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인근 요르단 암만에서 10여년간 활동하며 무슬림들을 가슴으로 품어왔던 중동 전문가 김동문 선교사(인터서브)가 오는 9월부터 미국에서 안식년을 보낸다. 9월 초 미국 출국을 앞두고 한국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김 선교사를 만나 이라크 및 중동지역 선교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지금 이라크 지역 내 한국인선교사들의 사역상황은 어떠한가

공식적으로 선교사들은 모두 철수했다. 한국 NGO 단체도 정부의 통제에 따라 모두 철수했으며, 아시아문화개발협력기구(IACD)에서도 일단 철수하여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바그다드한인교회 사역자들도 인근지역에 피신상태다. 우리나라 정부가 이라크 입국을 막고 있으므로 한동안 추가로 투입될 사역단체는 없다. 즉, 한국인선교사들의 이라크 사역은 당분간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인 사역은 이라크에 반드시 들어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땅' 중심의 사역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사역을 해야한다. 이라크에서 주변 국가로 나와있는 사람들 중 요르단 등지에서 신학을 하고 목회자가 된 이들을 겨냥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인선교사 및 선교 단체들의 이라크 및 중동 이슬람권 사역을 돌아본다면

중동 이슬람권 사역에서 한국인선교사들의 사역비중이 높아지고, 서구선교사들의 빈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복음을 받아들이는 이라크 영혼의 입장에서 접근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적절한 방법으로 약을 투여할 때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영적 환자인 이라크 영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복음을 전해야 하는 것이다.

감성적인 선교방식은 상대를 깊이 이해하여 그들의 상황을 우리의 상황으로 여기는 것이지 설익은 감정이입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라크인들을 얼마나 마음에 품었고 그들을 위해 진중한 기도를 해왔는지 되물어야 한다. 한국교회도 그동안 담론과 토로하는데 만족하는 분위기였지, 중동지역정보와 전략 부재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한국선교사들은 감성의 문화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 선교방식을 보면 서구적인 것 같다. 도시화, 서구화로 인해 사람과 사람사이의 끈적끈적한 정의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래서 내가 볼 때, 한국선교사들은 감정적 문화코드는 있으나 감성적 문화 코드는 많이 상실한 상태인 것 같다. 선교 현장 속에서도 한국인의 모양은 있으나, 정감있는 모습은 많이 상실 된 것이다.

한국선교사들은 파송교단과 선교단체 내에서 인정받기보단 현지인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경쟁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선교지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현지인들과 더불어 살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중요하다.

또 한국교계는 한 지역에 유사한 단체들이 난립하지 않도록, 사역에 차별성을 둘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경쟁과 중복투자 등의 이합집산으로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특성화 시대에 맞는 사역의 특화라기 보다는 같은 사역 코드를 가진 조직이 분화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국교계에서는 프로젝트별, 사안별로 각 단체의 제휴와 연합을 위해 얼마나 몸부림이 있었는가. 전후 이라크 지원 때에는 사안과 주제가 일치하는데도 사역 협력이 쉽지 않았다.

곧 원론적인 협력은 가능하나 현실에서는 협력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독보적 결과를 드러낸 연합팀에서 '나홀로 선교'를 주장하고 싶은 유혹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유혹을 잘 이기고 조직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9.11이나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한국교회 전반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실리적인 면에서 얼마나 접근했는지에 대해 나타난 조사결과는 없다. 또 무슬림들의 호전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중동 땅에 살고 있는 그들이 진정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또 기독교 진영에서 이슬람에 대한 책의 수가 늘어난 것이지, 결국 내용은 원론을 판박이하는 형식적인 이야기 뿐이다.

예를 들면, 단순히 무슬림들이 서구를 이슬람화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고정관념이며 감정적 형태로 이슬람을 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슬림들도 사람이라는 면에 주목하지 않고, 현지를 이해하기 보단 우리 위주의 이해에 치우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입장에서 편견어린 시각으로 보면 무슬림들이 야욕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실상은 그들의 종교성에 기인된 것이다.

현지 중심의 무슬림 선교, 어떻게 하나

선교사가 이슬람권으로 파송되기 전, 보여지는 현실을 객관화시키고 영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수집과 분석, 적절한 전략수립이 가능한 전략정보네트웍 선교사를 양성해야 하는데, 사이렌(SIReN)이나 여호수아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들이 여러 단체에서 적극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 무슬림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워크샵을 개최하고, 현장 선교사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시각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 선교 전략과 정보 부재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이라크의 상황이 경제적으로는 조금씩 좋아지나, 사회 안녕질서, 정치문제는 계속 복잡해 진다는 것이다. 이슬람에 대해 여전히 대랍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라크인을 품는 큰 그림 속에서 선교 전략과 선교패턴의 변화가 나와야 한다.

또, 지금의 시점에서 이라크복음주의신학교 사역은 10여년 이상 사역한 현지 선교사들에게서 나온 자연스런 선교 전략이다. 이미 이라크 인근 국가에서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이라크로 들어가 사역하고 있고, 주변 국가로 나온 이라크인들이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되어 다시 이라크에서 목회해 왔다. 그러므로 이라크 내에서도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를 세워주는 것 자연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