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부활절을 맞아 소수 스리랑카 기독교인과 외국인을 겨냥한 연쇄 테러가 8차례 발생해 약 290명이 희생됐다. 부상자는 450여 명에 달한다.

스리랑카 경찰은 이번 사건 용의자로 13명의 스리랑카인을 체포했으며, 이 중 10명을 범죄수사부에 넘겼다. 또 스리랑카 행정수도 콜롬보에서 30km 떨어진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에서 2km 정도 떨어진 도로에서는 폭발 장치를 발견하여 제거했다.

이번 테러는 부활절 행사가 진행 중이던 콜롬보의 성안토니오 가톨릭교회를 시작으로 콜롬보 북쪽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 가톨릭교회, 동부 바티칼로아 지역 시온 복음주의 교회, 콜롬보의 5성급 호텔인 상그릴라 호텔, 시나몬그랜드 호텔, 킹스버리 호텔, 콜롬보 남부 데히왈라 동물원 인근 게스트하우스, 가정집 등 4개 도시에서 거의 6시간에 걸쳐 8차례 연쇄 폭발로 일어났다.

교회에서 부활절 축하예배를 드리거나 호텔에서 투숙객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인 8시 30분~9시 30분 사이에 주로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났고, 자살폭탄 테러도 포함됐다.

스리랑카 테러
(Photo : 한국오픈도어) 스리랑카 연쇄 테러로 도심에서 연기가 발생하고 있는 모습.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스리랑카 내전 종전 10주년을 한 달 앞두고 발생한 이 테러는 내전 이후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기록됐다.

희생자들은 스리랑카인을 비롯하여 영국인 5명(미국과 영국 이중국적자 2명 포함), 인도인과 덴마크인 각 3명, 중국인과 터키인 각 2명, 네덜란드인과 포르투갈인 각 1명씩 목숨을 잃었다. 이 외 9명의 외국인이 실종됐다.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오픈도어의 사역자 수니(Suni, 가명)는 "바티칼로아의 시온교회에서는 최소 28명이 희생됐고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한다. 상당수 아이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며 "현지 경찰은 통행 금지를 선포했고 모든 SNS는 차단된 상태"라고 전해왔다. 수니는 "이 사건으로 영향받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달라. 많은 사람이 부상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상실의 아픔으로 슬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스리랑카 테러
(Photo : 한국오픈도어) 폭발 사건 직후 처참하게 파괴된 성 세바스티안 가톨릭교회 내부 모습.

스리랑카 경찰청장은 폭발 10일 전인 지난 11일, 고위급 경찰관들에게 "스리랑카 급진 이슬람단체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 National Thowheeth Jama'ath)가 콜롬보의 인도 고등판무관 사무실뿐 아니라 저명한 교회를 노린 자살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번 테러에 대해 종교 분쟁을 이유로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공격으로 판단했으며, 테러 전담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CNN은 "스리랑카 인구 2140만 명 중 10%도 안 되는 소수 종교인 기독교 공동체가 이번 부활절 공격의 주요 표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리랑카 국민의 70.2%는 불교, 12%는 힌두교, 9.7%는 이슬람교, 7.4%는 기독교인이다.

스리랑카 복음주의 기독교연합회, 긴급 기도 요청

스리랑카 복음주의 기독교연합회(National Evangelical Alliance of Sri lanka)는 성명서를 통해 "사건 발생과 더불어 스리랑카에 퍼져 있는 기독교 공동체에 현재 떠도는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침착하고 평안하게 대처할 것을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저지른 모든 사람을 하루속히 체포하고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을 촉구했다. 스리랑카와 전 세계 교회를 향해서는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불행히도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오픈도어의 한 사역자는 "테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진리 가운데 위로를 받는다"며 "스리랑카를 위해 기도해주어서 감사드린다. 계속 무릎으로 주님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한국오픈도어는 "이번 테러로 최소 수천 명의 사람이 이전과 전혀 다른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며 "테러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스리랑카 교회의 빠른 재건과 교회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스리랑카 내 기독교 탄압이 그치고 종교의 자유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장되도록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과거 스리랑카 기독교인에 대한 핍박 사례... 올해 들어 26건

한국오픈도어는 "정부의 발표를 기다려야겠지만, 이번 사태는 불교 민족주의를 표방한 정부에 대한 이슬람 세력의 불만 표출로 보인다"며 "불교를 국교로 여기는 정부는 기독교를 포함한 이슬람을 탄압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4년에는 다수 무슬림의 희생을 초래한 폭력적 탄압, 2018년 3월 불교 과격분자들에 의한 무슬림 사업체들에 대한 파괴는 이슬람 공동체를 격분시켰다"고 덧붙였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는 "스리랑카에서 개신교 기독교인이 위협과 공격을 당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며 "이번 공격이 가톨릭 신자에까지 확대된 것은 스리랑카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 방식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현숙 폴리 한국 VOM 대표는 "스리랑카 내전 종식 이후 불교도인 신할라(Sinhalese) 족과 힌두교도인 타밀(Tamil) 족 사이 긴장 관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스리랑카 소수 기독교인은 양쪽에서 핍박을 당하면서 피해를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 법으로는 기독교인이 공식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권리가 있지만, 스리랑카 기독교인들은 주로 타 종교를 믿는 이웃에게 핍박을 당해 왔으며 경찰은 주민이 화를 낼까 두려워 법 집행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교인, 힌두교인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믿다가 기독교로 개종하거나 복음을 전해 들으면 기독교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스리랑카 복음주의 기독교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기독교 핍박 사례는 26건이었다. 여기에는 기독교인에 대한 허위 고소, 협박, 차별과 공격, 폭도의 습격, 예배 장소 폐쇄 명령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2월 24일에는 스리랑카 갈가무와(Galgamuwa) 지역 기독교 가정교회 주일예배가 2백여 명의 폭도 때문에 중단됐다. 불교 승려 몇 사람이 이끄는 폭도들은 예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예배를 계속 진행하면 회중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들은 교회 의자를 부수고 지붕 일부를 망가뜨렸으며 한 여성은 거리에서 구타당했다. 경찰이 오자 목회자는 그 여성을 데리고 경찰서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목회자와 여성이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폭도를 이끈 승려는 이미 그 목회자가 평화를 파괴했다며 고소장을 작성하고 있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오히려 공격자들이 거꾸로 고소하는 일은 흔하다"며 "경찰은 더 큰 폭력이 일어날까봐 기독교인의 합법적 권리를 옹호하기를 꺼린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손상된 교회를 재건하거나 수리하는 것이 최선인지, 이전시키는 것이 최선인지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