮤니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때 자라서도 교회와 사회에서 기둥처럼 사용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를 밝혔다.

헵시바는 ‘하나님의 기쁨’이라는 뜻의 헬라어로, 예루살렘이 황폐해졌을 때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헵시바는 K&E 아카데미와 버지니아크리스천대학교(VACU)가 후원, 협력하고 있다.

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은 이메일(jeongsookoh@hotmail.com)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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