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엄마를 창피하게 여기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자신의 엄마가 친구들의 엄마와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심한 화상을 입었는데 그 사실을 유치원에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이지요.

그후로 엄마와 딸 사이에는 다가갈 수 없는 병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이가 성장할수록 그 벽은 점점 두꺼워졌습니다. 게다가 아이는 가족들에게 다른 사람이 우리 엄마라면 더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녀간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엄마는 늘 죄인처럼 생활했고, 딸은 결코 엄마와 함께 다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동네를 다닐 때도 딸은 멀리 떨어져서 가곤 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딸아이가 도시락과 체육복을 두고 간 것을 발견하고 엄마는 그것을 가지고 학교로 찾아갔습니다. 딸아이를 찾아갔는데 엄마를 본 아이는 뛰어나와서 작은 소리로 "창피하게 학교는 왜 왔어. 다시는 오지 마!" 하고는 옷과 도시락을 잽싸게 채가는 것이었습니다. 돌아서는 엄마의 귓가에 아이와 친구들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구니?"
"응, 우리집 가정부야!"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화가 난 아이가 씩씩대며 집안으로 들어섰는데, 뜻밖에도 이모가 와 있었습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화도 못 내고 자기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보다 못한 이모가 곧장 따라들어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네가 태어난 지 10개월 정도 되었을 때 너희 집에 큰 불이 났었단다. 모두들 밖으로 나왔는데, 아무도 너를 데리고 나오지 않은 거야.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불이 너무 번져서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지. 소방관들도 지금 들어가면 모두 죽는다고, 아빠를 말리고 있는데, 네 엄마가 불 속으로 뛰어들었단다. 그리고 너를 품에 안고 뛰어나왔어. 그 후로 네 엄마는 네가 무사하니까 자신의 얼굴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지금까지 살아왔단다. 그런데 네가 그렇게 엄마 맘을 아프게 하면 되겠니? 이제는 너도 엄마를 고맙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때가 된 것 같구나."

말을 마친 이모는 방을 나갔습니다. 아이는 지금까지 흉한 얼굴을가진 엄마에게 자신이 했던 못된 행동들이 후회스러웠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한 채 아이는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에게 다가갔습니다.

"엄마, 내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엄마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을께!"

엄마는 그 오랜 세월의 아픔을 딸의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에 다 씻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의 긴장은 행복으로 바뀌었습니다.

* * * *

우리의 인생이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가정과 학교, 직장, 생활 터전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를 맺지 않으면 우리에게 행복한 생활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 좋은 것을 같이 나눌 사람이 있어야 하고, 하다못해 그 좋은 것이 부러워서 아첨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함께 자리에 앉아 맛과 분위기를 즐길 사람이 없다면 그 분위기만큼이나 외로움은 더크게 다가올 뿐입니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있더라도 서로 다툰 사람과 마주보고 있다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정말 행복한 일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행복한 관계는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보기 흉한 어머니의 얼굴이 자신을 살리기 위한 희생이었음을 알았다면, 철없는 딸이 어머니를 가정부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테지요.

김홍식 목사
저서/'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주변인의 길)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