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 문헌에는 가나안의 계절을 가을, 겨울, 봄, 여름, 이렇게 네 계절을 기록하고 있지만, 구약 성경은 두 계절을 말하고 있다. 창세기 8:22절에 기록하기를 “땅이 있을 동안에는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와 여름과 겨울과 낮과 밤이 쉬지 아니하리라.”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성경의 두 계절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성경에서 한 해는 니산 달과 티슈리 달에 의해 두 시기로 나뉜다. 니산은 유대 월력의 첫 번째 달로 3월 또는 4월 초이며, 티슈리는 유대 월력의 일곱 번 째 달로 9월 또는 10월에 있다. 유대 월력의 이런 이름들은 바벨론에서 비롯된 포로 이후에 사용된 이름들이다.

구약 성경에 기록된 중요한 절기는 유월절(니산)에서 초막절(티슈리)까지 일곱 달 안에 포함되어 있다. 겨울 농사는 밀과 보리와 같은 곡식 농사인데 반해, 여름 농사는 포도, 무화과와 같은 과일 농사이다 (암 8:1,2; 렘 40:10, 40:12, 미 7:1, 삼하 16:1). 팔레스틴의 농부들은 매달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팔레스틴에서 농산물이 생산되지 않는 달은 없다. 이런 농사적 특징에 기초하여 신명기에 특별한 표현이 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권고하시는 땅이라. 여호와의 눈에 연초부터 연말까지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 (신 11:12).

일년을 주기로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이런 자연 현상은 바알 종교에 영향을 미쳤다. 기근이 오래 계속되면, 가나안 농부들은 바알/하닷(Baal/Hadad)이 죽음의 신에게 패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때가 되면 하늘에서 큰 소리(thunder)가 들리고, 바알/하닷은 다시 부활하므로 땅은 생기를 회복할 것으로 믿었다.

팔레스틴의 겨울은 서쪽과 북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이태리 북쪽으로부터 오는 저기압은 그리스, 에게해 연안 그리고 팔레스틴의 북쪽 시리아에 영향을 미치며, 이태리 남쪽에서 시작된 또 다른 저기압은 지중해를 건너 팔레스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저기압 현상은 팔레스틴에서 우기철 세 종류의 비(이른 비, 장마 비, 늦은 비)를 형성한다 (신11:13-17, 렘 5:24, 겔 34:26). 이른 비는 초막절 즈음에 내리는 비로써, 건기 후에 농사짓기에 필요한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는 약한 비이다. 이른 비는 9월 또는 10월 즈음에 내린다.

장마 비는 연중 강우량의 약 75%를 차지하는데 12월에서 2월 중에 내리는 소낙비 같은 큰 비이다. 장마 비는 이스라엘에서 중요한 식수원이었다. 늦은 비는 겨울 농사의 결실을 위하여 내리는 비이다. 늦은 비는 3월 곧 유월절 즈음에 내린다. 늦은 비가 내린 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더 이상 비를 기다리지 않는다. 늦은 비가 내린 후 4-5월에 비가 내리면, 그 비로 말미암아 겨울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상 12:17). (겨울철 감람산 동쪽의 비 그늘 지역인 유대 광야를 바라본 전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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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멤피스장로교회)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