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사업중첩 불가피..한기협'오히려 한기총 보완'

한기협,'공정한 이단잣대 제시'..가입교단 공개는 꺼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가 '중복가입시 제명' 까지 결의했던 한국기독교총협의회(대표회장 성중경·이하 한기협)가 교계의 우려 속에서도 9일 창립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한기협은 창립준비 당시부터 교계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연합체로 한기총을 비롯한 많은 교계 인사들은 한기협의 방향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었다.

현재 한국교회 연합기구가 한기총과 KNCC로 대표되는 상황에서 한기총과 유사한 영문 이니셜을 가진 '한기협'이 한기총 소속교단을 비롯한 각 교단에 공문을 발송 회원교단 영입에 나서는 등 '제 3기구' 설립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 입주 과정에서도 예장연의 '정통과 이단' 제작에 참여한 인사 이름으로 한기협 사무실이 계약돼 한기총은 한기협을 예장연의 흐름은 이은 '한기총 적대단체'로까지 해석하기도 했다.

한기협은 한기총과 이니셜이 같은 'CCK'로 교단에 공문을 발송, 창립을 준비했으며 사무실도 한기총과 같은 건물인 한국기독교연합회관 9층에 자리잡는 등 한기협의 여러 준비과정들이 한기총으로서는 은근한 압력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한기협은 한기총의 항의로 현재 영문약칭을 'KCC'로 변경, 사용하고 있다.

한기협은 세간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 창립준비 과정에서 대표회장과 실무진을 비롯한 내부조직에 대한 정보를 외부로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 한기협 준비과정에서 기감 전 감독회장 장광영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내정하고 있었으나 한기협 참여에 대한 주위의 압력으로 장광영 목사가 돌연 사임을 표하기도 했다.

베일에 쌓였던 한기협 참여 인사들은 9일 창립식에서 공개됐다. 그러나 참여인사들 중에서는 이렇다할 교계의 얼굴마담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표회장인 성중경 목사(기감 만수교회)는 감리교회 중진급 목회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고 사무총장은 합동개혁진리 총무인 박중선 목사가 맡았다. 이밖에 서기 이천휘 목사(기감 부평제일교회), 회계 박삼열 목사(합신 송월교회)가 실세로 참여하고 있다.

한기협, 왜 창립됐나..남북교회협력위 등 연합기구 조직갖춰

이날 성중경 대표회장과 박중선 사무총장이 밝힌 한기협 창립 목적은 소외받는 군소교단들을 대상으로 한국교회 연합을 도모하고 순수한 선교연합체로서 한국교회의 위상회복을 감당한다는 것이다.

창립취지문도 △세계선교와 한국교회 발전 △신앙고백을 같이하는 모든 기독교교단과 선교단체들의 역량 총결집 △교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 감당 등 선교와 교단연합 도모를 주요 창립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날 한기협은 이같은 창립목표를 포부로 밝혔으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제시하지 못했다.

한기협의 창립취지에 교단연합이 포함시킴에 따라 앞으로 교단연합체로서 한기총의 역할과 어느정도 중첩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기협은 산하에 남북교회협력위원회, 교회갱신위원회 등 사안별 상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한기총과 유사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

각 위원회장에는 ▲남북교회협력위원장: 황준익 ▲교회갱신위원장: 이평소 ▲언론위원장: 조효근 ▲교회부흥위원장: 전석도 ▲청소년위원장: 리강무 ▲대외협력위원장: 김길수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김중석 ▲사회위원장: 황규철 등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남북교회협력위원회와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한기총에서도 주력하고 있는 사업분야로 한기협의 활동이 교계의 연합활동에 혼선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중선 사무총장은 이같은 한기협의 활동이 한기총의 연합활동을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중선 목사는 "한국교회의 대북사업이 지나치게 난립돼 있어 단일화된 창구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며 "한기협이 창구를 정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사역에 대해서도 지켜봐 줄 것을 요청했다. 박중선 목사는 "비판적으로만 보지말고 교회의 연합을 도모하는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달라"며 "한기총이 예장연과의 상관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성중경 대표회장은 한기협이 복음주의를 표방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성 대표회장은 "복음주의 신앙을 견지하면서도 진보와 보수를 아무르는 연합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진보와 보수가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것은 젖을 먹는 신앙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기협에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예장연이 '정통과 이단'으로 한기총과 대립각을 세운 이후 설립이 추진됐다는 점과 한기총과 비슷한 목적을 가진 연합기구가 같은 건물에 입주했기 때문이다.

한기협이 교단간의 연합도모를 창립목표로 지향함에 따라 한기총과의 연합활동 중첩은 어느정도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교단간의 연합행사 및 연합사업 성격은 드러나지 않고 있어 조심스럽게 지켜봐야할 상황이다.

단순히 군소교단 연합체로서의 활동을 펼치며 교계에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예하성 등 군소교단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독교교단협의회도 오래전부터 나름대로의 연합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기독교교단협의 활동을 우려하는 곳은 없다.

"한기총 사업을 보완할 뿐..제3기구는 오해"

한기총과의 연합사업 중첩 가능성에 대해 박중선 사무총장은 "한기협은 오히려 한기총의 사업을 보완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중선 사무총장에 따르면 한기총은 대교단을 중심으로 큰 사업을 펼쳐나가고 한기협은 군소교단들을 대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들을 진행한다는것이다.

성중경 대표회장도 "한기협의 정체는 연합기구로서의 활동보다는 손바닥과 손등이 있듯이 한기총은 연합기구에, 한기협은 선교에 집중해 한기총의 사역을 보완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창립총회에서도 한기협의 설립목표에 대해 "군소교단의 연합도모와 한국교회의 위상회복"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한기협의 사업계획에는 한기총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몇 가지 발견되고 있다. 박중선 사무총장은 이날 한기협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역할에 대해 "한기협 나름대로의 공정한 잣대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는 각교단 이단·사이비 기준을 통일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예장연이 발간한 '정통과 이단'은 한기총의 이단·사이비 대책사업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한기협의 이단사이비 잣대 규정도 한기총과의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박중선 사무총장은 한국교회 이단 규정에 대한 더 공정한 잣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박중선 사무총장은 "해당 위원장으로 김중석 목사를 세웠는데 매우 철저한 인물"이라며 "한기협 나름대로의 투명하고 공정한 잣대를 마련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서 한국교회 이대위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교류협력위원회 활동의 중첩가능성에 대해서는 "위원장을 맡은 황준익 목사가 북한사역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갖고 있다"며 중첩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피했다.

가입교단 명단은 공개 꺼려

한기협이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로 자리잡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는 '투명성'이다. 박중선 사무총장은 이단에 대한 한기협 나름의 공정한 잣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가입교단의 명단공개를 꺼려하는 등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기협은 이날 창립식을 통해 대표 실무자들과 100여명에 이르는 조직을 공개했으나 여전히 가입교단 부분에 있어서는 공개를 꺼려하고 있다.

가입단체 비공개는 예장연이 '정통과 이단'을 발간한 이후에도 보였던 태도로 한기협은 이단규정에 있어 '공정성'을 강조했으나 가입단체 비공개가 여전히 한기협 신용의 문제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