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의 소리가 북한 지하교인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룬 북한 정부의 '선전용 영상' 내용을 공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안전보위부 반간첩투쟁 전람관이 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종교 지지자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이들의 종교 전파를 어떻게 중단시키는가'에 대해 홍보, 교육하기 위해 제작한 이 영상에는 신실한 지하교회 성도 '차덕순'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때 강력한 혁명 동지였던 차덕순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당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다. 그때 차덕순에게 한 여인이 다가와 "당신이 아무리 죽을 죄를 지었어도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며 서북쪽으로 가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차덕순과 다른 지하교인들이 산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광경을 신고하기 위해 다른 주민이 찍은 사진. ⓒ한국 순교자의 소리 |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차덕순은 중국에 살고 있는 삼촌을 만나려 했으나 이미 사망한 뒤였고, 혼자 갖은 고생을 하다 우연히 서탑교회에 들어가 복음을 듣고 신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선전 영상에서는 "차덕순은 광신도가 되었고, 북한에 돌아가 북한 내 신도들로 지하 조직을 만들라는 부추김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차덕순은 북한에 돌아가서 불법으로 중국에 간 일을 당국에 자수했고, 당국은 그녀를 불쌍히 여겨 풀어주었다. 이때 차덕순은 정부에 감사하는 대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라고 주님을 찬양한다. 이후 빈곤을 이유로 마을들을 돌아다닐 수 있는 통행 허가증을 받은 그녀는 전도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가난하거나 병든 사람들에게 돈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물질적 도움을 주었고, 오랫동안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집안의 자손들을 찾아 함께 예배를 드린다. 영상에서는 이 지하교회 교인들이 일요일마다, 심지어 가장 바쁜 농사철에도 모여 예배하고 기도했으며, 찬송을 부르고 성경을 공부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차덕순은 영상의 표현대로 '각성한 훌륭한 군중'의 신고로 적발된다.
▲북한 선전용 영상이 기독교인들을 색출할 때 찾아야 할 종교 자료로 제시한 서적과 기록물들. ⓒ한국 순교자의 소리 |
이 영상을 입수한 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 현숙 폴리 박사는 "북한 정부가 만든 영상의 목적은 종교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불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 박사는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담대하고 용감한 북한 전도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서 "이들은 중국에서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남한으로 탈출하는 대신 북한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물론 선전 영상은 차덕순이 간첩이며 다른 사람들을 포섭했다고 묘사하지만, 이는 북한 선전에서 사용하는 복음 전도에 관한 전형적인 정의"라고 덧붙였다.
폴리 대표는 "하나님은 반(反)종교 훈련 영상까지 사용하셔서 사랑하는 순교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말까지도 잃어버리지 않게 하셨다. 오히려 순교자들을 파멸시키려 했던 북한 정부를 사용하여 순교자들의 정보가 확실히 보존되고 전파되게 하셨다"며 "차덕순의 결말은 로마서 8장 28절('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의 말씀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