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무자(無子)해 기도로 얻은 아들,
어머니 기도와 눈물로 소명 흔들린 적 없어

최진묵 목사의 서재 위쪽에 놓인 세 개의 액자 가운데 어머니 사진이 두 개나 있다. 총신대 출신인 그에게 어머니는 ‘학교 선배’이자 신앙의 든든한 버팀목, 그리고 끊임없는 중보자였다. 결혼하고 15년간 무자(無子)해 간절한 기도로 최진묵 목사를 잉태하고 낳으면서 하나님께 그를 드린 어머니의 신앙과 기도가 자양분이 됐다. 한번도 흔들림 없이 오직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것은 미국에서도 천국에 가시기 까지 아들을 위한 기도를 쉬지 않았던 어머니덕분이라고 최진묵 목사는 애틋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보수적인 칼빈주의 신학을 대표하는 총신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조직신학을 공부하면서 굳건한 신앙의 뿌리를 내린 최진묵 목사는 이를 기반으로 문화 비평가, 평론가, 그리고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는 목회자로 두란노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민 초기 삶의 쓴 맛도, 개척의 막막함도 겪으며 2002년 개척된 두란노교회가 자리잡아갈 즈음 노회(KAPC)의 권유로 2008년부터 약 10개월 동안 내시빌새교회 임시 담임목사로 매주 먼 거리를 이동하며 교회를 안정궤도에 올려 놓기도 했다.

“내시빌 사역 이후 두란노교회 2기 사역을 시작하면서 제 안에 결심이 있었어요. 1987년 안수 받고 지금까지 24년 동안 목회를 해왔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다른 목사님 ‘흉내’만 내고 있더군요. 하나님께서 저에게 독특한 은사와 재능을 주셨는데 이제부터는 주신 바 그대로 드러내야겠다 생각했어요. 2기 사역에서는 찬양과 영상, 무용, 드라마, 문서 등을 아우르는 문화사역을 꽃 피우고 싶어요. 재미있고 역동적이고 날마다 새로운 그래서 매일 오고 싶은 교회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목사의 서재에 꽂힌 LP 3500장, CD 1500장, DVD 2300장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신앙을 근거로 한 건설적인 비평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의 서재는 대변하고 있다. 빽빽하게 꽂힌 각종 신앙서적과 주석은 여느 목회자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주름잡아 1만장은 넘는 각종 LP와 CD 그리고 DVD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거기에 손떼 묻은 오디오와 카메라, 피아노까지… 예술인의 서재라고 해도 어울릴 법한 그의 공간은 대학생 시절부터 빚어졌다고.

“대학 방송국에서 많은 교단 교회를 찾아 다니다 보니 음악과 문화, 사회에 관심이 생겼어요. CTS에서 전문 기술을 배우기도 했고 방송 PD시험까지 봤죠. 신앙 안에서 자란 제가 세상에 눈 떴다고나 할까요? 목회자의 길을 계속 걸으면서도 예수 믿는 사람들이 문화 속에서 어떤 시각과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하나 스스로도 고민했고, 자연스럽게 그런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됐어요. 보통 한 영화를 비평하려면 적어도 3번을 봐야 하는데 적지 않은 투자지만 이를 통해 명확한 기독교적 시각을 갖게 한다는데 자부심이 있습니다.”

가끔은 성도들도 최 목사의 서재에 찾아와 음악을 감상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꽃을 피운다. ‘크리스천 문화사역’을 랜드마크로 삼은 2기 사역에는 재즈 피아노 연주자인 지노 박 집사가 의기투합했다. 미국 커뮤니티를 섬기면서도 한인사회를 섬기길 소원했던 박 집사는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가자는 최진묵 목사의 권유에 흔쾌히 응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프리즌 프레이크’라는 찬양콘서트도 열어 지노 박 집사의 인도로 스킷드라마, 무언극, 워십 등이 어우러져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가인의 시대 속에 세상을 이끌 ‘오피니언 리더’ 기르는 요람
최진묵 목사는 ‘예수’ 혹은 ‘교회’, ‘그리스도’, ‘구원’ 등 일반적인 기독교 영화에서 기대하는 요소가 전무(全無)한 영화 속에서 그리스도의 자취를 찾는다. 소외 당하고 상처투성이 여성이 아이를 임신하면서 낙태를 고민하던 중 한 남성을 만나 아무 조건 없는 사랑과 보호를 받게 된다. 후에 그 남성은 여자가 낳은 아이를 자신의 자식으로 삼아 키우면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영화 <벨라 Bella>.

아침 이슬을 뱀이 먹으면 독이 되지만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는 말처럼, 쾌락과 향락, 자기파괴를 주문하는 ‘가인적’ 현대 문화 속에서 주옥 같은 메시지와 그리스도를 발견하는 그는 교회가 문화를 이끌어 가는 오피니언 리더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초기에는 크리스천들이 세상과 문화를 이끌어 갔어요. 근대에 들어오면서 교회 문화가 세상 문화의 하위처럼 느껴지게 된 것은 세상은 끊임없이 더 나은 것, 발전된 것을 추구하는 반면에 교회에서는 관심이 너무 적고 때로는 죄악시 했기 때문이죠. 이민생활 하시는 분들도 유일하게 쉬는 주일 오전에 드라마를 보고 예배에 온단 말이에요. 막장 드라마다 뭐다 해도 설교보다 재미있잖아요? 성도들이 예배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예배를 ‘보고’ 끝나버리면 그저 제의적인 시간 밖에 안됩니다.”

그는 리더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예수의 마음과 열정을 갖고 섬기는 것이 참된 선교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이들이 복음으로 변화되어 말씀 안에서 살아가고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면 이들 역시 ‘보냄을 받았다’는 말이다.

가장 현대적인 예배의 기초는 철저한 성경공부로 다져진 신앙
두란노교회에서는 ‘가장 현대적인 찬양’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가장 현대적인 찬양이 과연 무엇일까? 소위 ‘엣지(edge)’있는 악기? 어떤 락(rock)보다 더 떠들썩하고 화려한 기술이 어우러진 연주? 최신 가요 못지 않은 음색을 자랑하는 찬양? 모두 아니다.

‘가장 현대적인 찬양’의 모습은 이렇다. 예배 전 찬송가를 부르며 마음을 정돈한다. 그리고 익숙한 곡과 낯선 곡이 섞인 복음성가도 부른다. 찬양으로 시작해 물 흐르듯이 예배가 진행되고 그 속에서 합심기도와 헌금이 이뤄진다. 사회자의 딱딱한 인도 없이 설교가 시작되고 성도들의 가슴 속에 스며든다. 기쁘면 박수도 칠 수 있고, 찬양 속에 눈물 흘리는 것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두란노 교회는 '가장 현대적인 찬양'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런 예배는 다만 젊은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장년들도 처음엔 어색해 하지만 곧 마음을 열고 더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사역자가 일방적으로 이끌지 않고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삐끗하더라도 예배에 나온 모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실제 다양한 분야에서 동참시키고 있다.

혹자는 원칙과 거룩함이 부족하다 지적할 수 있지만, 최진묵 목사는 ‘그건 염려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자유로운 예배의 근간에는 단단한 식물을 먹이기 위한 철저한 훈련과 성경공부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조직신학 전공자인 만큼 최진묵 목사는 체계적인 성경공부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먼저는 주제별로 성경을 공부해 신앙의 대략적인 모양이 잡히면, 권 별로 성경공부를 시작해 모호했던 신앙의 체계와 구조를 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후에는 삶의 영역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은사와 재능별 성경공부 셀을 만들어 삶을 나누고, 은사와 기능을 극대화해 전도의 문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24/7’ 열려있는 가스펠 하우스 꿈
바울사도가 이방인을 위해 열었던 성경공부 학교인 ‘두란노’의 모형을 따라 두란노교회는 이방 땅인 미국에서 이민자들인 우리가 말씀을 가르치고 전파하는 요람이 되게 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 구체적인 계획이 바로 ‘가스펠 하우스’

“참 많은 교회들이 주말에만 북적이고 주중에는 텅텅 비어있어요. 삶에 쫓기는 이민자들의 교회는 더 그렇죠. 두란노교회는 후에 가스펠 하우스로 만들어 갈 거예요. 예배당에는 둥근 테이블을 놓고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주중에는 크리스천 카페로 개방해 차와 다과를 즐기면서 수다도 떨고 기도도 하고 모임도 하는 공간으로 삼으려고요. 물론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올 수 있고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아마추어든 전문가든 미니 콘서트도 하고, 영화도 관람할 수 있도록 가꿔나갈 것입니다. 세상과의 소통, 두란노교회는 ‘문화’로 통할 것입니다.”

두란노교회는 1350 Peachtree Ind. Blvd. Suwanee, GA 30024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일 오후 2시 누구나 와서 예배 드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청년/유스 모임은 토요일 저녁 8시와 주일 오후 2시, 주일학교는 주일 오후 2시, 중보기도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다. 문의 404-643-6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