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교수(국제신대, 조직신학).  ©이동윤 기자
김동춘 교수(국제신대, 조직신학). ©이동윤 기자

예정론, 도덕적 해이로 연결된다면 잘못 이해한 것

세월호 참사로 한국사회에 논란이된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와 관련 '구원파적 구원교리의 문제점'에 대해 성찰하는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바른교회아카데미가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빌딩(구 청어람)에서 열린 '2014 가을 테마가 있는 신학강좌 - 세월호와 한국교회: 성찰과 대안' 세미나에서 국제신학대학교 김동춘 교수(조직신학)는 '한국교회, 구원파적 구원론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발제를 통해 "구원파적 구원론의 위험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기독교적 구원이란 무엇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기독교적 구원이란 무엇인가

김동춘 교수는 기독교적 구원의 정의에 대해 "기독교 신학은 전통적으로 구원은 죄와 죽음과 마귀의 세력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로 고백해왔다. 그런데 그러한 구원은 하나님의 구원계획과 그의 구원의지에서 발원돼,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 시작돼 십자가 죽음에서 실행되고, 부활을 통해 성취됐으며, 성령의 사역을 통해 완성을 향해 진행돼 간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하나님의 구원은 타락이라는 돌발사건에 대한 응급조치가 아니라, 영원한 작정 안에서 계획된 하나님의 구원경륜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역사상 정착된 기독교 구원론으로 세 가지 유형의 구원모형을 설명했다.

그는 "역사 속에 형성된 구원관념을 크게 A·B·C로 나눠 볼 때, A유형의 서방교회는 '법' 모티브를 근거로 해, '속전으로서 구원(그리스도는 우리를 자유하게 하기 위한 몸값, 또는 배상금)', '만족(충족)으로서의 구원', '형벌대속으로써 구원(그리스도의 죽음은 우리를 위한 형벌 받으심이다)'을 강조했으며, 여기서는 구원을 주로 불신 영혼을 향한 영혼구원 즉 구령적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전했다.

이어 "B유형의 동방교회는 '진리' 모티브에 근거해 인간의 하나님과의 일치 또는 인간의 하나님께로의 회귀와 같은 추상적이며, 우주적 구원관을 제시했다. 근대에 와서 모범설적 구원(그리스도는 인간이 닮아야 할 원형적 인간 또는 도덕교사다)으로 사고했다"고 전했다.

또 "C유형의 구원관은 '역사' 모티브에 근거해 구원이란 죄와 죽음과 마귀에 대한 '승리'로써 구원이나 총괄갱신으로써 구원(아담 안에서 모든 인간은 죄인으로 총괄하듯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인간은 생명으로 총괄된다), 혹은 '신화로써 구원(성육신을 본받아 인간은 신적 생명에 참여하게 돼 불멸성을 획득한다)', 그리고 20세기에 이르러 이 구원론은 '해방으로써 구원'으로 발전됐다"고 전했다.

■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통한 구원논의들 있어

김동춘 교수는 구원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17세기의 개신교 정통주의 배경에서 형성된 구원론은 '예정론적 관점의 구원이해(구원이란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 안에서 미리 정해진 것으로 여기서 구원은 인간의 어떠한 반응과 결정 이전에 오직 하나님의 단독적인 자유로운 결정임을 강조한다)'나 '언약신학적 구원론'이란 이름으로 그 나름으로 치밀한 논리체계를 갖고 발전돼 왔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또한 20세기에 종말론적 신학의 등장과 함께 하나님 나라 관점의 구원론, 즉 '종말론적 구원론'이 활발하게 논의됐는데, 여기서 구원을 실현된 종말의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이미(already)'의 구원을 강조하거나 종말의 현재성에 초점을 둬 '진행형의 구원'을 말하거나 종말의 미래성에 주안점을 둬 '아직(not yet)'의 구원을 말하기도 했다"면서 "여기서 구원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속의 구원'을 말하며, 이러한 종말론적 관점의 구원논쟁은 주로 전천년설, 무천년설, 또는 후천년설이라는 이름으로도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국교회가 구원을 논할 때, 그것은 그리스도의 속죄론을 중심으로 하는 구원 이해보다는 (과거, 현재, 미래의) 종말론적 구원논쟁에 더 집중했으며, 종말론적 구원논쟁보다는 '구원의 서정으로써 구원론'이 주로 다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구원론은 그리스도의 객관적인 속죄사역에 대한 성령의 주관적 사역을 말하는 것으로 부르심, 회개, 믿음, 양자됨, 칭의, 성화, 견인, 영화라는 순서에 따라 구원론을 습득하려고 했다. 이것은 구원론의 주관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  구원파적 구원론 무엇이 문제인가

이어 김 교수는 구원자적 구원론에 대해 "구원파의 구원관 자체는 무슨 복잡하고 정교한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기독교인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논리"라며 "주로 그것은 구원의 확신에 관련된 내용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첫째, 구원파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의 죄까지 모두 사함을 받았기 때문에, 한 번 구원받은 후에는 회개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둘째, 죄사함과 거듭남의 비결이란 이름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구원받은 날짜를 확실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그 구원의 신빙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동춘 교수는 구원파적 구원론의 문제점에 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 번 부르심을 입고, 한 번 회개하고, 한 번 믿음에 도달한 신자는 구원 이후, 신자의 도덕적 상태나 타락의 여부와 상관 없이도 구원이 보장된다고 말하는 구원파적 구원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  예정론, 도덕적 해이로 연결된다면 '잘못' 이해한 것

김동춘 교수는 "한국교회의 구원관은 거의 절대적으로 예정론으로 규정돼 있거나 이해하고 있다. 물론 성경은 예정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예정론적 사고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운명론이나 숙명론으로 처리함으로써 현세적 삶에서 그리스도인의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책임윤리를 빈약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정론적 생각으로 '이미 구원받고 천국가는 것은 예정됐는데, 나쁜짓 해도 천국은 가겠지' 등으로 연결된다면, 예정론을 잘못 이해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알고 보면, 예정론은 한 개인에 대한 구원에 관한 미리 정하심이지, 개인의 행위와 선택, 즉 자유의지적 선택에 대한 영역과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신적 예정은 운명론과 숙명론과는 다르다"며 "운명과 숙명적 사고에는 인격적인 신적 존재와 인간 사이의 교감이 전혀 없다. 예정론의 본질은 하나님 은총의 총화"라고 전했다.

특히 "예정은 신적 선택과 유기로 인한 인간에 대한 형벌적 극치를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예정론,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선택론은 복음의 총화이다. 따라서 예정론은 구원의 은혜성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며, 구원을 보장하는 불변적인 확증으로 인식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예정은 신자의 신앙과 삶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점에서 예정교리와 견인교리는 본래 구원의 확증이 인간의 반응과 결정 여부에 달렸지 않고, 구원을 선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근거한 것임을 말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이 교리가 한국교회의 신자들로 하여금 회개없는 신앙을 보장하고, 비윤리적인 삶까지도 구원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그리하여 구원에 대한 무비판적인 확증의 원리로만 작용한 것은 심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동춘 교수는 "한국교회의 구원관이 기계적 예정론을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예정에서 견인까지'를 마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적 구호처럼 신자의 구원 전 과정을 윤리와 회개없이 일사천리로 천국 구원 행으로 직행하는 듯한 도식을 그려주고 있다"며 "이것은 예정교리가 성행했던 17세기의 기계론적 세계관을 구원교리에 투명한 사고라고 추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세계관은 세계의 활동과 운동을 유기체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기하학적 세계상에 근거해 '우연성'을 배제한 '필연성'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관을 사고했다"면서 "이러한 기계론적 세계관은 예정론에도 적용돼 신자의 믿음의 시작부터 종착지까지 모든 과정을 신자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상호작용이 없는 획일화된 시스템 논리로 이해하지 않았는가"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김동춘 교수는 '구원은 사건이면서 과정'이라고 강조하며 "구원파적 구원관은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이라고 하며, 그리고 회개 없이도 구원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 논리에는 구원은 사건이지 과정이 아니라는 사고가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나님의 그의 자녀를 한 번 부르시고, 믿게 하고, 의롭다 하신다. 이러한 구원의 순서는 단회적이요, 사건적이다. 그러나 우리 안에서 죄로 인해 손상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게 하는 구원사역은 성령 안에서 진행되는 지속적이며, 반복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원이란 창조로부터 구원으로 향해 가는 재창조의 과정이며, 구원은 신자의 인격 안에서 진행되는 하나님의 회복적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  회개와 행위 없는 구원은 '싸구려 은총'으로 전락해

김 교수는 "구원 드라마는 하나님에 의해 주도되지만, 그리스도인 편에서의 응답과 그리스도 편에서의 구원의 완성에 대해 소홀히 했다"며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요구를 망각하고, 아무나 고백만 하면 구원받는다는 사고가 강조될 때, 그것은 '싸구려 은총'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원에 있어 삶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구속의 (확정된) 표지만이 아니라, 그 구속의 경기장이며 극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행위는 칭의의 필수적인 열매며, 우리의 최종적인 구원에 이르게 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선행(행위)는 구원의 부가물이 아니라 구원의 꽃이요, 열매다. 믿음의 기초가 하나님의 칭의라면, 믿음의 목적은 인간의 성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은 믿음으로 시작해 믿음의 완성인 거룩한 삶에 이르려는 활동"이라며 "구원과정에서 행위는 필연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과거적 구원이 그리스도 안에서 단번에 이루신 구원행업이라면, 현재의 구원은 우리 안에서 완성해 나아가야 할 우리의 응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