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본질에 대한 두 번째 주제로 '경영의 기능과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피터 드러커는 그의 책 '변화 리더의 조건'에서 경영의 기원과 발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역사상 경영만큼 급속히 발전하고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없었다. 150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경영은 선진국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를 크게 변화시켰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무렵, 몇몇 사상가가 경영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최고의 선진국에서조차 경영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매우 드물었다. 오늘날 전체 노동력 가운데 최대 인구를 포함하고 있는 단일 집단은 기업에 종사하는 경영자, 전문가 및 근로자들이다. 이런 변화는 바로 '경영'의 결과이다. 경영은 역사상 처음으로 고도의 지식과 기능을 갖춘 상당히 많은 사람을 생산 활동에 고용할 수 있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경영이 있기 전까지, 서로 다른 기술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투입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사람들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경영은 경영대학에서 경영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것과 같은 분석 도구들의 묶음인가! 아니다. 경영은 인사관리도 아니고 노무관리도 아니고 재무관리도 아니다. 그렇다면 경영이란 무엇인가? 피터 드러커는 의사와 비교해서 이 부분을 설명하려고 했다. 체온계와 해부학 지식이 외과 의사들에게 중요한 것만큼이나 경영자들이 알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실패의 역사와 더불어 성공의 역사를 통해서 얻은 결론은 '경영'이란 몇몇 기본 원칙들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드러커 교수의 견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경영이란 인간에 관한 것이다. 경영의 과업은 서로 다른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각자의 강점을 활용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각자의 약점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약점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 기업의 대응력은 무엇인가?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집약된 산업일수록 로봇과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사람의 일을 기계로 대체해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동화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람을 다루는 문제가 경영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된 지 오래되었다. 특히 노사문제, 기업 문화 등은 모두 사람에 관한 일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해결책은 미진한 상태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경영의 출발은 사람을 이해하고 아는 데 있다. 우리의 근로자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가? 미국의 아이비리그(Ivy League, 하버드, 예일, 펜실베이니아, 프린스턴, 컬럼비아 대학 등)는 학부에 경영학과가 없다. 오히려 학부에서는 인간에 대한 탐구를 많이 하는 심리학, 역사학, 종교학, 인류학 등을 공부한 학생들이 대학원에 MBA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드러커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경영은 사람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경영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경영은 문화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경영자가 수행하는 과업 그 자체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똑같다. 하지만 그 과업을 어떻게 수행하는가 하는 점에서는 나라마다 현격하게 다를 수 있다. 일본의 경우처럼 선진국에서 수입한 경영 개념을 자신들의 문화적 토양에 옮겨 심은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 경영자들은 미국의 포드 자동차와 GM으로부터 배워 온 대량생산 체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미국 자동차 시장은 크고, 넓어 자동차를 팔 수 있는 시장은 무한대에 가깝다는 가정 하에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 회사는 그렇지 못했다. 자동차를 생산한다 할지라도 어디에 팔 수 있는가? 경영자들은 시장의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28년이라는 긴 기간 도요타 생산 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을 완성하여 시장의 제약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통합하는데 성공하였다.

셋째, 모든 기업은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와 가치관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공동의 목표와 가치관이 없는 기업이란 단지 사람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을 뿐 기업으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 경영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공동의 목표와 가치관을 구성원들에게 명료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가 있을 때 비로소 협력을 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헌신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지난 40년 동안 압축 성장을 한 나라는 더더욱 도전이 많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공동의 목표나 가치관에 따라 움직였다기보다는 오로지 앞만 보고 따라잡기 위한 전략을 세워 근면성과 하드 워킹으로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너무도 중요한 가치이자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에게 예전의 방식으로 회사가 원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진지하게 취업의 동기가 무엇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예전에는 회사가 나의 꿈을 실현해줄 것으로 알고 취업했다면, 이제는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회사에 취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이 개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꿈 마당이 되길 바란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부른 소리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취업 절벽이라고 젊은 대학생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기업들의 소문도 있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 관점과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재가 자산이면서 희망이어야 한다. 어떻게 자산을 늘리고 희망을 키워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넷째, 경영은 또한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새로운 요구와 기회, 그리고 변화에 맞추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만 한다. 모든 기업의 경영자들은 구성원 모두의 학습 능력이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기업은 배우는 기관이자 가르치는 기관으로서 모든 계층에 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사회 변화가 빠른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먼저 해야 할 일은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폐기할 수 있어야만 한다. 시대 변화를 수용할 수 없는 과거 지식, 성공 경험 등을 더 이상 강요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스스로 학습 능력을 개발하여 현장의 업무를 해결할 목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학습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스스로 성장하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모든 기업은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온갖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기업은 커뮤니케이션과 개인의 책임을 바탕으로 조직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구성원은 자신이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상대가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소통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조직의 목표달성 능력은 개인의 강점을 기반으로 업무를 실행해 갈 때만 가능하다. 서로가 관계를 맺고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개인의 약점이 드러난다. 약점은 보편적인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강점은 개별적인 것이다. 업무를 추진할 때 바른 피드백 체계는 목표 대비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 차이는 조직력을 통해 보완할 수 있어야만 한다. 피드백을 활용함으로써 강점을 통해 목표 달성 능력을 증진시키고, 약점은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수익률 혹은 매출, 생산량 같은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경영과 기업에 대한 적절한 성과 측정 지표가 될 수 없다. 시장 점유율, 혁신, 생산성, 인적 자원 개발, 제품의 품질, 재무 상태 등의 모든 것이 기업의 성과와 기업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치 사람도 자신의 건강과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측정 방법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기업도 자신의 건강과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측정 방법을 필요로 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성장시대를 거쳐 오면서 규모를 키우는 매출의 확대, 이익률의 증가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 수익률과 매출 확대만으로 회사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 '우리 기업에서 성과에 대한 평가는 무엇인가?, 성과 측정 기준은 마련되어 있는가? 성과는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감으로써 우리의 기업은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나은 회사로 변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의 결과는 언제나 기업의 외부에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결과란 곧 고객의 만족을 의미한다. 병원의 경우에는 환자의 치료율이다. 학교에서는 무언가를 배워 10년 후에 그것을 업무에 활용하는 학생이 그 결과이다. 기업 내부는 오직 비용만 존재할 뿐이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죠스는 고객 지향적 사고를 회사 정책의 근본으로 삼고 실천하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에서는 회사 내부에서 회의를 할 때 자리 하나를 비워둔다고 한다. 그 자리는 고객을 위한 자리이다. 우리가 나누는 모든 내용이 고객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보라는 취지이다.

인문학에 뿌리를 둔 경영의 본질

하영목 교수(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국제물류학과)
하영목 교수(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국제물류학과)

위에서 언급한 7가지 경영의 원칙들을 확실히 이해하는 경영자는 목표를 달성하는 탁월한 경영자가 될 것이다. 경영의 본질을 정리해 보면 경영이란 지식의 본질, 자기 인식, 지혜, 리더십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인문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이 실천 및 적용에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예술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경영자는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 관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심리학과 철학, 경제학과 역사, 그리고 물리학과 윤리학 등의 분야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경영자는 그 지식을 현학적으로 사용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결과를 산출하는데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이런 지식들을 기반으로 환자의 치료, 학생의 교육, 교량의 건설, '고객 친화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설계나 판매에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영은 점점 더 원칙에 있어서도, 실무에 있어서도 그 지위를 확고하게 다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기업을 잘 경영하라는 부르심에 부응하기 위해서 피터 드러커 교수의 혜안으로 경영의 본질을 살펴보았다.

하영목 교수(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국제물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