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목사님의 상담 컬럼을 늘 보면서 은혜를 받고 있는 크리스챤 독자 R 입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답답해서 의논드립니다. 미국에 온지는 15년 정도 되고요. 남편이 유학생으로 와서 학위를 마치고 얼마 전부터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래는 중서부에 살았는데, 직장 때문에 남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그동안 살던 집을 어떤 미국 성직자 부부에게 믿고 세(rent)를 주었는데, 그 사람들이 몇 개월 집세를 내더니, 그 이후로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리도 그 집세를 받아서 모게지를 내야하는데, 그렇게 되다보니, 모게지 페이먼트 뿐만 아니라, 각종 유틸러티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습니다.

사실 그 지역을 떠나면서, 그 곳의 목사님이 새로운 곳으로 가면, 남편의 첫 월급의 십일조를 꼭 드리라고 하셨는데, 분주하게 정착하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그 때 그 일 때문에, 우리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었으니, 하나님께 회개하고 하나님께서 문제를 해결해 주시도록 기다리자고 합니다. 저 역시 그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날마다 쌓이는 빚(debt)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서 그 사람들을 찾아 법적 조치를 취하고 싶어요. 뿐만 아니라, 당장 무슨 일을 해서 재정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어야 할 것 같은데요. 여기는 마땅히 직장을 구할 수도 없고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좋을지요?


A: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에 오셔서 남편이 공부하는 동안 힘들게 뒷바라지 하시다가 남편이 학위를 마치고, 대학에서 가르치게 된 것이 감사한 일인데, 뜻밖에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셨다니,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지면 관계 상 전화 상담의 내용을 다 실을 수 없지만, 남편께서도 신앙의 열정이 남다르시고, 그동안 젊은 청년들에게 뜨거운 신앙의 도전을 주었다니 감사합니다.

한 두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신앙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예수님을 구세주와 주님으로 믿는다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예수님께서 주인이 되셔서 이끌어 주시도록, 그 분께 모든 것을 맡겨 드려야 하지요. 예수 그리스도의 주재권(Lordship)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 하는 기독교의 원리들(principle)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원리를 현실에 적용할 때, 지금 R 님과 남편의 의견 차가 있는 것입니다. R 님은 무책임하게 큰 손해를 끼친 미국 사람들에게 너무 화가 나기 때문에, 수(sue)라도 해서 법적 권리를 찾고 싶으신 것이고, 남편은 그 일 안에 하나님의 뜻이 있으니, 기도하며 하나님께 맡기자는 것이지요.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신앙과 현실이 이분법적으로 충돌하면서, R 님과 남편 간의 몰이해와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게 될 수 있지요.

간략히 말씀 드리자면, 현실과 신앙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서로 관계없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오히려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눈(관점)으로 당면한 현실을 보세요. 하나님은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실까? 이 문제를 통해서 무엇을 말씀하시기를 원하실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실까? 하나님의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보는 R님과 남편의 통찰력(insight)을 일치시키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분이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세미하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하나님께 먼저 귀 기울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어려운 일들을 통해서, 우리를 더 가까이 만나기 원하십니다. 기도가 깊이 들어가면, 그 문제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문제 때문에 더 깊이 계시는 하나님을 만날 때, 우리는 오히려 놀랍고 값진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광야와 같은 이 세상을 살면서, 낮에는 구름 기둥, 밤에는 불 기둥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서 그 자리에 머물라고 하면 머무르고, 가라 하면 가는 것이 바로 참되고 진정한 신앙입니다. 남편과 함께 깊이 기도하시고, 하나님의 선하신 이끄심을 받기를 기도 드립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그 분이 R 님을 지으셨기 때문입니다. “너는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것이라” (이사야 43: 1 후반절). 하나님께서 R 님과 남편에게 마음의 평안과 확신을 주시고, 선하신 능력의 손길로 현실의 문제를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상담문의: 678 691 7376 revhdy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