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정정섭 장로님은 20년 이상을 전경련 전무이사직을 맡고 있다가 1989년에 사임합니다. 일본 선교사로 나가려는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시절부터 멘토 역할을 해 주시던 목사님께서 “당신이 선교사로 나가면 한 사람 몫밖에 못해요. 당신은 선교사가 되기보다 많은 선교사를 보내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는데, 그 한 마디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한국 기아대책’ 회장이 된 것입니다.

정 장로님은 국제기아대책기구 회장을 통해 굶주림 때문에 1분마다 34명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일 년에 1,800만 명이 죽는 현실을 보게 됩니다. 그 순간 그들이 배고픔만이 아니라 영혼도 굶주린 채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죽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특히 선교사라고 하면 비자도 내 주지 않는 북위 10-40도 사이에 있는 나라(북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 몽고, 북한,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사회주의 국가, 인도 등 힌두 국가, 태국 등 불교 국가 - 전 세계 굶주린 사람들의 84%가 이 지역에 밀집되었고, 97%가 복음을 들어보지 못했음)를 21세기의 땅 끝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지역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기독교 선교 방법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 손에는 떡을, 다른 손에는 복음을 들고 들어가는 하나님의 새로운 전권대사가 필요하다고 여긴 것입니다. 여기서 자신의 사명을 찾은 것인데 그는 사명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나는 이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가슴이 뛴다. 이 일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어도 아깝지 않다. 비전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나를 움직이게 하고, 일하게 하고, 기다리게 하고, 소망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비전이다.” 책 말미에 나오는 이 문장을 읽으며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릅니다. ‘자다가도 가슴이 뛰는 비전이 나에게 있나?’ 목사로서 꾸준히 하는 사역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목숨을 걸어도 아깝지 않은 사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삶을 언제 어떻게 살 것인지 묵상하고 싶어져서, 요즘에는 계속 기도하며 그 사명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기아대책은 전 세계의 굶주린 이웃에게 ‘떡과 복음’[그래서 책 제목이 ‘복떡방’인 것 같습니다. ‘복음’(영의 양식)과 ‘떡’(육의 양식)을 모두 주는 ‘방’]을 전하는 기독교 NGO입니다. 1989년 한국유리의 최태섭 회장님을 초대 회장으로 국내 최초의 해외 구호단체가 된 이후, 국내와 북한은 물론 60여 개국에서 3,500명의 스태프가 가난하고 굶주린 이웃들에게 긴급구호와 개발 사업을 통해 생존과 자립기반의 길을 열어주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20만 명에 달하는 개인과 교회, 기업체의 후원 때문에 가능한 사역인데, 2009년 현재 후원금 규모가 1천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해외사역을 위해 설립된 기아대책이지만, 해외 사역에 70%를 할애하고, 국내사역에도 30%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실제로는 더 많겠네요) 국내 결식아동은 16만 7천여 명에 이르는데, 이 아이들은 대부분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학교에서 보조를 받는 급식으로 해결하며, 저녁은 거의 매일 라면으로 때웁니다. 또한 부모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상처에다 친구들로부터 당하는 따돌림 때문에 심리적인 위축감과 애정 결핍 증세까지 안고 살아가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사회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요즘은 옛날처럼 굶어 죽진 않잖아요.”라는 어리석은 시선이 팽배해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6개월 전 우연히(아니 하나님의 계획으로) 만난 어린 자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9살, 7살의 자매는 “요즘은 옛날처럼 굶어 죽진 않잖아요.”라는 세상의 시선과 이혼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로 인해 방치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국가가 관심을 갖지 못한다면 내가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아빠를 만났고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좋아하는 미술학원을 통해 방치되는 시간을 막았고, 유치원, 사회복지실, 복지관 등 여러 기관의 선생님들과 연계하여 아이들의 웃음을 찾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죠! 제 돈으로 시작된 나눔의 사역에 동역하는 친구가 생겼다는 겁니다. 지금은 시작할 때보다 더 풍성하게 나눔의 사역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하나님의 계획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내와 이혼 후 세상에는 사랑이 없다고 믿고 절망 가운데 살던 젊은 아빠가 제 앞에서 울면서 이런 고백까지 하더군요. “목사님, 고맙습니다. 세상에 사랑이 있군요!”

이제 저에게 하나의 과제가 남았습니다. 떡을 전했으니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떡과 함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계속적으로 도움을 받다 보면 받는 습관에 길들여져 자립과 자활이 더디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놀라운 복음의 능력은 사람의 내면을 변화시켜 누군가에게 기대려는 마음보다 누군가를 섬기려는 소망이 생겨나도록 이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부자가 아니더라도 나눔 사역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3년간 전쟁 속에 살면서 97%가 문맹자가 된 아프가니스탄은 지금도 많은 어린이들이 굶어죽고 있는데, 우리 돈 100원이면 한 사람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200그램 빵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1천 원이면 10사람, 1만 원이면 100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이지요. 현재 한국기아대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매일 3만 명을 먹이고 있는데, 이러한 복떡방 사역으로 인해 30명이 모여 예배드리는 아프간 최초의 교회가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장을 볼 때 아무 것도 살 수 없다고 말하는 1만원이 나누어지면, 북한에서 굶주리는 어린이 40명에게 생명의 빵이 전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많이 사랑하는 사람, 사랑 때문에 손해 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떤 사람은 물을 것이다. 손해 보는 게 어떻게 복 있는 삶이냐고, 그거야말로 어리석은 삶이 아니냐고. 그러나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하고, 사랑하되 끝까지 사랑하기 위해 선택하는 손해는 결국 우리에게 복의 열매를 안겨 준다. 손해 보는 것 같으나 결국 유익을 얻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경에서 말하는 역설의 진리다.”

배워서 남 주는 한국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바보라고 말할지라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면 기꺼이 실천하는 성도들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이 땅의 소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선교 초기에 의료사업과 교육사업, 그리고 복음을 통해 이 민족을 살렸던 기독교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그 날까지 나누고 사랑하는 사역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한반도와 온 세계에 행복이 나누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날씨가 춥네요. 그분들의 몸과 마음은 더 춥겠죠? 따스한 온기가 그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아픈 현실에 대해 함께 아파하며 눈물 흘리신 주님의 마음(the mind of Christ)을 품고 사역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이 훈 목사.

이훈 목사(분당 만나교회 국내선교부) lhlj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