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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왕국 2>, 기독교 구원 신앙의 해체적 패러디

기독일보

입력 Nov 25, 2019 09:47 A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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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욱주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下) 원작 <눈의 여왕> 패러디 또는 희화화

드디어, 월트 디즈니의 2019년 야심작 <겨울왕국 2>가 11월 21일 개봉했습니다. 2014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겨울왕국>을 연출한 크리스 벅 감독에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를 맡았던 제니퍼 리 감독이 합류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성육신하신 아기 예수의 겸손한 탄생'이라는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를 찾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올해 겨울은 그 '촛대(?)'가 아예 '안나와 엘사' 자매에게로 넘어갈지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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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5일을 앞두고 예매율 70%를 돌파한 <겨울왕국 2> 작품 속에는 크리스틴 벨(안나), 이디나 멘젤(엘사), 조시 게드(올라프), 조나단 그로프(크리스토프), 스털링 K. 브라운(마티아스), 제이슨 리터(라이더), 레이첼 매튜스(허니마렌), 마샤 플림튼(옐라나) 등의 배우들이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알려진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의문의 목소리가 엘사를 부르고, 평화로운 아렌델 왕국을 위협합니다다. 트롤은 모든 것이 과거에서 시작됐다며, 엘사의 힘의 비밀과 진실을 찾아 떠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위험에 빠진 아렌델 왕국을 구해야만 하는 엘사와 안나는 숨겨진 과거의 진실을 찾아 크리스토프, 올라프, 스벤과 위험천만한 놀라운 모험을 떠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개봉 전부터 대형마트와 완구매장 등을 '안나와 엘사, 올라프'가 점령한 가운데, <겨울왕국 2>는 '본편만한 속편 없다'는 영화계 속설을 깨고 한국에서 또 한 번의 천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편집자 주

전편의 주인공 안나와 엘사, 올라프와 크리스토프, 스벤이 그대로 출연해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영화 <겨울왕국 2>.
전편의 주인공 안나와 엘사, 올라프와 크리스토프, 스벤이 그대로 출연해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영화 <겨울왕국 2>.

겨울왕국과 그리스 자연철학: 정령들과 엘사, 4원소와 제5원소

영화 <겨울왕국 2> 서사의 큰 줄거리는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4원소(물, 불, 공기, 대지)의 정령을 만나 다섯 번째 정령(제5원소)으로 완성되는 엘사의 신격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신격화된 엘사가 자기 희생과 부활을 통해 이 땅에 생명과 화해, 평화를 가져온다는 내용이다.

전자는 고대 그리스 철학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이오니아 학파의 자연철학적 존재론 사상을 계승해 반영한 것이고, 후자는 기독교 핵심 교의라 할 수 있는 구원론(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을 통해 속죄와 구원, 생명과 화해를 전 세계에 은혜의 선물로 주신 그리스도에 관한 신앙)을 차용해 변용한 것으로 보인다.

4원소를 넘어서는 제5원소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대중문화 가운데 여러 차례 다뤄졌다. 대표적으로 헐리우드 인기 여배우 밀라 요보비치의 출세작인 <제5원소>(The Fifth Element, 1997)가 있고, 그 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이 소재를 활용해 왔다.

중세까지 물질 세계를 이해하는 기초 개념을 제공했던 4원소설에 대해 살펴보면, 그 기원은 주전 7세기경 자연철학자이자 서구 세계 최초의 철학자로 인정 받는 탈레스(Thales)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탈레스는 우주 만물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신의 지혜와 섭리를 엿보려 했다는 점에서 호메로스 같은 시인들과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방법적으로는 영감에 의지하기보다 이성과 논리에 의지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전 시대 시인들이나 신탁 사제들(oracle priests)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탈레스는 밀레도(오늘날 터키 에베소 근처 항구도시) 사람으로 우주 만물의 최초 물질, 존재적 기원이 되는 물질 아르케(ἀρχή, 근원, 기원, 태초)가 물이라고 믿었던 사람이다.

이 학설은 그의 제자들과 그에게 영향을 받은 주변 이오니아 지역 여러 학자들에 의해 계승돼 반박됐고,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통칭해 이오니아 학파라고 불렀다.

4원소설과 제5원소에 대한 사상은 이들 이오니아 학파 학자들에 의해 창안된 것이다. 탈레스는 물,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바람), 크세노파네스는 흙(대지)을 아르케라고 규정했다.

이들의 사상이 모여 훗날 엠페도클레스에 의해 4원소설로 굳어졌다. 플라톤은 이 4원소설을 이어받는 가운데 제5원소인 에테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4대 정령을 찾아가는 모험을 통해 자신이 다섯 번째 정령, 즉 제5원소임을 깨닫는 엘사.
 4대 정령을 찾아가는 모험을 통해 자신이 다섯 번째 정령, 즉 제5원소임을 깨닫는 엘사.

그렇지만 4원소를 뛰어넘는 보다 근원적 원소라는 개념은 플라톤 이전에도 이미 다수의 학자들이 이런 저런 모양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무형의 근원 물질), 아낙사고라스의 누스(신의 마음, 고등한 정신),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근원 물질) 개념 등은 모두 4원소보다 더 근본에 있는, 신의 직접적 권능을 발휘하는 아르케로 지목되곤 했다.

제5원소의 정체와 위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철학적으로 여러 논란이 있다. 하지만 4원소설에 만족하지 못한 이들이 더 근원적인 우주 만물의 섭리를 찾기 위해 제5원소라는 개념을 탐구하고 발전시켰던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제5원소의 정체 자체보다 그 통합적 성격일 것이다.

제5원소는 종합적으로 볼 때 4원소보다 훨씬 신에 근접한 아르케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것은 인격적(누스)이고, 가시적 형체가 없는 영적인 상태로 있고(아페이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단계를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존재 근원(원자)으로 여겨진다.

영적이면서 인격적이면서 모든 존재의 최고 근거가 되는 존재, 이는 고대 그리스 형이상학의 신이 갖는 본질적 특성들이었다.

영화 <겨울왕국>과 기독교: 죽고 부활한 구원자 엘사

<겨울왕국> 제1편에서 주인공 엘사는 고독한 실존 주체, 세간의 '공통된' 가치관과 질서에 저항하는 포스트모던적 인간상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사실 개인적으로 제2편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제1편의 주제가 계속 이어질지 모른다는 예견을 했다. 특히 파도치는 바다를 향해 얼음 마법을 펼치며 '등평도수(登萍渡水, 물 위를 수평으로 빠르게 걷는 검술 -편집자 주)'를 시전하는 모습에서는 무한한 심연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삶을 본래적으로 향유해 가는 키에르케고르, 니체, 하이데거의 실존철학적 인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타인이 수여하는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삶을 무한한 자유 안에 던져놓는다는 것은 사실 거대한 불안을 야기한다. 아무것도 붙잡을 것 없이 모든 가치 평가와 선택을 스스로가 감당하는 결단의 삶이란 막막함의 심연인 것이다.

해안의 어두운 파도와 그에 두려움 없이 맞부딪치는 엘사의 모습은 이런 고독하면서도 결연한 인간상을 연상시키기 충분한 것이었다.

심연의 바다 속에서 물의 정령과 싸우는 엘사.
심연의 바다 속에서 물의 정령과 싸우는 엘사.

그러나 막상 애니메이션 내용이 공개되고 보니, 작품 전체의 주된 서사는 실존론적-포스트모던적 인간상을 그려내는 것보다는 기존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서사 공식인 오컬티즘과 희생적 가족애라는 요소로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지 <겨울왕국> 제2편은 <말레피센트> 시리즈처럼 오컬티즘의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4원소설과 제5원소라는 철학적 개념을 동원해 오컬티즘 요소를 은밀히 감춰두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정령 신앙에 대한 강제적이고 폭압적인 금지가 엘사 가문과 아렌델의 비극을 불러왔다는 세부 서사는 결국 오랜 세월 서구 민간 신앙과 오컬티즘을 억압하고 적대시했던 기독교 세력의 배타적 태도를 비판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엘사는 이 가문의 저주를 풀어낼 것으로 예언된 다섯 번째 정령(제5원소)으로서,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이 상상했던 것과 유사한 신적 존재로 밝혀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독교 세력의 억압과 폭거를 연상시키는 정령들에 대한 억압 행위를 엘사라는 신격화된 인간이 해결하는데, 그 해결 방법 자체는 그리스도가 세상에 구원과 해방을 가져다 준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엘사 스스로 자기 몸에 그 저주의 결과를 모두 짊어지고, 그 숭고한 마음 덕택인지 저주를 해결하고 세계에 화해와 평화, 생명을 가져다 주는 것이 작품의 대강의 결론이다.

기독교의 배타성을 비판하기 위해 기독교 진리 주장의 핵심인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기사를 변용하는 방식, 이는 대표적인 포스트모던적 수사법이다.

소위 패러디라고 하는 이 수사법은 기존의 특정 가치관이나 교훈의 핵심 내용을 슬쩍 비틀어 원래의 사상이 말하려 하는 바를 희화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런 조롱 섞인 왜곡이 허용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좌우하는 진리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 무한한 사고와 가치의 차이를 수긍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 이런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적 인간 이해를 옹호하는 것이 패러디라는 수사법의 목적이다.

스스로를 희생하고 부활하여 아렌델을 구원하는 신적 존재로 거듭나는 엘사. <겨울왕국>은 엘사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도교 구원론을 변용하고 있다.
스스로를 희생하고 부활하여 아렌델을 구원하는 신적 존재로 거듭나는 엘사. <겨울왕국>은 엘사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도교 구원론을 변용하고 있다.

<겨울왕국> 제2편 역시 이런 수사법적 도식을 따라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하여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기독교인들의 구원론적 사고를 애니메이션 소재에 지나지 않는 것, 환상적 상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격하시키려 하는 의도를 내비친다.

만일 구원론적 사고방식이 인정받으려면,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포장된 인간 신격화의 욕망, 오컬티즘을 통한 주술적 초월 욕망을 수긍하는 포용성을 보여야 한다. 동시에 구원론적 사고가 가족애 실현에 현실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영화 <겨울왕국> 제2편을 통해 디즈니가 내세우려는 주제의식 가운데는 분명 이런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확실한 원작 파괴 행태로 볼 수 있다. 전편의 논평에 언급한 것처럼 <겨울왕국> 시리즈의 원작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사실은 <눈의 여왕>의 교훈이 순수하게 기독교적이라는 점이다.

비록 설화적, 신화적 모티프들을 선보이기는 하지만, <눈의 여왕>의 주제는 눈의 여왕이 데려가 버린 친구 카이를 찾기 위한 소녀 게르다의 헌신적 모험과 용기에 관한 것이다.

안데르센은 게르다가 카이를 찾는 과정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 22:39)"는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 증거는 바로 <눈의 여왕>의 결말에 있다.

안데르센은 이 동화의 마지막 문구를 성경에서 가져온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18:3)". 안데르센은 친구 카이를 구해내려 목숨의 위협과 고난을 겪은 게르다의 심성이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아가페를 닮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애초 <눈의 여왕>이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라는 기독교적 인간애를 표방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겨울왕국> 시리즈 전체는 <눈의 여왕>의 서사에 담긴 원래의 의도를 정면으로 배척하고 있다.

단순히 세부 줄거리가 달라서가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원작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겨울왕국> 시리즈가 출중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 표현, 귀를 만족시키는 OST의 감미로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캐릭터들의 매력 이면에 감춰진 기독교 해체적 사고와 메시지는 신앙의 입장에서 무반성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이런 행태가 기독교 신앙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염려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피상적 희화화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 한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변호하는 안데르센의 원작 <눈의 여왕>과 달리, <겨울왕국>은 기독교 구원 신앙의 해체와 패러디를 시도한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변호하는 안데르센의 원작 <눈의 여왕>과 달리, <겨울왕국>은 기독교 구원 신앙의 해체와 패러디를 시도한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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