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대북NGO 활동
NGO는 '정부 이외의 기구'로서, 국가 주권의 범위를 초월하여 사회적 연대와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자발적인 공식 조직을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NGO는 3만8000여개. 그러나 각국의 공식-비공식 기구를 합치면 10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학자들은 NGO의 특징을 '비정부성·공익성·연대성·자원성·공식성·국제성'에서 찾는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사회적 구분으로 보았을 때의 기독교의 존재 형태도 넓은 의미에서 NGO 형태를 띠고 있으며, 교회의 활동 중 많은 부분이 NGO의 형태로 이뤄진다.
대북 NGO는 크게 4가지 성격으로 구분된다. 첫째, 박애정신에 바탕을 두고 북한의 굶주림과 질병 해소를 돕는 대북지원단체, 둘째 북한의 인권실태를 조사·발표하여 국제사회에 알리고 북한정권을 압박하는 북한인권단체, 셋째, 남한사회의 통일 평화운동과 통일교육에 초점을 맞춘 통일운동단체, 넷째,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는 단체이다. 한국교회와 전 세계 기독교계는 대북 NGO의 네 분야 모두에서 초창기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해 왔다.
이 중 대북지원사업은 NGO의 역할이 가장 중시되는 영역이며, 기독교계의 활동이 가장 발달한 영역이다. 1995년-2000년은 김일성 사망, 경제 붕괴, 자연재해의 3중고로 북한이 가장 어렵던 시기인데, 이때는 1992년 민간단체에게 대북창구가 열린 이후 남한사회의 본격적인 대북지원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디아코니아(봉사) 신학에 기초한 기독교 대북지원단체들은 일반사회복지단체·경제계는 물론 대한적십자사보다 활발한 지원을 전개했다.
1995-1997년 통계를 보면 당시 대북지원의 단일루트였던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해외단체를 비롯한 대한민국 전 기관 대북지원의 총 합은 240여억원이었는데, 그 중 53억이 기독교계의 지원액이었다. 이는 다른 어떤 조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액수였다. 당시 기독교 단체들은 '선교단체'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으나, 외부에서는 이를 NGO로 규정했다. 이들 중 대다수 단체의 북한선교팀은 이후로 정식 NGO로 등록하여 현재까지 대북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굿피플·CCC·구세군 등이 그 예이다.
2000년부터 시행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의 수혜를 위한 조건 중 '특정 종교의 교리 전파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조항으로 인해, 대부분의 기독교 NGO는 정관에서 '선교'에 관련된 내용을 제거하여 기독교 NGO와 일반 NGO의 구분이 모호해진 면이 있다. 그러나 단체의 정관에 나타난 코이노니아적 성격과 이사회·실무진·후원자들 구성의 면면을 보면, 대다수의 NGO가 교회의 주도와 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대북NGO의 연합체인 (재)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전체 58개 회원 단체로 구성돼 있는데, 필자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 중 19개가 기독교계 인사들에 의해 시작되고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5개 단체는 명칭 혹은 정관에 '기독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최근 들어서는 개교회 차원에서도 NGO를 만들어 지원사역에 전문성을 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온누리교회는 NGO '더멋진세상'을 설립했고, 사랑의교회도 예배당 이전을 계기로 NGO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만나교회가 시작한 '월드휴먼브리지'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굿피플'도 사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북NGO 사역의 장애물들
그러나 국내 대북지원NGO들의 사역에 있어서 두 가지 거대한 장애물이 있다. 첫째, NGO를 통해 북한에 들어간 물자와 식량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으며, 실효성에도 의문이 있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비판은 대북지원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뿌리 깊은 비판이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그 강도와 수위가 약해지고 있기는 하다.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강동완 교수와 한신대학교 김동진 교수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의뢰를 받아 제19대 여야 국회의원 9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도적 대북지원 사회적 합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작년 8월에 발표되었다.
결과에 의하면 민간 부문의 인도적 대북 지원이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44.8%인 39명이 찬성했고 27.6%인 24명이 매우 찬성하는 등 약 72%가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노컷뉴스, 2012.8.29). 이는 NGO의 대북지원에 대해서 적어도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는 찬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장애물은 불안정한 남북관계다. 대한민국 정부에 등록된 NGO단체는 정부의 통제를 받으므로 남북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비정부기구가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남한은 전 세계에서 북한과의 관계가 가장 불안한 나라다. 이러한 불안정성이 NGO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한동안 군사적 전용가능성이 없는 분유에 대해서 반출 승인이 나지 않은 것, 이산가족상봉 행사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 취소 후 대북지원단체의 모니터링을 위한 방북은 제한한 것은,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도 남한 현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7월 22일과 8월 30일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급기야 11월 21일의 3차 성명서에서는 통일부 장관의 문책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장애물의 근원에는 북한정권에 대한 현 정권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한국정부와 대다수의 한국NGO는 북한에 엄청난 양의 식량지원을 하고서도 제대로 된 모니터링을 실시하지 못했다. 2008년 통일부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00-2007년 정부는 연 1~5회 분배 결과를 통보받았고, 분배 현장 확인도 가장 많이 했던 2005년에도 20회에 불과했다.
이는 WFP의 모니터링 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정부의 판단은, 아무리 인도주의적 명목으로 NGO가 대북지원을 한다고 해도, 모니터링이 되지 않는 한 인도적 지원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이렇듯 남한의 정권과 NGO 대다수 시민들도 원칙적 차원에서의 인도적 지원에는 동의하지만, 지원의 채널이 믿을 수 없는 북한정권이며 모니터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국제NGO의 경우 모니터링에 있어 남한정부나 남한NGO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WFP의 경우 10명 이상의 모니터링 요원이 북한에 상주하고 있으며, 지원 마대에 일련번호를 매겨 이동을 확인할 수 있고, 24시간 전에 요청하면 어디든지 무작위 모니터링을 하는 수준에 이른다. 그밖에 UN 산하의 기구들과 10개 이상의 국제NGO가 북한에 상주하는 직원을 통하여 WFP의 기준에 부합하는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WFP의 경우 2009년에는 3명의 한국계 모니터링 요원이, 2012년에는 5명의 한국계 모니터링 요원이 북한에 근무하였다.
북한정권이 이렇듯 남한정권과 남한NGO를 차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남한이 적성국가라는 것이다. 남한정부와 남한사람은 북한정권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세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다른 나라들은 인도적인 의도로 북한에 대해 지원하지만, 남한정부와 단체들은 통일을 위한 전략의 일부로 북한을 지원하는 면이 있고, 북한도 이를 알고 있다.
둘째는 남한의 대북지원이 순수한 인도적 입장이 아닌 신뢰 구축의 차원에서 시작되었고, NGO도 이에 편승했다는 것이다. 대북지원이 가장 활발했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 남·북 간에는 가장 많은 교류·왕래, 그리고 지원이 있었으며, 그로 인한 신뢰가 구축되었다. 당시 대다수 대북NGO가 정부 지원의 연장선상에서 정부의 신뢰 구축을 위한 도구로 기능했다.
바꾸어 말하면, 이 당시 NGO의 활동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활동이 아니라 통일과 신뢰 구축을 위한 정치적 역할도 하였다는 것이다. 비정부기구인 NGO들이 정부의 일에 깊이 개입되었고, 이로 인해 NGO들도 정부와 함께 북한정권과의 신뢰관계를 얻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북한정권과의 신뢰관계를 위해 분배의 권한을 포기해버린 것이, 남북당국 간의 신뢰가 무너진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한국의 NGO는 순수한 인도주의 대북지원의 명분과, 북한과의 상호신뢰 모두를 잃은 상황에 처해 있다.
NGO들의 장애물 극복 노력과 우리의 기도
위에서 밝힌 이유로 남한의 대북NGO들은 사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남한단체들이 규범과 체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듯, 한국교회의 연합을 통한 대북사업 체계화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재)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기독교 연합기구는 아니지만, 기독교 단체와 인사들이 주도하는 연합체로서 비기독교단체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현실적으로 단일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되는 조직이다.
북한정권이 남한단체에 비해 국제단체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대북지원은 국제연대를 통한 방법이다. 2013년 통일부는 국내 단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적은 43억원만을 지원한 반면, 유니세프에 603만불(63억여원), WHO에 630만불(66억여원)을 지원하였다고 한다. 정부가 국제기구에 할 수 있는 일은 물질적 후원에 그치지만, NGO는 물질적 지원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영역에서 주도적으로 함께 일을 할 수 있다.
많은 NGO들의 활동의 중심에 한국계 외국인들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제조직과 연합사업을 전개하는 단체들도 보인다. 국내적 연합과 국제적 협력을 통해, 상황과 환경을 초월하여 디아코니아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한다. 이러한 순수한 나눔과 섬김의 선교행위가 지속되기 위하여, 우리에게는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께서 통일을 이루어 주실 것을 믿는 믿음이 필요하다.
/오픈도어선교회 현장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