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오무전기 소속 한국인 2명이 피살되고 지난 4월 목사 7명이 납치됐다가 풀려난 것에 이어 최근 김선일 씨가 피살됨에 따라 현지 교민 안전을 비롯 현지 선교 사역자들의 보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잇따른 한국 민간인 납치 및 피살사건으로 인해 대부분의 현지 선교사역자들도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한 인근 요르단 수도 암만이나 두바이, 쿠웨이트 등지로 철수하고 있다. 이에 이라크 선교사역이 주춤하고 있으나 선교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중동선교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라크 현지 선교 사역자를 비롯 기독교인들은 현재 상당히 위험한 상태, 현지 선교사 대부분 안전을 위해 '철수 상태'"

오픈도어선교회 대표 김성태 교수는 이라크 현지 상황에 대해 "지금 바그다드의 50여명의 한국선교사와 기독 NGO 관계자들이 주변 요르단 암만지역으로 다 철수했다. 한국사람들이 납치 혹은 테러의 대상이 되니까 예방차원에서 철수한 것이다"라며 현지 기독교인들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교계는 이 때 현지 선교사들과 기독 NGO 관계자들 보호에 힘써야 하며 정부차원에서도 현지 교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하며 "자이툰 부대로 곧 파병될텐데 극렬한 테러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으므로 자국민 보호에 있어 불필요한 활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라크 추가 파병에 관해서는 "한 사람의 희생은 마음 아프지만 한미동맹 관계가 악화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상황에서 파병을 늦추거나 취소하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자이툰 부대가 전투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를 복구와 건설을 돕기 위해 가는 것이고 파병은 미국을 비롯 국제사회와의 약속임을 거듭 강조했다.

"김선일 씨 피살 사건, 이라크 국민 전체의 의사로 봐서는 안된다"

또 "이번 피살 사건을 이라크의 임시정부 관계자들을 비롯 현지 이슬람 전체 지도자들, 이라크 국민 전체의 의사로 봐서는 안된다. 이라크 내에서도 한국부대가 오는데 환영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이툰 부대 4천 명을 보내지 않으면 미국과의 관계나 국제사회 내에서 한국정부의 위상이 크게 실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6.25가 끝나고 전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았는데 이라크의 전후 복구을 위해 파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라크 현지 지도자,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에게 이라크를 돕기 위함임을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교회 차원에서도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선린관계를 맺는 외교적 역량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라크 요르단신학교 공일주 교수는 "아랍 언론들이 김선일 씨가 복음주의 기독인이라고 보도하면서 아랍인들이 이라크와 인근 아랍지역에도 비즈니스를 가장한 한국의 복음주의 기독인들이 많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다"며 "이와 관련, 아랍인들은 지금의 이라크 사태를 최악으로 판단하고 한인 선교사들을 당분간 보내지 말 것과 만일 한인 선교사들을 보내게 되면 절대로 언론에 노출시키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한국선교연구원 문상철 원장은 정부나 교계의 미온적 대처를 질타하면서 "이라크 내 상황이 위험해서 정부가 철수 명령을 내렸다면 이에 따라야 하고 대사관과의 협의를 통해서 일이 빨리 진행되도록 하고 선교단체 차원에서도 현지 선교사들이 철수하도록 해서 보호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그동안 교계나 선교단체들이 대처하지 못했고 선교사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일에 애착이 있으니 안나온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며 "김선일 씨도 선교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국제단체들은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한국은 그런 것도 없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두상달 중동선교회 이사장도 "이라크 현지 선교사 대부분이 요르단으로 피신해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선교를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런 때는 피하는 것이 지혜다. 어떤 선교사는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피해'라고 말해줬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특수업무 민간인들이 이럴 때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중동선교, 섣부른 개인적 행동 삼가고 전문성을 기해 서로 협력해야"

그는 "중동지역에 섣부르게 선교를 하겠다고 접근하는 것은 삼가하는 것이 좋다. 선교가 닫혀진 사회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선교사, 전문적인 선교단체와의 협의하에서 협력하에서 사역해야지 그렇지 않고 선교를 개인적으로 섣부르게 접근하면 오히려 선교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이런 기회를 통해 중동선교의 시급성을 절감하고 함께 기도하고 동참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중동선교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중동이 선교에 문을 닫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중동선교는 불가능하다고 결론짓고 오히려 한국교회가 문을 닫고 있는 것"고 전했다.

또 "철저한 독재정치 하에 온갖 억압으로 신음하고 전쟁으로 모든 동력을 다 소모한 이라크 국민들에게 이제 이라크의 민주화와 평화 재건의 길이 열렸음에도 일부 잘못된 이슬람 과격단체, 근본주의자들의 행동이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김선일 씨의 고귀한 희생, 이라크의 선교의 문 크게 여는 계기 되게 해야"

하지만 멀리보면 하나님께서 이를 통해 더 많은 선교의 문을 여실 거라며 "김선일씨 죽음은 충격이고 우리 모두 울었다. 세계가 울었다. 인간의 죄상을 다시 한번 보는 것 같은데 그 이라크에서 흘린 이 고귀한 피가 이라크의 선교를 여는 큰 발자국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중동선교를 위해 헌신하려고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던 귀한 청년, 그의 죽음의 헛되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성령님의 인도하심 따라서 이라크 선교에 힘을 모을 때 하나님 축복하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은 국제사회와의 약속,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 '파병해야'"

이라크 파병에 관해서도 "이라크 파병은 해야한다고 본다. 파병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테러의 대상에 굴복당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테러를 한다고 국가적 정책이 바뀔 수는 없는 것이다. 파병해서 잃는 것도 있겠지만, 파병 중단함으로 잃는 것이 몇십배가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파병하는 것이 좋으며 이 상태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한국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