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적 성장’이라는 말은 ‘옥시모론’(oxymoron)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반대되는 단어를 엮어 놓는 수사법이 옥시모론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 감소적 성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요즈음 깊이 잠겨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지난 20 여 년 동안 지속적인 ‘증가적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제가 부임한 이후만 따져도, 매 년 예배 출석률과 재정에 있어서 5-10%정도씩 성장을 해 왔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다수의 교회들이 재정에 있어서 10-20% 감소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유별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봄과 여름에는 전체 예배 출석 인원이 1500명을 넘어서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한 번도 수적인 목표를 세워 교회 성장을 위해 노력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믿음의 본질과 교회의 본질을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인데, 그 결과로 양적 성장도 이루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교회를 찾는 분들을 한 분도 놓치지 않고 모두 품어 안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해 왔습니다. 지교회도 열었고, 토요 예배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맥클린의 주일 오전 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주차 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주변 주민들의 원성이 잦았고, 교실 부족으로 인해 교회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게 떠오른 말이 ‘감소적 성장’이라는 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모순적인 말을 생각나게 한 것입니다.

이제는 찾아오는 분들을 어떻게든 모시려고 발버둥 칠 것이 아니라, 기존 교우들과 방문자들에게 교회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시설 부족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 주기를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 교인과 방문자 중에 다른 교회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에는 그것을 막아 보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그것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적인 감소를 각오하고 교회의 상황에 따른 희생을 요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할 경우, 우리교회의 성장세는 둔화되거나 감소할지 모릅니다.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찾아 쇼핑하듯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우리 교회가 아니더라도 찾아갈 곳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 교회가 아니고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분들만이 우리 교회에 정착하게 될 것입니다. 더욱 더 복음의 본질에 충실한 설교를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강조하며, 교회다운 일을 하기 위한 헌신을 더욱 강하게 요청한다면, 수적으로는 감소할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성장할 것입니다.

혹시나 “네가 배가 불렀구나!”라고 핀잔을 주고 싶은 분이 계실지 모릅니다. 아닙니다. 시설 문제로 인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름을 짜듯 짜 낸 생각입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우리로 하여금 더욱 참된 교회로 만들어 준다면, 그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물리적으로 공간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 보입니다. (2011년 1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