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니장로교회 최병호 목사를 만났다. 하나님께서는 ‘선박선교사’를 꿈꾸던 그를 불러 미국으로 인도하시고 지금까지 이끌어 오셨다. 담임목사와 당회의 관계, 제직 선출에 관한 생각, 차세대 목회자에 대한 애정, 영혼구원을 향한 불타는 열정을 때론 날카롭게, 때론 따뜻한 시각으로 풀어놨다.

교회 혼란 속에서 묵묵히 기도하시던 아버지,
태평양 건너다 가슴 속에 지펴진 소명

최병호 목사의 신앙의 씨앗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았다. 부모님은 교회가 때때로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때에도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르치셨다. 목회자가 어쩔 수 없이 사임해야 하는 경우, 아무 말 없이 모셔다 사랑채를 내 드리고 다른 목회지를 수소문해 보내드리고 나서야 마음을 놓으셨다. 아버지는 어린 나이였지만 새벽기도를 가고 싶어하는 최병호 목사를 안 된다고만 하지 않고, 설교와 말씀을 외우게 했다.

“어느 날 꿈인지 환상인지 하얀 옷 입은 세 사람이 새벽녘에 제 안에 들어왔어요. 눈을 떠보니 아버지께서 막 새벽기도를 가시려던 참인데 따라 가고 싶은 거에요. 아버지께서 안 된다고 하시고 집을 나가시자 마자 몰래 나와서 산을 가로질러 아버지보다 먼저 산 반대쪽 교회에 갔죠. 놀라신 아버지께서 ‘그토록 따라가고 싶으면 새벽예배 설교내용과 본문을 다 외워야 한다’는 조건으로 데리고 다니셨어요. 그때부터 설교연습과 말씀암송을 많이 한거죠.”

어릴 때부터 ‘전도왕’으로 동네 친구들은 물론 가는 곳마다 전도를 멈추지 않았다는 그는 심지어 이발을 하면서도 복음을 전했다. 배를 타고 가는 곳마다 복음화 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항해사로 세계를 누비던 시절에도 ‘선원선교회’를 만들어 선박마다 신앙서적과 테잎을 비치해놓고 소식지를 발간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태평양을 건너던 어느 날 ‘이만큼 세상구경 할 만큼 하고 돈도 벌었으면, 이제 주님을 위해 뭔가 해야지’라는 생각이 가슴에 찾아 들었다.

“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서 기도원에 가서 일주일 동안 금식 기도하면서 부르심이라면 환상이든 방언이든 사인을 보여달라고 매달렸죠. 아무 답이 없어서 내려와서 이발 하러 갔어요. 그날 이발사를 전도해서 수요예배로 데려갔는데 갑자기 방언기도가 나오는 거에요. 부르심을 확신하고 미국 유학 길에 올랐습니다.”

매달 3000불 마이너스 재정, 망하더라도 하나님 방법대로 망하자
2002년 청빙 받아 애틀랜타를 찾았을 때 베다니장로교회는 매달 3000불 마이너스 재정상태였다. 무리한 성전건축과 전임 목회자와 갈등으로 교회 분위기도 좋지 않았고, 매 주일 교회에서는 건축헌금을 위한 바자회가 열렸다. 교회 텃밭에는 각종 야채를 길러서 성도들에게 팔았고, 재정담당 집사는 헌금 받으러 다니는 게 일인 상황, 최병호 목사는 당장 모든 것을 중지시켰다. 반발은 당연한 일. ‘목회의 모든 권한을 담임목사에게 위임한다’는 약속을 하긴 했지만 당회에서는 상황을 모르는 젊은 목사의 고집으로 보였을 것이다.

“주일에 교회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매매를 금지시켰어요. 바자회 연다고 해도 무조건 공짜였고, 주일학교 간식비, 성도 애경사, 선교회비, 구역헌금 뭐 다 걷지 말라고 했어요. 장로님들이 당장 찾아와서 반대했죠. ‘우리가 망하더라도 성경적으로 하다 파산해야 할말이 있다.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교회를 만들자’고 설득했어요. 성경적으로 하시던가 아니면 교회를 나가시라고 초 강수를 뒀죠.”

3개월 만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9월 부임하고 12월에는 성도수가 2배로 늘었고, 아무리 부어도 바닥이 보이지 않던 빚을 다 갚은 것이다. 교회재정이 흑자로 돌아서자 베다니교회를 은퇴한 목사들에게 은퇴금을 먼저 챙겨줬다. 이후 8년째, 매년 부흥을 거듭하며 건강한 체질의 교회로 성장하고 있다.

담임목사와 당회, 화목하게 갈 수 없을까?
당회가 치리하는 장로교회에서 제직선출처럼 담임목회자를 고민하게 하는 일도 없다. 심심찮게 들리는 교회분쟁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부끄럽지만 제직선출과 당회에서 비롯되는 갈등인 경우가 많다.

베다니장로교회에서는 누가 제직이 되는 가보다 제직으로 어떻게 일하느냐를 더 중시한다. 제직은 십일조와 주일성수는 기본이며, 사역팀에서 전문적인 사역을 맡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여기에 제자훈련까지 이수해야 한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바로 ‘제비뽑기’. 제직으로 일하기 쉽지 않아 추천을 받아도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지만, 만일 후보가 많으면 고민하지 않고 제비를 뽑는다.

“하나님께서 이미 성경을 통해 해결방법을 주셨어요. 제직선출은 성도들이 투표할 문제가 아니에요. 하나님을 위해 일하고자 하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되, 담임목사나 성도들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을 세우는 것이 제비뽑기입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훈련 받고 자격을 갖추도록 하는 건 담임목사의 책임이죠.”

베다니교회에서 목회자와 당회원들의 관계는 각별하다. 당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새벽기도회에 나와 기도하고, 이후 아침식사를 하면서 교제를 나눈다. 제직회나 공동의회는 서로 기도하고 격려하고 박수치고 칭찬하는 자리로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일 년에 한번은 당회 퇴수회로 플로리다 등지로 가서 하룻밤 묵으면서 낚시도 하고, 즐기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눈다.

화목의 비결은 바로 담임목사와 당회의 영역을 확실하게 나눈 것. 목회에 관한 모든 일은 담임목사가 책임진다는 조건으로 비성경적이고 신학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한 당회에서 간섭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교회 재정과 관리는 당회에서 전적으로 책임진다. 든든한 신뢰를 바탕으로 뿌리내린 담임목사와 당회의 관계는 누가 흔들어도 동요하지 않을 만큼 깊다.

▲매년 5월 첫째주에 열리는 입양아잔치는 한인 입양아들에게는 한국의 정체성을, 가족에게는 한국문화를 알려 교회로 이끄는 전도의 도구가 되고 있다.
1년에 100명씩 보내 개척교회 일어서도록 도울 것
“제자훈련과 제자성경공부의 차이를 몰라요. 성경공부는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로 진학하듯 더 높은 수준으로 공부해 가는 것이라면 제자훈련은 그 전공과목에서 일하는 겁니다. 교회를 오랫동안 다니고 이런 저런 성경공부, 이런 저런 코스를 마쳤다고 해도 써먹지 않으면 헛것이죠. 제자훈련의 요지는 ‘Born again’ 했다면 전공과목에서 일하라는 겁니다. 베다니교회는 제자훈련 이외에는 다른 성경공부가 없어요. 그리고 공부했다면 실천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줍니다.”

똑 같은 조건을 갖춘 남자들이 논산훈련소를 나오면 졸병이 되고 육군사관학교를 나오면 장교가 되는 차이는 훈련이라고 최 목사는 강조했다. 전도를 배우면 전도하게 되고, 기도를 배우면 기도하게 되고, 섬김을 배우면 섬기는 일을 하도록 철저하게 제자훈련을 시킨다. 훈련으로 체질이 건강해지면 본격적인 운동을 시킨다. ‘전 교인의 선교사화’는 축적된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할 수 있는 통로다. 향후 3-4년 내로 기획하는 것이 미자립개척교회 돕기다.

“현재 출석인원이 800명을 웃도는데, 1,000명이 넘으면 일년에 100명씩 잘라 교단 내 개척교회로 보낼 계획입니다. 어려운 교회들이 참 많아요. 훈련된 사람들이 가서 5년 동안 섬기면 금방 부흥할 수 있어요. 5년 후에는 그 교회에 남든지 돌아오든지 본인이 선택하지요. 우리교회 믿음 좋은 사람들이 잘릴 1순위에요(웃음).”

사도행전 29장 쓰는 교회
베다니장로교회는 다민족 선교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현재 성전으로 옮기면서 미국인 회중과 하나되었고, 스패니쉬, 포르투갈어 회중도 함께 한다. 미국에서 신학교를 마치고 남은 것도 ‘미국이 바로 선교지’라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어, 스패니쉬, 포르투갈어 회중 담임목사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목회의 노하우와 비전을 나누며, 함께 단기선교도 떠난다. 놀라운 기적의 역사들이 일어나고 구원받는 이들이 날마다 더해지는 선교현장을 가면 평신도는 물론 목회자부터 변화되기 때문이다.

“모든 세대가 한 팀을 이뤄가는 단기선교는 1년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떠나기 전에 영적인 준비는 물론 언어와 사역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선교현장에 가면 하루에 최소 10명 이상 전도해서 영접시켜야 합니다. 일부러 차도 낡은 중고차로 빌리고 샤워도 못하는 숙소를 잡고 가면 엄청 고생하죠. 하지만 병자가 고침 받고 귀신이 떠나가는 사도행전의 역사가 눈 앞에서 펼쳐지니 한번 다녀온 분들은 또 가고 싶어해요. 올해 단기선교는 스패니쉬 회중과 함께 남미로 갑니다.”

이외에도 한국인 입양아 가정을 초청하는 입양아 잔치, 한국전 참전용사의 밤을 열고 한국과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을 전도하고 있다.
▲2008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선교현장에서.


차세대 목회자 양성, 1명의 지도자가 1000명을 살린다
마지막으로 최병호 목사는 차세대 목회자를 양성하는 일에 발벗고 나설 것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교회를 크게 키우는 것보다 목회자 한 명을 양성하면 그가 천 명, 이 천명 교회를 만드는 일은 금방이라면 ‘시대를 이끌어 갈 지도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멘토가 없어 스스로 모든 일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던 신학생과 목회초년생 시절을 보낸 그는 지도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라면 그 일에 목회의 노하우를 나누고 싶다는 소망이다.

한번도 청빙광고를 내본 적이 없다는 베다니교회에 전도사가 많은 것은 무급이라도 배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종종 전도사와 부목사들에게 대예배설교를 맡겨 다양한 설교경험을 쌓게 한다. 설교에 관한 피드백은 물론 2세 목회자에게 부족한 영적인 면도 끊임없이 보완해주고자 멘토를 자처한다. 영어목회는 독립성을 보장하되, 영어권목회가 커지면 담임목사직을 넘겨주겠다는 방침도 정해놨다.

“이민교회에서 한어와 영어권 목회는 한 지붕 아래 두 회중으로 가야지 영어권이 커져서 나가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자녀들과 함께 나간 부모님들을 위해 또 한어권 목회자가 필요하고, 자녀들을 위해 유년부, 유스가 필요해요. 남은 한어권도 다시 영어권 목회자가 필요한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큰교회라도 영어권이 너무 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아요. 나간다고 하니까요. 저는 영어권 목사에게 영어권이 커지면 독립하지 말고 담임목사를 해라, 그리고 부목사로 은퇴하는 영광을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아주 열심이죠(웃음).”

‘30년 후 과연 1세 교회가 몇 개나 될까? 여기도 20개 정도밖에 남지 않을 것’ 이라고 자문자답한 최병호 목사는 이민교회를 이끌어 갈 차세대 지도자들을 1세 목회자들이 만들고 있는가라는 물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베다니장로교회는 주일 오전 9시, 11시에 각각 한어권과 영어권 예배와 평일 오전 5시 30분 새벽기도회를, 수요일 오후8시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다. 주소는 4644 Sandy Plains Rd. Marietta, GA 30066이며 문의전화 (770) 643-1459, 웹사이트 www.bethanykorea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