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삶을 바친 여성들의 종교개혁
종교개혁 위대한 기둥 불리는 이들과 어깨 나란히
할 만큼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신앙과 정신 보여줘

(Photo : 여성들의 종교개혁 레베카 밴두드워드 | 이제롬 역 | 지평서원 | 224쪽 | 12,000원)

종교개혁의 영웅을 꼽으라면 루터, 칼빈, 츠빙글리 등 대부분 주로 남성들을 말할 것이다. 계속해서 출판되고 전수되는 저작들 역시 남성 종교개혁자들의 글이다.

하지만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고전 11:11)”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종교개혁은 순전히 남자들의 헌신과 수고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종교개혁자들의 아내 역시 돕는 배필이자 종교개혁자로서 큰 역할을 담당했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자기 삶을 바친 여성들을 통하여 하나님은 주권적인 뜻을 이루셨다.

아내와 엄마이자 프리랜서 편집자, 작가인 레베카 밴두드워드는 복음연합(The Gospel Coalition), 리고니어 미니스트리 등에 개혁주의 관련 글을 기고하고, 역사신학 교수인 남편과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종교개혁을 이끈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며 첫째, 여성은 세상 인구 절반을 차지하고 교회에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종교개혁 때도 큰 역할을 담당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페미니즘 역사가들이 여성의 역사에 관심을 두며 왜곡하기도 하기 때문에 성경적인 관점에서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셋째, 교회가 가부장적 전통이나 해방신학에 휩쓸리기보다, 성경적인 여성의 바른 모습을 역사의 본을 통해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총 열두 명의 여성 종교개혁자들이 나온다. 츠빙글리의 아내 안나 라인하르트부터 안나 아들리슈바일러, 카타리나 쉬츠, 마르가레트 블라우러, 마르그리트 드 나바르, 잔 달브레, 샤를로트 아르발레스트, 샤를로트 드 부르봉, 루이즈 드 콜리니, 캐서린 윌로우비, 페라라의 르네, 올림피아 모라타까지, 독자가 거의 들어본 적 없는 이름들이지만 각각의 삶 속에 들어가 보면 종교개혁의 위대한 기둥들로 불리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신앙과 정신을 보여준다.

밴두드워드는 열두 여성 신자들이 문서로 남겨질 만큼 영향력 있고 사회적으로 상위층에 있던 사람들이지만, 그 외에도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은 수많은 여성 종교개혁자들이 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 여성들의 특징을 첫째 개신교 교회에 헌신했고, 둘째 남편에게 헌신했으며, 셋째 손님 대접에 힘썼고, 넷째 자신의 지적인 능력을 청지기적으로 사용했고, 마지막으로 용감했다고 평가했다.

레베카 밴두드워드는 열두 명의 여성 종교개혁자들의 삶을 설명한 뒤 여덟 가지 교훈을 제시했다. 첫째, 갑작스럽게 바뀌는 환경을 만나도 이들은 열매 맺는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주를 위해 살았다.

예를 들어 안나 라인하르트는 츠빙글리가 전장에 나갈 때 ‘아버지여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했고,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했지만, 결코 하나님을 위해 사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둘째, 열두 여성들은 각각 다양한 정체성을 가졌고 그 정체성은 상황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하지만 모두 다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정체성인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삶을 집중하여 살았다.

독신으로 살든지 기혼으로 살든지, 과부가 되든지 많은 아이의 엄마로 살든지, 왕실의 높은 귀족으로 살거나 천민으로 추락하여 도망자의 삶을 살든지,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정체성에 집중하며 영적인 삶을 최고봉으로 삼았다.

셋째, 성경이 말하는 가정의 질서에 순응하며 순종의 열매를 맺었다. 여성들이 남편에게 철저히 의존하며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녀들의 영적, 지적, 사회적, 관계적 능력이나 기회가 무시됐다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께서 교회와 가정에 세우신 권위에 순종하는 방식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충성스럽게 사용하여 하나님을 섬겼다는 말이다.

이는 현대 페미니스트에게 주는 강한 도전이다.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질서 안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풍성한 삶을 주님 앞에 살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넷째, 여성들은 특별히 섬기는 일에 대단한 본을 보였다. 개신교로 전향한 수십 또는 수백 명의 난민을 오랜 세월 먹이고 돌보는 일, 믿음을 지키느라 감옥에 간 이들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으로 구출하는 일, 종교개혁자로 도망자의 삶을 사는 이들을 숨겨주고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일 등은 초대교회 신실한 여성들의 본을 그대로 닮았다.

다섯째와 여섯째, 그녀들은 갖고 있는 재능을 최대한 사용했고 맡겨진 일에 신실했다. 그 누구도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지 않았다. 주님께서 주신 부와 재능 등 자원을 낭비하지 않았다.

칼빈, 루터 등과 편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종교적 분쟁이 일어날 때 변증하는 글도 썼다. 주님 주신 기회를 통해 가지고 있는 모든 재능을 사용하며 신실하게 하나님을 섬겼던 여성들의 삶은 모든 교회의 남성과 여성에게 본이 된다.

일곱째, 하나님은 맡겨진 일을 다 마쳤을 때 그들을 데려가셨다. 이것은 단지 종교개혁 시대 여성들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지금도 하나님은 교회에 맡기신 사명이 있고 각각 그 일을 다 하면 데리고 가실 것이다.

(Photo : ▲<여성들의 종교개혁> 저자 레베카 밴두드워드(Rebecca VanDoodewaard). ⓒbanneroftruth.org)

한편 이것이 큰 울림이 된 이유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과거에 이들이 가졌던 삶의 분명한 목적을 잊어버리고, 이 땅의 백성과 하늘의 백성 중간에서 방황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살아도 주를 위해 살고 이 땅을 떠나도 주를 온전히 얻으니, 기뻐하는 삶의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밴두드워드는 각각의 여성 종교개혁자들이 성경에 대한 지식이 풍성했고, 하나님과 개인적으로 나누는 친밀한 교제를 통해 영적 강인함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회복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이다. 1번에서 7번까지의 교훈은 마지막에 밝힌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만 실천할 수 있다. 포도나무이신 예수님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우리는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을 드러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울림을 낸다. 레베카 밴두드워드가 감춰진 선진들의 아름다운 신앙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에 참으로 감사한다.

히브리서 기자가 말한 구름같이 허다한 증인 중 하나인 종교개혁 시대 여성들의 삶을 통해, 우리도 지금 그리고 앞으로 그리스도를 따를 누군가에게 하늘에 본향이 있는 자처럼 주를 위해 헌신하고 기쁨으로 섬기며 어떤 정체성을 갖든지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정체성에 집중하며 착하고 충성된 삶으로 열매를 맺는 자들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조정의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