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찾아왔나?”

청년들이 모여 기독교인의 신앙적 고민들을 놓고 토론한다기에 주일 오후에 행사 장소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여러 사람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 중인데 분위기가, 묵직한 주제와는 딴판이다. 여기저기서 음료수 캔 따는 소리, 과자를 입에 털어넣는 소리가 시끄럽다. 오징어를 씹느라 정신없는 사람도 있다. 토론 테이블 바로 옆에서는 프라이팬에 부침개까지 부치고 있다. 냄새가 진동한다. 그것도 토론 시간 내내! ‘이거 토론회 맞아?’란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데 중절모를 눌러쓴 조나단 리 목사가 보였다. “아! 맞다. 여기 하나크리스천센터지.”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분위기도 행사 컨셉이었단다. 청년들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게 하려는 컨셉.

‘청년 목회, 문화 목회’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사실 청년사역에 미친 1.5세 목회자의 차세대 목회 실험실이 바로 이곳, 하나크리스천센터다. 자체 건물, 사례비, 직분이 없는 삼무교회(三無 敎會). 하나크리스천센터가 4월 3일 연 이 행사의 이름은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돌직구 토론회”다. 굳이 번역하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돌직구를 한 번 날려 보자는 거다.

하나크리스천센터 2030 청년 돌직구 토론회
(Photo : 기독일보) 하나크리스천센터에서 2030 청년 돌직구 토론회가 열렸다. 청년들은 각각의 주제에 따라 자신들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이날 행사의 토론자는 9개 교회에서 온 20, 30대 청년들이었다. 이 틈에 조나단 리 목사(하나크리스천센터), 허번 목사(새로워지는교회), 아모스 리 목사(임마누엘침례교회), 나승렬 목사(약속교회), 박세헌 목사(예수로교회) 등도 끼어 토론을 거들었다.

서로 이름도 모르지만, 자기 별명과 직업,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 한 명만 대면 토론에 참석할 자격을 얻는다. 남의 이야기를 듣다가 맘에 안 들면 자기 앞의 잔을 뒤집으면 된다. 세 명 이상 뒤집으면 그의 발언을 중단시킬 수 있다. 세 사람 이상이 잔을 ‘건배’하듯 높이 들어주면 발언 제한 시간 2분에 1분 더 말할 수 있게 돼 있었다.

토론 주제는 기독교인이 클럽에 가도 되는가? 비기독교인과 결혼해도 되는가? 동성애는 죄인가? 문제 많은 교회를 다녀야 하는가? 등 6가지였다.

기독교인들이 클럽에 가는 문제에 대해 청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청년들은 클럽 자체에는 큰 문제 의식을 두지 않았다. 다만 ‘보여지는 부분’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라면 괜찮다”는 의견에 대해 한 청년은 “굳이 평판이 좋지 않은 클럽에 가서 즐겨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술 마시고 춤추는 건 괜찮지만 내 모습이 주위 사람들에게 좋지 않게 보인다면 클럽에 가는 걸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답도 있었다. 한 청년은 “전도 대상자가 ‘기독교인들도 클럽에서 노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건가? 전도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비기독교인과의 결혼은 어떨까? 한 청년이 “일단 결혼하고 전도하면 된다”고 했지만 다른 청년은 “내 친구는 비기독교인과 결혼한 후 혼자 교회를 다니게 됐고 결국 부부가 이 문제로 많이 다투었다”고 반론했다. 박세헌 목사가 한 마디 거들었다. “배우자는 전도 대상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를 만들 동역자여야 한다. 배우자를 가르친다는 건 결혼한 사람 입장에서 볼 때 불가능하다.” 이 말을 들은 한 참석자는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할 수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결혼은 사랑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 응수했다.

여러 주제에서 돌직구가 오고 갔지만 동성애 문제는 좀 달랐다. “동성애는 죄이지만 그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도와야 한다,” “생물학적으로 순리에 어긋나는 병이다,” “동성애의 가장 큰 심각성은 어린 아이 교육에 있다,” “동성애자들이 기독교인들만 겨냥해서 공격하고 있다”는 등 동성애를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나중에 모든 토론을 마친 후 최종 표결에서 청년 12명은 동성애를 죄로 규정했고 3명은 죄가 아니라고 했다.

문제를 겪고 있는 교회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어도 하나님께서 보내셨으므로 사명감을 갖고 출석해야 한다,” “다른 교회를 찾는 게 좋다,” “교회에 문제가 있다고 교회에 안 다녀보니 신앙이 더 힘들어지고 타락하게 됐다”는 답이 나왔다. 어떤 참석자는 “목사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 교회를 떠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조나단 리 목사는 토론회를 마치며 “우리 청년 세대들의 신앙적 고민들을 재미있고 캐주얼하게 토론해 보고 싶었다”면서 “청년들과 교역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가운데 청년들이 신앙 문제에 관해 스스로 해답을 찾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