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교계와 정계가 ‘국가 기도의 날(National Day of Prayer)’이 위헌이라는 연방지방법원 판결에 함께 맞서고 있다. 이들은 국가 기도의 날이 건국 초기부터 전해져 온 미국의 역사적 유산으로,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지난 주 미국 위스콘신 주 법원의 바바라 크랩 판사는 “정부에 의해 특정 종교 행위가 지지되고 권고되고 있는 국가 기도의 날은 정교 분리와 개인의 종교 자유에 관한 미국 연방헌법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같은 판결은 국가 기도의 날 폐지를 주장하며 2008년 10월 당시 정부와 국가 기도의 날 태스크 포스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무신론 단체 ‘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보수 교계와 정계는 판결에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국가 기도의 날 명예의장인 빌리그래함전도협회, 사마리아인의지갑 회장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폭스뉴스, ABC 방송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 기도의 날은 건국 초기인 대륙의회 때부터 모든 주가 하루를 정해 하나님께 기도와 감사를 드릴 수 있도록 시작된 것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역사적 유산의 중대한 일부”라고 밝혔다.

그래함 목사는 또한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고, 정치와 경제적으로 고난의 때를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가 기도의 날에 반대하는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라며 “미국이 그 어느 때보다 기도를 필요로 하는 지금 국가 기도의 날이 나쁜 것이거나 나라의 기틀을 위협하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패밀리리서치카운슬 부회장인 탐 맥클러스키 목사 역시 “미국의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말하지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말하지 않는다”며, “국가 기도의 날은 기독교는 물론, 유대교, 이슬람, 힌두교 등 모든 기도할 수 있는 종교를 가진 미국민들이 나라를 위해 자발적으로 기도에 참여하도록 한 날이고 종교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다”고 이번 판결의 결함을 지적했다.

한편, 보수 정치 지도자들도 하나가 되어 국가 기도의 날의 전통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의회 내 국가 기도의 날 지지 의원들은 지난 22일(이하 현지 시각)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 기도의 날의 역사적 의의를 재확인했다.

공화당 게리 밀러(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은 판결이 미국의 건국 이념이 담겨 있는 헌법을 잘못 해석함으로써 오히려 종교 자유의 가치를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밀러 의원은 “기도는 미국의 역사를 통틀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며 “국가 기도의 날은 누구에게도 기도를 강요하지 않으며,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라를 위해 기도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사당 국가 기도의 날 행사를 주관해 온 공화당 로버트 애더홀트(애틀랜타 주) 하원의원도 “국가 기도의 날은 미국 전통에서 바뀌어서는 안되고 간섭되어서는 안되는 중대한 역사”라며 “이 나라는 건국 선조들이 기도와 기독교 신조에 헌신했기에 위대함에 이르렀고 이같은 유산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더홀트 의원은 이날 하원의 국가 기도의 날 보호와 지지에 관련한 두 개 결의안의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국가 기도의 날은 1952년, 미국 양원의 합동 결의 사항으로 통과되어 당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발효된 관련법에 의해 오늘날까지 법제화된 국가적 행사로 지켜지고 있으며, 1988년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는 수정된 법에 따라 역대 대통령들은 매년 5월 첫 주 목요일을 국가 기도의 날로 선포해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5월 6일을 국가 기도의 날로 선포할 것이며 관련 행사도 변함 없이 치를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고 백악관측은 전했다. 미 법무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22일 항소를 제기했다.

보수 교계와 정계 지도자들은 항소에서 판결이 뒤집힐 것이라는 데 강한 확신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올해 국가 기도의 날은 더욱 기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해석을 보이고 있다. 의회 국가 기도의 날 행사에서 기도회를 인도할 예정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누구도 우리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나는 5월 6일에 미국민들과 함께 우리의 대통령과 모든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심지어 이같은 판결을 내린 판사를 위해서도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할 것이다”고 밝혔다. 국가 기도의 날은 올해 제59회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