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Photo : ) ▲학술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사단법인 한국교회법학회(회장 서헌제 교수) 제16회 학술세미나 '종교인 소득 과세, 그 내용과 문제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헌제 명예교수(중앙대)가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 이석규 박사(삼도세무법인)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기타소득과 근로소득의 비교'를 각각 발표했다.

서헌제 교수는 "종교인(성직자)의 소득 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가 실현되게 됐다"며 "정부는 그동안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종교인 소득에 대해 비과세 특례를 인정함으로써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2년 유예 기간 중 로비나 위협에 의해 원점으로 되돌아가거나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논의가 시작된 지 거의 50년 만에 종교인 과세가 이뤄졌지만, 근로소득과 종교인소득 중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필요경비를 과다하게 인정하는 등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특혜를 부여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형평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종교인이 근로소득세로 납부할 경우에도 고용·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했다.

그는 "종교인 과세 문제와는 별개로 종교단체의 재산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현행대로 유지된다"며 "종교단체는 정부가 하지 못하는 공익사업을 대신 수행하고 있으므로, 종교단체 고유 목적인 사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이나 이에 사용되는 재산에 대해 법인세·상속세·증여세·개별소비세 등 일부를 비과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종교인 과세의 주요 골자는 종교단체에 소속된 종교 관련 종사자가 종교예식 또는 의식을 집행·관장하는 등의 활동과 관련해 받은 소득을 기타소득 중 종교인소득으로 구분해 법률에 명시하고, 종교인 소득 중 학자금, 식사 또는 식사대, 교통비 등 실비변상적 성격의 소득을 비과세 소득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또 종교 관련 종사자에 대해 종교인 소득을 지급하는 종교단체에 대해선 다른 원천징수의무자와 달리 원천징수 여부를 선택사항으로 규정하는 종교인 소득 관련 과세체계를 마련하고, 신고·납부 절차를 신설한다.

세법상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의 차이를 보면, 근로소득은 소득이 계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고, 기타소득은 대부분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에서 매월 일정액의 사례비를 받는다면 근로소득이지만, 다른 교회에 가서 부흥회를 하거나 세미나를 하여 사례비를 받을 경우 기타소득이 된다. 따라서 목회자들도 원칙적으로는 소속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사례금 등에 대해선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내고, 외부 활동 소득에 대해선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

 

종교법학회 16회 학술발표회
▲발표회 후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서헌제 교수, 이석규 박사, 정대진 세무사, 김선택 회장, 박종언 목사. ⓒ이대웅 기자

 

 

서헌제 교수는 "종교인소득에는 목회자들이 사례비·선교비·교육비·도서비 등 명목으로 소속 교회나 교단 등에게서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금원 외에도 부흥회나 세미나 강사료 등 일체의 종교 관련 활동 소득이 포함된다"며 "그러나 종교활동과 관련되지 않은 소득 또는 저서에 대한 인세 같이 종교단체 외의 기관에게서 받는 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목회자가 사택에 살면서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타인에게 임대하여 받는 소득은 종교인소득이 아니라 별도의 임대소득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납세자연맹 등에서는 ①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선택 가능하도록 하고 ②필요경비 외에 학자금과 식비 등 실비변상금액을 비과세로 했으며 ③원천징수의무를 선택적으로 했고 ④세무조사의 범위를 개인 소득에 한하도록 범위를 제한하는 등 종교인 과세에 특혜를 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①학자금이나 사택 제공, 차량유지비 등 실비변상 금액을 비과세로 한 것은 근로소득도 마찬가지이고 ②필요경비도 애초 보도된 것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으며 ③근로소득과 종교인소득을 선택하도록 한 것은 기존에 이미 근로소득으로 자진납부하던 종교인들을 배려하기 위함이고 ④일단 법제화된 만큼 원천징수나 소득신고로 납부하는 것은 방법의 차이일 뿐이며 ⑤세무조사를 종교인소득 관련 부분으로 제한한 것은 정교분리 원칙상 당연하다 등의 이유로 그는 "헌법에 위배되는 정도의 특혜라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서헌제 교수는 "교계는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으니이까?'라는 2천년 전 바리새인들의 질문을 똑같이 던지고 있다"며 "그러나 당시 세금과 지금의 세금은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수님 당시 유대는 로마의 속국으로서 서민들은 국세와 성전세 두 가지 세금을 내야 했고, 세리들의 횡포가 더해져 '세금'은 국민들을 착취하는 원성의 대상이었다는 것.

서 교수는 "목사들의 업무가 성직이므로 세금을 낼 수 없다든지, 교인들이 세금을 부담한 후에 한 헌금에 다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등의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며 "백 번 양보해 목회자가 가이사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교리상 옳지 않더라도, 대부분 국민들 눈에는 목회자들이 다른 직종과 무엇이 달라서 세금을 내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여기서 반감을 갖는 만큼,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종교인 과세를 흔쾌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목회자들이 '근로소득' 개념을 오해하고, 자신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않고 충성을 다한다는 특성상 정해진 시간과 근로조건에 따른 근로 대가로 고용주에게서 보수를 받는 '근로자'로 취급되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신분'을 기초로 발생하는 소득이 아니라, '근로'라는 일반 개념의 활동행위를 기초로 과세 대상을 정의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일부 교계 입장은 이미 많은 목회자들이 자진납세를 하고 있고 법에 의해 강제과세를 하더라도 대부분 목회자들이 면세점에 근접해 있어 세수 증대의 효과도 없는 만큼 납세 여부를 교회에 맡겨 달라고 하지만, 이번 종교인 과세는 원천징수의무를 자율에 맡긴 점에서 강제징수보단 사실상 자진납세를 위한 기준 제시 정도로 볼 수 있다"며 "더구나 근로소득에 대한 거부감을 반영해 종교인소득을 신설하고 조사의무도 제한하는 등 종교계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우려스러운 것은 결국 세무당국이 교회 재정을 조사하고 간섭하는 사태로, 이는 헌법이 선언한 정교분리 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중대한 상황 변화"라며 "이를 의식해 세무당국은 교회 장부와 서류 중에서 종교인 소득 관련 부분만 조사하거나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종교인 소득과 관련되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교회가 명확히 해 두어야 할 사항으로는 △교회가 담임목사에게 제공하는 차량이나 사택의 유지관리비를 누구의 부담으로 할 것인가 △목회활동비를 담임목사 개인소득으로 볼 것인가와 함께 △교회 관행상 지급하는 은퇴사례금을 목회자 소득으로 분명히 하는 것 등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예수님은 바리새인의 위 질문에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라고 대답하셨는데, 무엇이 가이사의 몫이고 하나님께 드려야 할 몫인지는 시대에 따라 국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교역자 아닌 일반 성도는 뼈 빠지게 벌어 국가에 세금도 내고 교회에 십일조도 바치는데,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십일조를 강조하고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국가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한다면, 과연 그 주장에 동조할 교인들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했다.

서 교수와 이석규 박사의 발제 후에는 발제자들과 김선택 회장(납세자연맹), 박종언 목사(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 사무총장), 정대진·김기명 세무사 등이 토론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