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교회 분쟁이 자주 발생하면서, 역설적으로 평신도들의 교회 참여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상대적으로 커진 때문인데, 평신도들 스스로 '~사모(~를 사랑하는 모임)' '~비대위' '~회' 등의 이름을 짓고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참여 방법도 기도회 개최, 성명 발표, 온라인 커뮤니티 구성 등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분당의 대형교회 중 하나인 '갈보리교회'(담임대행 이웅조 목사)에서도 최근 평신도들이 '갈사모'(갈보리교회를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말 이필재 목사의 은퇴로 담임목사직이 공석인 상황에서, 무리 없이 청빙을 진행하고 교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갈보리교회는 지난 1985년 교단에 소속되지 않고 '장로' 직분을 없애는 등 이른바 '독립교회'를 표방하며 창립됐다. '교단 정치'라는 고질적 병폐에서 탈피하고 수평적 교회 문화를 지향하기 위함이었는데, 많은 이들이 여기에 공감해 현재 주일예배 인원 5천여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던 교회는 지난해, 당시 이필재 담임목사의 은퇴를 앞두고 청빙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교회 안팎에선 "이필재 담임목사와 박조준 원로목사 사이에 청빙 문제로 갈등이 있다"는 등의 소문이 돌았고, 때마침 박조준 원로목사가 은퇴 10년 만에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하자 이 같은 소문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1년을 보낸 갈보리교회 교인들은, 청빙 문제로 갈수록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의견이 서로 다른 교인들 간 갈등 조짐마저 나타나자, 이필재 목사가 은퇴한 지난해 말 '갈사모'를 만들기에 이른다.

현재 갈사모 대표를 맡고 있는 서배선 집사는 "갈사모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들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평신도들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모임"이라며 "청빙 등과 관련, 교회 공식기구의 결정에 반대하면서 분란을 선동하는 일에 단호히 대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밝힌 구체적 활동 사항은 △외부세력은 물론 은퇴한 이필재·박조준 원로목사가 청빙에 개입하는 것을 막고 △교회 내 예배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적극 대처한다는 것 등이다.

갈사모측은 "갈보리교회는 초교파 독립교회로 지난 29년간 하나님의 뜻을 펴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 갈사모는 갈보리교회가 앞으로도 젊고 개혁적인 교회로 남을 수 있도록 감시자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3대 담임목사의 청빙이 완료되고 새 담임목사가 취임하면 그 사명이 완수된 것으로 보아 자동 해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갈보리교회는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제3대 담임목사 청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갈보리교회는 최근 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교회 헌법을 일부 개정했다. 그 주요 내용은 △목회자에게 재정이나 윤리·신학적 부분과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목회자를 제재할 수 있고 △교회 자산을 3억 원 이상 취득하거나 1억 원 이상 처분 시 교인 대표기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교회측은 헌법 개정 취지에 대해 "목회자 개인의 인격과 양심, 자질에 의존하는 독립교회는, 자율성 확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당회나 제직회 등의 부재로 견제 기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며 "소수가 교회의 의사결정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독립교회의 정신은 살리되 부작용은 보완하려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