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교회…건강한 목회모델 함께 고민한다

지난 해 1월, 새롭게 창립돼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노크로스한인교회 진세관 목사를 만났다. 30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아틀란타한인교회(담임 김정호 목사)에서 파송 받아 ‘파트너 교회’ 관계를 맺고 있는 노크로스한인교회는 다른 교회들과 함께 건강한 목회 모델을 고민하고, 자원을 공유하고 있다.

“‘파트너 교회’ 관계는 지교회 개념이 아니라 각 교회가 동등한 위치에서 건강한 교회라는 한 비전을 갖고 좋은 목회 자원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면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감리교회뿐 아니라 타 교단에서도 관심 있는 교회들이 동참하기도 하는데, 개척을 하거나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 사역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칠 수 있는데 밀어주고 끌어주고 어깨동무 해 나가는 동역자를 얻게 돼 큰 힘이 납니다.”

낀 세대, 손님 아닌 주인으로 교회 중심에 서다

노크로스한인교회 창립 당시 진세관 목사와 함께 파송 받은 30여명의 청년들은 대게 1.5세들이었다. 한국어가 가능하지만 영어와 미국적 문화가 편한 1.5세 청년들, 그리고 아직은 젊지만 1세 목회자인 진세관 목사가 한 배를 탄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대게 청년들은 교회 헌신도가 낮고, 1.5세의 경우 ‘낀 세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책임지지 않는 자리에 서려고 한다는 것이 지인들의 조언이었다. 한마디로 ‘너무 큰 기대 걸지 말라’는 것.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세관 목사는 그들을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교회 중심에 세웠다. 결과는 어떨까?

▲지난 해 1월, 아틀란타한인교회에서 파송받을 당시.

“부모님도 계시고 어릴 때부터 자란 모(母)교회를 떠나 개척하러 온다는 것이 청년들에게도 큰 결단이었습니다. 파송 받아 올 때 두 가지를 당부했어요. 첫째는 날 보고 오면 안 된다, 둘째는 가면 고생한다고요. 받는데 익숙하던 청년들이었는데, 개척의 자리에서는 주인으로 청소, 친교 준비, 관리를 다 맡아 하고 있어요. 재정의 70%는 청년들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어 감사합니다. 교회 어른들도 이런 청년들은 처음 봤다면서 예뻐 해 주시죠.”

이민교회에서 1.5세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청년들로 인식되고는 있지만 한어권에도, 영어권에도 속하지 못하고 피해의식과 정체성 혼란을 품고 살아가는 ‘낀 세대’이기도 하다. 한국어가 가능하고 한국 문화를 아는 이들은 교회 궂은 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영어권처럼 재정을 지원 받거나 담당 목회자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가능성을 펼칠 기회가 없어 주저하던 이들이, 주인이 되자 1세의 강점과 2세의 강점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전 세대가 함께 하는 성경공부, 훈련…이해의 폭 넓혀

청년들에게 100% 열린 교회를 지향하지만 교회를 지켜온 어른들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노크로스한인교회는 1975년 故 박성용 목사에 의해 세워진 최초의 한인감리교회로 애틀랜타 이민사회와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이민역사의 한 축을 이뤄왔다. 노크로스한인교회 설립 당시 지금의 교회 자리에서 예배를 드려온 한인감리교회와 통합됐다. 오랫동안 교회를 지켜온 10여명의 장년 성도들은 푸근한 어머니처럼 청년들의 열정을 품었다.

일주일 내내 교회 문이 열려있는 노크로스한인교회에는 청년들이 언제라도 찾아와 공부하고, 운동하고, 밥도 해 먹을 수 있도록 ‘청년 비전센터’가 있다. 한번은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와 교회 어른들과 논의를 했는데 “그래도 청년들이 교회 와서 마음대로 쓰는 게 좋은 겁니다. 이런 걸로 청년들이 교회 오는 걸 꺼리지 않도록 해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교회 시작 당시 20-30대와 60-70대 그룹간 간격이 너무 커서 힘들기도 했습니다. 어른들께는 자녀를 키워 출가 시키셨듯이 영적인 자녀들이라고 생각하시고 신앙으로 키워 달라고 부탁 드렸고, 청년들에게는 언제까지 청년일 수는 없다, 장년이 되도 우선적으로 청년을 위한 교회로 남아질 수 있도록 지금 잘 해 달라고 주문했어요. 지금은 평일 제자훈련과 성경암송, 통독 등 프로그램에 청년들과 어른들이 함께 양육 받으면서 더 관계가 가까워졌습니다. 처음에는 교회에서 뭘 한다고 하면 어른들은 의례 청년들 대상이겠지 하고 안 오셨거든요(웃음). 지금은 아주 열심이십니다.”

프로그램보다는 삶 속에 치열한 고민 추구

목회 방향과 철학에 대해 물었다. 청년 목회에 많은 초점을 맞추는 만큼 뭔가 거창한 것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대답은 ‘원칙에 충실하자’였다.

“청년 사역은 한 순간에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훈련과 성경 암송, 성경 통독 등으로 신앙의 기본을 튼튼하게 다지고, 그것이 삶 속에 스며들어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고 결단하고 갈 수 있도록 합니다. 셀 모임이 있지만 친교 위주로 흐르지 않고, 주일 말씀을 먼저 나누고 그 말씀에 자신을 비춰보고, 기도제목과 결단을 함께 기도하도록 셀 리더를 훈련시키고 있어요. 친교와 교제가 당장은 좋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는 건 말씀 입니다.”

프로그램이 별 것 없다고 하지만 노크로스한인교회 게시판에는 각종 활동과 봉사자들을 모집하는 내용들이 붙어 있었다. 교회에서 멍석을 깔아주지 않아도 청년들이 자원해서 동호회를 만들고, 지역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겨울에 여자청년들 사이에서는 뜨개질이 유행이었다. 누군가 아프리카에 뜨개질한 모자를 보내는 프로젝트를 찾아와, 함께 한 것이다. 홈리스 봉사, 라이드 봉사, 친교 봉사와 사진 동호회, 몸짱클럽 등 누구라도 쉽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해 가는 일이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회 공간은 항상 열려있다. 청년들이 젊은 감각으로 지난 1년간 페인트를 칠하고 곳곳을 손보며 교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청년들 향한 열정, 평생의 과제

혹자는 ‘처음 시작은 청년들과 하는 게 쉬우니까 청년들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했었다. 하지만 진세관 목사 안에 ‘청년들을 향한 열정’은 목회의 DNA와 같다. 목회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신학생 시절부터 인천에서 개척을 할 당시에도 청소년과 청년들을 찾아 다니며 사역했다. 더 넓은 걸 보고 경험하고자 미국으로 왔지만, 와서 보니 1.5세와 청년들, 청소년들을 위한 돌봄과 도전의 사역이 필요함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한다.

“노크로스한인교회는 5년 10년이 지나도 청년들을 위한 교회를 표방할 것입니다. 때로는 형처럼, 삼촌처럼 같이 있어 주고 무엇을 말해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 줄 수 있는 목회자로 서서, 항상 청년들이 주인이 되는 교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근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크로스한인교회는 역사유적지이기도 하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예배당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노크로스한인교회는 16 W. Peachtree st. NW Norcross GA 30071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일오전9시 30분과 11시에 예배를 드린다. 수요비전 클래스는 오후 7시 30분, 금요예배는 오후 8시 30분에 각각 진행되며 제자훈련 ‘하나님의 사람’은 토요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문의는 770-362-7288, 홈페이지 www.kumc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